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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Mar 06. 2016

#29.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같이 양치하기


서로를 마주보는 것만큼 따뜻한 순간은 없다. 그와 나도 연애를 하는 동안 자주 눈을 맞추며 서로를 보는 시간을 늘려갔다.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은 조금 특별해도 괜찮다. 그와 나는 연애를 시작하면서 종종 같이 양치하는 시간을 가졌다. 칫솔에 치약을 묻혀 이를 닦으며 함께 같은 거울을 바라본다.


그 거울 안에는 함께 양치질을 하고 있는 그와 내가 있다. 둘다 같은 모습으로 치아를 드러내며 열심히 칫솔질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거울을 통해 서로의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난 지금도 그와 함께 양치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일을 마치고 그가 욕실로 들어갈 때 나도 그의 양치 타이밍에 맞춰 칫솔을 꺼내든다.


양치를 하는 동안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지만, 그저 치카치카 소리 속에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같은 거울로 바라보며, 그리고 거울 속에 함께 나란히 양치를 하고 있는 우리를 보며 웃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아주 사소한 일 마저도 함께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어제보다 더 사랑하게 된다.


연애 초기엔 이를 같이 닦는 것이 다소 쑥쓰럽고 창피했다. 거울 속에 비친 '우리'를 바라볼 새도 없이 내 얼굴이 추하지는 않은 지 살펴보는데 바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내가 아닌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울 속의 우리를 보며 흐뭇해한다.


연애 10년차, 결혼 1년차를 보낸 지금은 양치 후 양치물을 서로의 손에 뿌리며 장난칠 정도로 편하고 익숙해졌다. 눈꼽을 떼지 않은 상태에도, 머리를 감지 않은 부시시한 상태에도 그저 나란히 서서 양치를 한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예쁘지 않아도 좋다. 그저 10년 내내 옆에 있어준 그와 새로운 아침을 맞이해 함께 싱그러운 양치를 함께 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하루종일 피곤함과 스트레스에 짓눌렸다면 사랑하는 그와 색이 다른 칫솔을 하나씩 들고 욕실로 향해보자. 그리고 거울 속 우리를 보며 양치하자. 잇속 개운함처럼 피곤했던 몸과 마음도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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