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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Feb 14. 2016

#16.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사진이 전해주는 기억


10년간의 연애스토리를 풀어가는,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10년 연애한 것도 대단한데, 그 10년 전 일들을 어떻게 다 기억해?"


물론 다 기억하지 못한다. 당장 지난 주에 그와 전화통화한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10년전 일들이 기억날 리가 있나. 30대에 접어들면서 기억력도 감퇴한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 머리 속 필름을 2006년도로 돌렸다. 우리의 첫 만남, 첫 키스는 뚜렷했기에 주저없이 글을 써내려갔다. 그때의 그 감정과 느낌도 뚜렷하다.


첫 데이트, 첫 여행을 차근차근 되돌아 봤다. 처음 설렜던 그 순간들을 제외하고는 기억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에게 참 많이도 물었다.


"우리 이때 뭐 했지?"


그 역시 마찬가지다. 함께 한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익숙함에 빠져 지난 일들은 희미해진다. 게으른 성격 탓에 연애 초반 써내려간 일기는 몇장 채우지 못한 채 서랍으로 직행했다. 무언가 더 쓰고 싶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다시 펼쳤던 것이 바로 우리의 앨범이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왔기에 필름카메라는 쓰지 않았다. 신식 문명에 길들여진 우리는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이 있었기에, 그 사진들이 고스란히 컴퓨터 하드에 남아있다. 오랜만에 하나둘 꺼내어 봤다.


사진은 2차원적인 선과 점들로 구성돼 있지만 그 안에는 당시의 이야기, 감정, 시간 등 많은 것들이 담겨져있다. 사진은 흐릿했던 내 기억을 선명하게 덧칠해줬고, 덕분에 난 이 글을 끊이지 않고 계속해 써내려갈 수 있었다.


그와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지금도 핸드폰 속에는 그와 나의 사진들로 가득하다. 서로의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지정해 놓기도 했고, 함께 살고 있는 이 신혼집은 우리의 사진들로 가득하다. 벽 곳곳 액자에는 결혼사진과 여행사진으로 채워져있다.


소중한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사진만큼 좋은 것이 없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한 컷의 사진은 10년 후 내 추억의 길잡이가 되어 줄 뿐만 아니라 당시 내가 느꼈던 숨결과 따뜻함 등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사진을 보다 보니 잊고 있던 우리의 순간들이 참 많다. 10년이라는 기간이 얼마나 긴 지도 사진을 보며 느끼게 된다. 사진 속 우리는 항상 웃고 있고, 그걸 보는 지금도 웃고 있다.


2015년 12월 20일 결혼 1주년 되는 날. 우리는 가까운 스튜디오를 방문해 또 사진 촬영을 했다. 10년이 흐른 뒤 2025년에도 우리는 이 사진들을 보면 지금을 추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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