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2011년,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국내 토종 외식 브랜드인 '놀부'의 외식사업 부문을 약 114억 원에 인수했다.
놀부보쌈과 놀부부대찌개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은 놀부는 당시 프랜차이즈 업계의 강자였다. 외국계 자본이 전통 외식 브랜드에 어떤 혁신을 불러올지에 대한 기대가 모였던 시기였다.
하지만 11년 뒤인 2022년, 모건스탠리는 놀부 지분 57%를 NB홀딩스 컨소시엄에 약 200억 원에 매각하며 조용히 시장에서 철수했다. 투자 기간만 보면 길지만, 수익률 관점에서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PE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어울리지 않는 구조였을까?
놀부는 왜 모건스탠리의 손을 거쳤는데도 결국 무너졌을까?
모건스탠리가 놀부에 끌린 이유는 단순했다.
본사는 매장을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와 물류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은 가맹점 수나 수수료율이 아니라, 브랜드가 시장에서 가지는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
놀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트렌드에 뒤처지며 브랜드 신뢰가 약화되었고, 이는 곧 가맹점 매출 저하 → 점주 이탈 → 수수료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렀다.
가맹 중심 모델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아니라, 시장 감각과 운영력이 결합되어야만 유지되는 섬세한 생태계다. 모건스탠리는 이를 단순한 수익 공식처럼 해석했고, 거기서 실패는 시작됐다.
놀부는 2020년 기준 13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매출은 놀부보쌈과 부대찌개&철판구이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머지 브랜드는 대부분 매장 수 50개 미만으로 존재감이 희박했고, 외식 시장에서 뚜렷한 차별성과 팬층을 만들지 못했다.
형식적으로는 사업 다각화를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두 브랜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문제는 이 주력 브랜드들조차도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메뉴 확장성은 낮고, 인테리어와 콘셉트는 시대에 뒤처졌으며, MZ세대를 겨냥한 리포지셔닝은 거의 시도되지 않았다.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지 못하는 브랜드는, 결국 오래된 이름에 불과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외식업계는 저비용·고효율 창업이 대세였다.
1~2인이 운영 가능한 소형 매장, 배달 중심 구조, 조리 자동화 등이 트렌드가 되었고, 이는 예비 창업자의 선택 기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하지만 놀부는 여전히 대형 주방, 높은 인건비, 복잡한 오퍼레이션 구조를 유지했고, 이로 인해 창업자에게 부담스러운 브랜드가 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놀부는 '과거의 외식 브랜드'로 인식되었고, 브랜드 이탈은 점점 가속화됐다. 트렌드를 읽지 못한 브랜드는, 고객의 선택지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난다.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단기 수익성과 빠른 밸류업을 추구한다.
하지만 외식 프랜차이즈는 정성적 가치와 경험 기반 산업이다.
브랜드 리빌딩, 고객 접점의 개선, 운영 시스템의 장기적 고도화가 필요한데, 이는 3~5년 내 숫자 성과로 환산되기 어렵다. 모건스탠리는 중간에 전략적 파트너 없이 독자 운영을 선택했다. 이는 외식업 특유의 감성과 현장 중심성에 대응하지 못하게 만든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는 노후화되었고, 내부 인재는 이탈했으며, 조직은 쇠퇴했다. 투자금 회수 시점이 다가왔을 때, 남은 것은 관리되지 못한 브랜드뿐이었다.
놀부 사례는 외식업이 단순히 '가맹점 수 × 수수료'로 계산되는 사업이 아님을 보여준다.
브랜드는 숫자가 아닌 감각이며, 운영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숫자와 구조로만 프랜차이즈를 해석한 투자 전략은, 외식업의 본질을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
놀부는 브랜드 다각화에 실패했고, 핵심 브랜드는 리포지셔닝 없이 노후화됐으며, PE는 이 모든 것을 숫자로만 관리했다.
결국 그 간극은 점점 벌어졌고, 철수는 조용히 이루어졌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은 자산이 아니라 유기체다.
그것을 재무제표로만 이해한다면, 또 다른 놀부가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