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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Feb 05. 2016

#11.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익숙함은 곧 믿음이다


첫 여행 이후 우리는 더 많은 여행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2007년 그 해에는 두 번의 바다여행을 했고, 낙산공원을 비롯해 명동, 한강 등 연인들이 주로 찾는 모든 장소에 우리도 있었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여가는 추억 속에는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고, 어색함과 설렘에서 익숙함으로 변해가는 시간도 담겨있었다.


우리의 1년은(정확히 햇수로는 2년) 소소하면서도 행복함이 가득했고, 함께 한 여행들이 모두 새로웠으며 그 어느 해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당시의 행복함이 10년 후인 지금 생각보다 뚜렷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때의 잔향은 아직까지 남아있어 지금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따뜻한 봄에 함께 했던 여의도 벚꽃구경, 더운 여름에 찾아갔던 바다, 시원한 가을에 함께 방문했던 한강과 팔각정, 그리고 놀이공원, 추운 겨울에 함께했던 크리스마스. 뚜렷하진 않지만 잔향이 남아있다.


우리의 첫 1년은 바빴고 그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서로를 알아가고 익숙해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조금씩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대학생이었던 나는 꿈이 많았고 욕심도 많았다. 법학을 전공했던 나는 교내 모의재판을 통해 연극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됐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의 그 짜릿함이 좋아 (키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쇼핑몰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학교 공부보다는 사회에서의 공부가 더 즐겁다고 생각했던 나는 방학동안에는 인근 작은 학원의 국사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물론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좋았지만,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그가 아닌 다른 것에도 신경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 역시 형과 함께 일하면서 자신만의 일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꿈을 꿨다. 사랑하면서 다른 무언가에도 열중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축복받은 일이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전해줬던 믿음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도전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 해 겨울이 끝나갈 무렵, 나는 일찌감치 방송이라는 꿈을 꾸게 됐다. 아버지께 허락을 받아 방송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그리고 카메라 앞에 있는 내 모습은 상상만 해도 벅찼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간 해왔던 나의 아르바이트 생활도 큰 도움이 됐다. 흐지부지 보냈던 내 대학생활 2년이 아쉽긴했지만, 난 더 빨리 꿈을 이루고자 휴학을 하지않고 그대로 욕심을 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학교생활과 병행했기 때문에 당연히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는 내가 무엇을 하든 응원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다. 그와 내가 있는 곳은 달랐지만, 우리는 같은 미래를 꿈꾸며 노력했다.


익숙함은 곧 믿음이다. 그와 내가 익숙해져가는 과정에는 믿음이 생겨났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우리는 노력했다.


결국 그는 그가 원했던 작은 사업체의 사장이 되어 있고, 나는 기자가 되어 있다. 우리는 서로의 믿음과 소리없는 응원 속에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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