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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Feb 14. 2016

#15.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지루함 탈피하기


그는 바이크를 좋아했다. 출퇴근 수단이었던 바이크는 점점 하나의 취미로 자리잡아 우리의 시간 속에 아주 큰 지분을 갖게 됐다.


연애 1~2년차 커플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위기는 익숙함 속의 지루함이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만나서 식사하고, 차마시고, 영화보고. 저녁에는 술 마시고. 사랑하는 이와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커플들은 그 익숙한 데이트 과정 속에서 지루함을 느낀다. 우리는 그 지루함의 탈피를 그의 취미생활에서 찾았다.


바이크를 즐겨타는 이들은 동호회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바이크를 탄 그의 뒤에서 등에 기대어 어디론가 함께 떠나는 그 느낌이 나는 좋았다. 그래서 함께 즐기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평범했으나, 우리의 주말은 모두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만남으로 채워졌다. 우리와 같이 두 바퀴 이륜차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만났고, 매 주말 다양한 장소로 여행을 떠났다. 1박2일, 아니 하루여도 충분했다.


둘이서 하던 데이트는 어느새 많게는 20명까지 인원이 늘었고, 도심 안으로 한정돼 있던 데이트 장소는 양평, 가평, 강원도 등 다양한 곳으로 확대됐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참 많은 것을 남겨준다. 앞서 언급했던 말, 스킨십 못지 않게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단 둘만의 여행도 물론 좋지만, 매번 지속되는 데이트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커플들에게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장소로의 여행도 적극 추천한다.


그 안에서 새로운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타인과 함께 하는 여행 속에서 우리는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린 그렇게 그가 좋아하는 바이크를 통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다. 주말마다 헬멧을 씌워주는 그의 손길에는 행복함과 설렘이 묻어났고, 나 역시 그 느낌이 좋았다.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는 바이크를 탈 수 없었다. 하지만 따뜻한 봄과 시원한 가을, 두 계절을 우린 그렇게 흥미롭게 보냈고, 그 안에서 더 편안해져갔다.


잦은 여행으로 우리는 친밀함은 더욱 깊어졌고, 그 속도도 매우 빨랐다. 그 흔한 연애 2~3년차의 권태기를 겪지도 않고 그냥 보내버렸다. 권태기를 겪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들이었다.


한 주간 일상에 지쳐있다면 하루 정도는 그와 함께 일상에서 탈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단 둘이 아니어도 좋다. 새로운 사람들을 함께 만나고,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새로운 것들이 그와 나에게도 새로운 감정들을 가져다 준다.


현재 그는 그렇게 아끼던 바이크를 팔고 자동차를 샀다. 연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가는 순간 포기해야 하는 것들 중 하나였기도 했다. 하지만 수단은 중요치 않다. 우리는 지금도 함께 할 수 있는 또다른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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