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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Feb 25. 2016

#20.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주는 것의 소중함


나는 그에게 무언가를 선물하는 것이 좋았다. 20대 초반의 나는 받았을 때의 기쁨보다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이 전의 연애도 그랬다. 마음을 주게 되면,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주는 것이 내 방식이었다. 그 무언가를 받았을 때 기뻐하는 상대의 모습은 나에게 쾌감으로 돌아온다.


유치하지만 연애 초기에 다들 챙긴다는 100일. 2007년 우리의 100일을 위해 난 없는 용돈을 모아모아 비싼 명품 브랜드의 지갑을 선물했다. 내가 여태껏 구매해 본 지갑 중 가장 비쌌다.


연애 초기의 이런 선물은 그에게 부담일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었지만, 난 그가 좋았고, 그가 좋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선물하기 위해 노력했다.


역시나 그는 온 마음을 다해 기뻐해줬고, 그 지갑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사용하고 있다. 이미 너덜해진 가죽을 보고 새 지갑을 선물하고 싶었지만, 그는 아직도 그 지갑으로 우리의 연애초기를 떠올린다고 한다.


연애 1년차 무렵, 난 남들이 다하는 커플링도 하고 싶어졌다. 단, 그에게 선물받는 반지가 아닌 내가 직접 끼워주는 반지로 인해 감동받을 그의 마음을 원했다.


비싸진 않지만 예쁜 14k 커플링 반지를 준비했고, 그에게 끼워줬다. 그는 본인이 끼워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지만, 기뻐했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하다보니 준 것도 많고 받은 것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받은 선물보다는 내가 준 것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모두 기억할 순 없지만, 무언가를 줬을 때 웃는 그의 표정과 설레는 말투, 나에게 느끼는 고마움 등은 그 어떤 것보다 가치있다.


일찌감치 이런 희열을 알아버린 탓에 난 지금도 그가 원하는 걸 모두 해주고 싶어한다. 연애 10년차를 맞을 때 쯤, 결혼을 앞두고 난 그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맥주집을 하나 빌려 그의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고, 그가 도착했을 때 우리의 사진으로 만든 영상편지를 띄웠다. 그를 최고로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남자인 그가 하는 프로포즈보다, 여자인 내가 하는 프로포즈는 다소 생소했지만, 그보다 내가 더 행복했다.


영상을 보며 그도 나도 울었다.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가를 줄 때까지의 노력, 그 감정과 설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마치 중독과도 같은 그 감정은 서로를 더욱 아끼게 해준다.


주는 것의 소중함. 10년째 우리가 연애를 하고 사랑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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