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탁 스타트업이 대기업 자회사를 인수한 이유

런드리고의 전략적 M&A 분석 - 전략기획

by 김준성

2022년, 세탁 스타트업 ‘런드리고’가 대기업 아워홈의 자회사, 호텔 세탁 전문 기업 ‘크린누리’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보통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그림이 익숙하죠.

하지만 이번엔 반대였습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계열사를 인수한 이례적인 사례.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 인수를 단순한 성장 이벤트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 인수는 런드리고의 비즈니스 전략이 B2C에서 B2B로 전환되는 신호탄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런드리고는 크린누리를 통해 새로운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확장을 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숙박매거진


외주 세탁의 한계, 그리고 확장성의 병목

런드리고는 세탁물 수거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생활형 서비스입니다.
편리한 앱 경험과 브랜드 친화적인 UX로 MZ세대에게 빠르게 확산되며, B2C 중심의 성장을 이어왔죠.

하지만 그 안에는 구조적인 병목이 있었습니다.

서비스의 핵심 공정인 ‘세탁’이 외주에 의존되고 있었던 겁니다.초기에는 외주가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요가 급증하면서 점점 문제가 생겼습니다.

세탁 품질이 들쭉날쭉해지고

하루 수용 가능한 물량에도 제한이 생기고

문제 발생 시 런드리고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 병목은, 단순히 외주 업체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런드리고는 왜 ‘직접 운영’을 선택했을까

런드리고는 이 병목을 스스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바로, 크린누리 인수였습니다.

크린누리는 국내 5성급 호텔들의 세탁을 전담해온 기업입니다.
워커힐, 노보텔, 안다즈 같은 프리미엄 호텔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었고, 이미 하루 25톤 이상의 세탁물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자동화 설비를 갖춘 전문 세탁 공장이었죠.

하지만 단순히 설비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크린누리의 고객 구조와 세탁 품질, 그리고 운영 노하우 전체가 런드리고의 확장 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던 것입니다.




이 인수의 핵심은 ‘B2B 시장 진출’이었다

이번 인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전략적 포인트는, 바로 B2B 시장으로의 본격 진입입니다.

크린누리는 B2C가 아닌 B2B 기반의 세탁 업체였습니다.
즉, 런드리고는 이 인수를 통해 단순한 생산 인프라 확보를 넘어서, 호텔·병원·기숙사 등 고정 수요를 가진 기업 고객을 바로 상대할 수 있는 기반을 손에 넣은 겁니다. 이는 런드리고가 단순한 생활형 스타트업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를 책임지는 B2B 서비스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이 B2B로 진입할 때 가장 어려운 ‘레퍼런스와 신뢰도’를 크린누리 인수를 통해 단숨에 확보하게 된 셈이죠.



런드리고가 얻은 전략적 자산들

1) B2B 영업 기반 – 즉시 진입 가능한 레퍼런스

기존의 호텔 고객사, 운영 프로세스, 품질 인증 체계까지
B2B 영업에서 필요한 핵심 기반이 고스란히 런드리고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2) 설비와 인력 – 즉시 확장 가능한 인프라

공장을 새로 짓고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시키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런드리고는 이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가동 가능한 자동화 공장과 숙련된 인력 조직을 확보했습니다.


3) ‘호텔급 세탁’이라는 브랜드 포지셔닝

크린누리의 프리미엄 호텔 세탁 이력은, 런드리고가 일반 소비자에게도 “호텔급 퀄리티”를 내세울 수 있게 해주는 신뢰 자산입니다.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전략적 전환

많은 스타트업은 ‘가볍게’ 움직이기 위해 물리적 자산을 소유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런드리고는 그 정반대의 선택을 했습니다.문제의 본질을 직접 통제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시장(B2B)으로 진입하기 위해, 자산과 사람을 인수하는 무거운 전략을 택한 겁니다.



전략적 인수의 가능성을 열다

런드리고의 크린누리 인수는 스타트업이 특정 시장의

병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외주 모델에서 발생한 운영 제약 해소

기업 고객 대상 사업 확장을 위한 신뢰 확보

그리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 확장성 확보

앞으로 자본력과 실행력을 갖춘 스타트업이라면, 이런 전략적 인수는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이 인수가 향후 국내 스타트업의 B2B 진입 전략에서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런드리고는 어떻게 세탁을 플랫폼으로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