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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러는 브랜드에게 축복일까, 독일까?

전략기획

by 김준성

리셀러 현상이 말해주는 브랜드의 실체

리셀 시장에서 정가보다 몇 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명품 아이템을 보면, 해당 브랜드의 인기도와 희소성이 입증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리셀 시장이 커질수록 브랜드 측면에서는 분명한 기회와 동시에 위험 요소도 존재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리셀러는 단순한 중고 거래자가 아니라, 브랜드가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비추는 하나의 거울이다. 리셀 시장의 움직임은 브랜드의 희소성, 팬덤, 유통 전략의 민낯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리셀러가 브랜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위험 요소를 두 가지 유형의 브랜드 관점(슈퍼 하이엔드와 스트리트/컨템포러리)으로 구분해 분석하고, 전략적 인사이트를 도출해봅니다.

명품 샤넬 매장 앞에서 리셀러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는 사진: 이데일리


브랜드가 리셀러를 바라보는 전략적 기준

리셀러의 존재가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는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체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폐쇄성과 희소성으로 가치를 구축한 슈퍼 하이엔드 브랜드

트렌드와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스트리트/컨템포러리 브랜드

각 유형마다 리셀러가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달라집니다.




슈퍼 하이엔드 브랜드– 리셀러가 브랜드 권위를 위협하는 경우

샤넬, 에르메스, 로로피아나와 같이 “돈이 있어도 아무나 살 수 없다”는 서사로 정체성을 확립한 브랜드는 철저한 구매 이력 관리와 한정 공급을 통해 희소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합니다.
이런 브랜드에게 리셀러가 늘어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가격 통제력 상실

리셀 시장에서 가격이 자유롭게 형성되면 브랜드가 의도한 프리미엄 가격 정책이 무력화됩니다.


2) 유통 질서의 붕괴

공식 채널 외의 리셀 시장이 확대되면, 브랜드가 설정한 유통 구조와 고객 관리 체계가 혼란스러워집니다.


3) VIP 고객층 및 브랜드 권위 약화

구매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릴 경우, “선별된 고객”이라는 메시지가 희석되어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이 손상됩니다. 이처럼 슈퍼 하이엔드 브랜드는 리셀러의 증대를 브랜드 가치 훼손의 위험 신호로 간주하며, 리셀 시장을 철저히 통제하거나 외부 문제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스트리트/컨템포러리 브랜드 – 리셀러가 브랜드 인기를 확산시키는 경우

슈프림, 오프화이트, 아미 등은 트렌디함과 대중성을 앞세워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는 리셀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합니다.

희소성 및 인기 증폭 효과
리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놓치면 안 되는 아이템”으로 인식하게 되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대됩니다.

신규 고객 유입 경로
리셀러를 통해 브랜드를 처음 접한 고객이 이후 정가 제품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 마케팅 효과
한정판 제품이 빠르게 매진되고 리셀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 소비자들 사이에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심리가 강화되어 브랜드에 대한 열풍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처럼 스트리트 및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리셀러 현상을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소비자 유입을 위한 긍정적 요소로 활용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리셀러의 순기능과 위험 요소

순기능

1) 희소성과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
리셀 가격 상승은 “인기 있고 희귀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여 브랜드의 가치를 부각시킵니다.


2)브랜드 인지도 및 트렌드 유지

리셀 거래 자체가 화제성을 만들어내어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이미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3) 신규 고객 유입의 접점 마련
리셀러를 통해 브랜드를 경험한 소비자가 향후 정가 제품의 충성 고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험 요소

1) 브랜드 통제력 상실
리셀러가 가격과 유통을 좌지우지하게 되면, 브랜드가 의도한 가격 정책 및 공식 채널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2) 위조품 및 회색 시장 확대
리셀 시장의 활성화는 위조품 유통과 회색 시장을 촉진하여 브랜드 신뢰도와 품질 보증 체계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3) 고객 경험 및 서비스 일관성 저하
리셀러를 통한 구매는 브랜드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 애프터케어 등의 고객 경험이 왜곡될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브랜드는 리셀러 현상을 '통제'하거나 '설계'해야 한다

리셀러 현상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과 목표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제 전략:
슈퍼 하이엔드 브랜드의 경우, 구매 제한, VIP 관리, 한정 수량 공급 등으로 리셀 시장을 최대한 차단하여 브랜드 권위를 유지합니다.

설계 전략:
스트리트/컨템포러리 브랜드는 리셀러 현상을 오히려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하여, 공식 플랫폼과 협업하거나 인증 중고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소비자 경험과 유통 경로를 일정 부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단순히 리셀러를 수용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근거한 전략적 결정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결론

리셀러는 단순히 제품을 되파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브랜드의 희소성, 팬덤, 유통 전략, 소비자 심리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실질적인 시장 참여자다.

어떤 브랜드에게는 리셀 시장이 희소성과 인기를 증폭시키는 기회가 되지만, 다른 브랜드에게는 브랜드 권위와 통제력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된다. 중요한 건 이 현상을 단순히 외부 변수로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브랜드의 정체성과 전략에 맞춰 통제하거나 설계할 것인가다.

브랜드는 리셀러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 마케팅 자산으로 적극 활용할지, 프리미엄 유통 질서를 지키기 위해 철저히 차단할지. 어느 쪽이든 전략은 분명해야 한다.

결국 리셀 시장은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시장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자 하는지를 드러내는 전략적 시험대다.
리셀러는 축복도, 독도 아니며 — 브랜드가 선택한 전략의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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