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상의하는 남자
남자와 여자, 두 사람으로 시작된 우리의 연애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나의 일은 곧 그의 일이었고, 그에게 중요한 사람도 나에게 곧 중요한 사람이었다.
나보다 세살이 많은 그는 오빠였지만 애교도 많고 어리광도 피우는 동생같은 남자였다. 물론 듬직한 구석도 있었지만 나는 그를 계속 챙겨주고 싶었고 그 역시 나에게 한없는 믿음을 보내며 챙김 당함을 즐겼다.
그는 연애초기부터 어떤 일이든 나와 꼭 상의했다. 첫 사업을 시작했을 때, 사회생활 중 겪는 금전적 문제나 인간 관계 등 모든 것을 나와 논의했다. 그런 그의 행동은 나를 더욱 성장시켰다.
난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그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도록 항상 현명한 방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나 역시 많이 서툴고 부족했지만 그에게 만큼은 가장 현명한 여자친구가 되고 싶었다.
서로에게 믿음을 주려면 충분한 대화는 필수다. 그러나 우리도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한 번은 그가 주변에서 거절하기 힘든 금전거래를 요구 받았는데, 미처 나와 상의하지 못하고 급하게 결정해 빌려준 적이 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백만단위의 돈을 허공으로 날렸다.
혼자 속을 앓던 그는 결국 뒤늦게 나에게 이야기했고, 난 그가 먼저 상의하지 않았던 것에 화가 났지만 "남들보다 정말 싸게 인생공부했다"며 그를 위로했다. 그 이후로 그는 금전과 관련된 모든 일들을 나와 상의한다.
전 에피소드에서 밝혔 듯 그는 항상 나를 최고라고 치켜세워준다. 하지만 나는 냉정하게 최고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실수 투성이이지만 그런 그의 믿음은 날 계속해서 최고가 되게끔 만들어준다.
지금도 그는 기존 모든 문제들을 비롯 가족문제까지도 나와 충분히 대화하고 의논한다. 누구보다 당신이 최선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혼자 감당하기 벅찬 일들은 나눌수록 좋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도움은 배가 된다. 별것 아닌 자존심으로 뭐든지 혼자 해결하려는 욕심을 부리다가는 해결은 커녕 향후 서로에게 더욱 상처를 줄 수 있다.
그 문제가 매우 복잡하더라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답이 있든 없든 우리는 그 힘듦을 공유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