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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드리고는 어떻게 세탁을 플랫폼으로 만들었을까?

반복 소비를 락인 구조로 전환한 생활 인프라의 전략 - 전략기획

by 김준성

세탁소는 사라지는데, 세탁 스타트업은 커지고 있다?

2017년 약 27,000개에 달했던 국내 세탁소 수는 2023년 기준 약 20,00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 패턴과 자동 세탁기의 보급, 저가 의류 확산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세탁소는 사양 산업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세탁 업계의 정반대 흐름을 보여주는 기업이 있다. 바로 ‘런드리고’. 이들은 세탁소가 줄어드는 시대에 오히려 성장하고, VC로부터 수백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고도화된 물류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글은 런드리고의 사업 구조를 중심으로, 이들이 어떻게 세탁이라는 ‘불편한 일상’을 플랫폼화했는지를 분석한다.

출처: 런드리고


런드리고의 비즈니스 구조 – 세탁을 서비스에서 플랫폼으로

런드리고의 구조는 단순한 ‘비대면 세탁 대행’이 아니다. 고객의 시간, 동선, 습관을 중심으로 전 과정이 설계된 수직 통합형 인프라 비즈니스다.

앱 기반 주문: 세탁물 수거 요청부터 결제, 배송 확인까지 모든 과정이 비대면 모바일 앱 내에서 이루어진다.

전용 수거함 ‘런드렛’: 집 앞에 설치되는 무인 수거함을 통해 대면 없이 세탁물을 맡기고 받는 구조.

자체 세탁 공장: 수거된 세탁물은 런드리고가 직접 운영하는 대형 세탁 센터에서 일괄 처리됨. 품질, 속도, 표준화된 경험을 동시에 확보.

배송 네트워크: 야간 배송까지 포함된 풀필먼트 기반 세탁물 배송 시스템.

이렇게 런드리고는 세탁 전 과정에서 소비자 행동의 불편을 제거하고, 사용자 경험을 플랫폼처럼 설계한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이 전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단순한 운영 효율화를 넘어서 고객 기반 PB 상품 기획과 개인화된 서비스 제안 등 비즈니스 외연 확장의 토대가 되고 있다.




반복 소비 + 비대면 = 락인 구조

세탁은 포기할 수 없는 반복 소비다. 특히 맞벌이, 1인 가구, 반려인 등의 증가로 인해 야간·주말·비대면 수요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런드리고는 이 지점에 정확히 맞춰 락인 구조를 설계했다:

세탁은 매주 반복되는 필수 소비

앱 설치 → 런드렛 설치 → 비대면 정기 사용 → 이탈 비용 상승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최적화하는 구조 = 유틸리티화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서, 런드리고를 생활 속 고정 인프라처럼 느끼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신사업 확장 – 데이터 기반 PB 전략

런드리고는 세탁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PB)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브랜드명은 ‘Life Goes On’, 이름 그대로 반복되는 일상을 위한 제품들이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 로션, 치약, 타월, 파자마 등을 자체 기획해 앱 내에서 판매

제품은 세탁물과 함께 배송 → 구매 진입장벽 최소화

세탁물 데이터 → 세탁 주기/소비 패턴 → 추천 알고리즘 기반 판매

이로써 런드리고는 단순한 세탁 서비스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생활용품 유통 플랫폼으로 스케일업하고 있다.




투자자가 주목한 구조 – 수익성과 확장성

런드리고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1,000억 원 이상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매력이 있다:

반복 소비 기반의 예측 가능한 수요

앱 + 풀필먼트 + 인프라 내재화 → 운영 통제 가능

PB 확장 가능성 = 수익성 증폭 포인트

생활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 가능성

이 모든 요소는 런드리고가 단순한 ‘세탁 스타트업’이 아니라, 생활밀착형 플랫폼 인프라로 보이게 만든다.




크린토피아와의 비교 – 전통 vs 디지털 구조

둘 다 구조화에는 성공했지만, 구조의 방식이 다르다. 크린토피아는 오프라인을 효율화했고, 런드리고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생활을 설계했다.





결론 – 런드리고는 세탁 스타트업이 아니다. 인프라다

런드리고는 ‘세탁을 대행해주는 앱’이 아니라, 세탁이라는 반복 소비를 락인으로 전환한 플랫폼이다.
디지털 UX, 수거 인프라, 자체 공장, 앱 기반 유통, PB 확장까지 – 이들의 구조는 단단하고 유연하다.

이 사례는 단순한 서비스 스타트업의 성공을 넘어서, 전통 업종조차 플랫폼화될 수 있다는 전략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세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PB 상품 확장은, 런드리고가 단순한 유틸리티 서비스를 넘어 생활 전반을 설계하는 플랫폼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 줄 요약

반복 소비를 구조화하면, 불편한 일상도 플랫폼이 된다 – 런드리고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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