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 짱쓸 Mar 04. 2016

#27.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첫 해외출장


그와 나의 집은 약 15분 거리. 같은 동네에 살았던 터라 마음만 먹으면 매일 매일 볼 수 있었다. 결혼 전에 미리 살림을 합쳐버리긴 했지만 연애 당시에도 우리는 매일 매일 보고 또 봤다.


긴 연애 기간 동안 우리는 떨어져 있던 적이 별로 없다. 명절 연휴에도 그가 보고싶어 발걸음을 재촉했고 주말에 아버지를 뵙고 올 때도 떨어져있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였다.


우리는 매일 함께했고 서로가 서로의 옆에 있는 것에 익숙해져갔다. 1년 365일 중에 360일은 같이 있었고, 그렇게 10년을 보냈다. 그 누구보다 익숙할 수밖에 없다.


2012년, 회사에서 난 처음으로 일주일짜리 해외출장을 가게 됐다. 당시 7박8일 일정의 호주출장이었는데, 첫 해외출장이라 설레면서도 그와 떨어져 있는 가장 긴 시간이 될 것 같이 두려움이 앞섰다.


실제 우리의 연애 기간 중 우리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시간은 나의 출장뿐이었다.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겐 첫 경험이었고 그만큼 오감이 교차했다.


짐을 싸고 공항으로 나서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어떻게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마치 1년을 못 보는 사람들처럼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내 첫 출장의 기억은 더욱 또렷하다. 솔직히 새로운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설렘으로 그를 생각하는 시간은 자연스레 줄었지만, 호주에서 만나는 코알라, 캥거루, 그리고 멋진 풍경들은 항상 그와 나누고 싶었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다행인가. 카카오톡으로 그에게 내가 느끼고 있는 모든 것들을 나눴고 사진과 동영상도 전송했다.


당시 생소했던 카카오 전화로 지구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통화가 됐을 때 어찌나 신기했던지. 끊기는 전화로도 우리는 행복해했다.


가지고 간 노트북으로 화상대화도 성공했다. 노트북 카메라로 함께 오지 못한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했다. 우리는 서로가 어디에 있든 함께 한다는 것, 장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시차따위도 중요하지 않았다.


일주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그는 도착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날 데릴러 나왔다. 일주일 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세상 그 누구보다 반가웠고 다시는 떨어지지 말자는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하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 후로 지금까지 약 세번의 해외출장이 더 있었으나 아직도 첫 출장이 가장 또렷하게 기억된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우리는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느껴갔고 그 소중함은 장기연애에 있어서 값비싼 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몇몇 사람들은 전생에 나라 정도는 구해줘야 현 생애에서 주말부부를  할 수 있다고 농담섞인 말을 한다. 아직 아이가 없는 나름의 신혼을 겪고 있어서 일수는 있으나, 우리는 아직도 '같이' 있는 것에 익숙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