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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Feb 28. 2016

#22.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개그코드 맞추기


지난 에피소드 1편에서 '코드는 반드시 존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긴 연애를 이어가는데 있어서 코드는 정말 중요하다.


다른 성장과정을 거쳐온 두 사람의 코드가 완벽하게 맞기는 쉽지않다. 우리 역시 100%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게 조금씩 맞춰가며 '우린 역시 잘맞아'라는 결과를 도출해낸다.


수 많은 코드, 다른 말로 궁합이라고 표현해도 괜찮겠다. 그 중 개그코드의 중요성은 상당하다. 같은 포인트에, 같은 것을 두고 함께 웃는다는 것은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연애 초기 그는 나를 웃게 하기 위해 많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보통보다 조금 뛰어난, 유쾌한 사람에 속한다. 그의 행동에 나는 굳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웃었다. 쉽게 설명하면 그는 나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었다.


남성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려면 그의 말에 귀기울이고, 잘 웃어줘야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적 있다. 리액션의 중요성이다.


그러나 '웃어준다'는 노력이 가미된 행동보다는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웃음일수록 그 힘은 세다. 나는 후자였다. 그래서 난 그와 개그코드가 맞다고 표현했다.


그는 나를 "이쁜 내새끼"라고 불렀다. 연애 후 1년정도 지났을까. 그는 나를 "내새끼"라고 불렀다. 시간이 더 지나자 앞 글자를 전부 흐리고 "끼"라고 부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홀해지는 애칭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귀찮은 듯한 말투로 "(내새)끼"라고 부르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게 뭐냐고 투정하면서도 웃었다. 단지 재미있었다. 이후로 그와 나의 애칭은 결국 "끼"가 됐다.


"끼, 밥 먹었어?" "끼, 어디야?"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부르며 웃는다. 참 별거 아닌데도 웃음이 난다. 사소한 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기는 의외로 쉽다.


그는 유행어 만들기도 좋아했다.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내가 웃음을 터뜨리면, 그 말은 곧 우리 둘만의 유행어가 된다. 내가 더이상 질려 웃지 않을 때까지 그는 그 말을 통해 날 재미있게 해준다.


그렇게 우린 항상 같이 웃었고, 웃고 있다. 그의 말이 재미없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의외의 포인트에서, 아주 사소한 것에서 웃을 수 있다. 그 포인트를 기억해 반복하게 해도 좋다.


남이 들었을 때 그저 그런 이야기라도, 그저 그와 내가 즐거우면 그만이다. 그렇게 우리는 개그코드를 맞춰나가고, 항상 같이 웃게 된다.


함께 웃을 수 있다는 즐거움, 지루할 것 같은 긴 연애의 활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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