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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Feb 15. 2016

#17.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위기는 언제든 온다

우리는 남다른 커플이긴 했다. 보통 커플들처럼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했고 평범한 데이트를 이어가기도 했지만, 그 긴 시간동안 권태기 한 번 없이 계속 사랑했다.


워낙 표현에 적극적인 그는 지금도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꼬옥 안아준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그의 얼굴은 너무너무 예쁘고 그의 개그에도 나는 크게 웃는다. 다툼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내가 하는 것은 뭐든지 그에게 최고다. 누구보다 예쁘다는 말을 해주고, 조금 짧은 옷을 입은 날엔 섹시해서 안 된다며 내 앞에서만 입으라 말한다.


10년간 계속해서 이어져온 일들이다. 10년 전과 변한 것은 없다. 이 때문에 10년째 신혼이라는 표현을 쓴다.  첫 에피소드에서 언급했 듯, 분명히 사람과 사람간의 코드라는 것은 존재한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 커플을 많이 부러워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모습이 가장 좋다고 했다. 여전히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너희는 아직도 그러냐"며 타박한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든 온다. 긴 시간동안 변치않고 사랑했으나 분명 위기도 겪었고, 그 위기로 인해 힘든 시간도 가졌다. 다만 우리는 그 위기를 빠르게, 그리고 현명하게 극복했다.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나는 일과 술에 찌들어 있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저녁에는 늦은 술자리가 이어졌다. 그도 이런 생활을 이해해줬지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을 터, 잦은 술자리가 반복되면서 다투는 횟수도 늘어났다.


방송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던 내가 기자생활을 잠시 내려놓고 연기를 시작했을 때, 그는 썩 내키지않는 표정이었지만 응원해줬다. 짧았지만 방송이나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했을 때에는 멋진 남자배우들과 함께 연기하기도 했다.


회사를 옮겨 다시 기자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보다 높은 곳에서 익숙하게 기사를 써내려가던 멋진 선배들도 만났다. 그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 나에겐 너무나 많았다.


당연히 다툼도 많았으나 난 그 속에서 그의 소중함을 찾아갔고 그도 그런 나를 계속해서 믿어줬다. 상한 감정을 나에게 수도 없이 표현했으나 내 곁을 떠나진 않았다.


흔들린다는 감정은 매우 위험하다. 그가 일하는 공간에는 다행히 다른 여자와 접촉할 수 없었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적어지는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았고, 흔들릴 수 있는 그 감정들을 그는 나에 대한 믿음으로 잡아줬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가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그것을 잊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는 곁을 묵묵히 지켜줬고, 다툰 후에도 평소와 다르지 않게 날 대해줬다.


사회생활 속에서 너무나 약했던 나를 그는 성장시켜줬다. 그 믿음으로 나는 숱한 힘듬과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우린 이미 '함께'라는 믿음 속에 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위기는 언제든, 누구에게나 온다. 우리도 그랬고 앞으로 살아가며 그 위기를 맞딱드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믿음이 남아있다면, 그 위기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 필요는 없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면 툭툭 털어 일어나면 그만이다. 무릎에 난 상처는 금새 나아 새살이 돋아난다. 새살이 돋아나기 전에 또다시 넘어진다면 그 아픔은 크겠지만, 그 역시 또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다.


우리의 무릎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상처투성이다. 그러나 더 단단해졌고, 이제는 넘어져도 울지 않는다. 그의 믿음과 사랑이 날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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