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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은 가성비 브랜드의 기회인가?

전략기획

by 김준성

가성비 브랜드는 왜 불황기에 강한가?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자는 가성비를 원한다. "돈을 안 쓰는 것"보다는, "쓸 만한 데에만 쓴다"는 기준이 명확해진다. 이때 가성비 브랜드는 단순히 '저렴함'이 아니라 '가격 대비 효용이 높은 선택지'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일수록 불황기에 더 강해진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가성비 브랜드가 불황기에 강해지는 이유는 다음 다섯 가지 요소로 분석할 수 있다.


1) 소득효과

실질 소득이 줄어들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기존보다 더 저렴한 대체재를 찾는다. 예를 들어, 평소 4천 원짜리 스타벅스를 마시던 소비자가 1천 원짜리 편의점 커피로 전환하는 식이다.


2) 기회비용의 변화

불황기에는 돈의 상대적 가치가 커진다. "이 1만 원으로 더 많은 걸 할 수 있어"라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소비자들은 같은 품질이라면 더 저렴한 옵션을 선택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3.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 소비자 기대심리도 위축된다. 소비자들은 필수적이지 않은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하면 가성비 좋은 선택지를 고르려는 전략으로 전환한다.


4. 소비자 효용 극대화 전략 변화

소비자는 주어진 예산 내에서 최대한의 만족을 추구한다. 불황기엔 예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돈으로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즉,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찾게 된다. 브랜드 충성보다 가격과 기능 중심의 선택으로 이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5) 가격 민감도 증가

불황기엔 소비자의 가격 탄력성이 높아진다. 같은 품질이라면 가격이 조금만 낮아도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가격 대비 효용이 높은 브랜드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 최근 소비 트렌드인 YONO(You Only Need One)가 결합되며 이 흐름은 더 구조화되고 있다. YONO는 '하나면 충분하다'는 미니멀 소비 개념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하나만 선택하는 소비 경향을 뜻한다. YONO 트렌드는 소비자에게 "싸게 여러 개를 사기보단, 제대로 된 하나를 고르자"는 판단 기준을 심어주고 있으며, 이는 다이소와 같은 구조적 가성비 브랜드에 정확히 부합한다.

요약하면, 가성비 브랜드는 불황기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합리적 선택지로 작동하며, 다이소는 이러한 경제적 조건과 심리적 요인을 정확히 설계에 반영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130658155.1.jpg 불황이 바꾼 가성비 소비로 연 매출이 올라가는 가성비 브랜드들, 사진: 동아일보


다이소는 어떻게 가성비를 구조화했나

1) SKU 큐레이션 – 복잡한데 편안하다

다이소는 수만 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매장은 혼란스럽지 않다.

상품은 테마별로 정리되어 있고, 시즌별로 구획이 바뀌며, 소비자가 스스로 목적을 만들 수 있게 유도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파는 구조가 아니라, 고객의 탐색 비용을 낮추는 설계다.

결국 이는 고객의 평균 체류 시간을 늘리고, 충동 구매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다.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이는 고객 여정 설계와 진열 전략의 결합이다.


2) 극한의 단가 설계 – 싸게 파는 게 아니라 싸게 만드는 법

다이소는 대부분의 상품을 자체 PB(자체 기획 상품)로 판매한다. 일본 다이소 본사와의 공동기획, 국내 제조사와의 직접계약, 유통마진 최소화를 통해 저가 고정가 정책을 실현해왔다. 이 가격은 공급망, 제조단가, 물류까지 계산된 전략 결과다. 단순 유통이 아니라 ‘수직통합형 원가 구조’에 가까운 모델이다.

이러한 원가 구조 덕분에 다이소는 가격 탄력성이 거의 없는 구조에서도 높은 회전율로 수익을 만들어낸다.

즉, 다이소의 경쟁력은 단가 자체보다 원가 구조 설계 능력에 있다. 이는 일반적인 유통기업이 따라갈 수 없는 진입장벽이다.


3) 고정가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

다이소는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1,000~5,000원 사이에 정해져 있다.

가격표를 유심히 보지 않아도 되는 구조, 가격에 대한 신뢰는 곧 소비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소비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이는 장기적으로 고객의 재방문율과 브랜드 충성도까지 연결된다.

고정가 정책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UX 전략이다.




가성비 브랜드의 비즈니스 조건–저렴함이 아닌 설계된 구조

불황기 소비자의 기준은 단순히 가격이 아니다.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는가

가격이 언제나 일관된가

나의 선택을 덜 피곤하게 해주는가

기대 이상의 만족이 있었는가

이런 조건이 충족되어야 진짜 '불황기 강자'가 된다. 다이소는 가격 경쟁이 아닌, 구조적 기획으로 만들어진 경험을 판다. 리테일 관점에서 보면, 이는 SKU 큐레이션 전략, 유통 밸류체인 통제, 고객 여정 최적화라는 세 축을 안정적으로 연결한 결과다.

다시 말해, 다이소는 가격 중심 브랜드가 아니라, '선택 설계' 기반 브랜드다.

불황기에 강한 브랜드는 싸게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과 해석을 미리 설계해둔 브랜드다.




결론 – 싸게 판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싸게 설계해야 이긴다.

다이소는 싸서 성공한 게 아니다. 불황기에 사람들의 소비 기준을 '설계'한 브랜드다. 불황은 모두에게 위기지만, '선택지를 설계할 수 있는 브랜드'에겐 기회가 된다. 지금 소비자들은 덜 쓰고 있지만, 더 똑똑하게 고르고 있다. 그 기준을 선점한 브랜드가, 다음 경기 반등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불황은 가격을 낮추는 브랜드가 아니라, 판단 기준을 새로 제시하는 브랜드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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