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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기본템은 유행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왜 요즘 브랜드는 베이직을 미는가? - 전랴기획

by 김준성

지금은 '기본템'이 아니라 '구조템'의 시대다

최근 패션 브랜드들을 보면 하나같이 '기본템'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베이직 아이템은 브랜드의 유입, 재구매, 마진, 재고 관리까지 전방위적으로 비즈니스 성과에 영향을 준다. 요즘 브랜드들이 기본템에 진심인 이유는, 바로 이 비즈니스 구조에 최적화된 상품군이기 때문이다.

무탠다드: 브랜드 초기부터 기본템 중심. 반복 구매 유도형 상품 설계

아더에러: 감성 강한 브랜드지만, 일부 심플한 제품군을 통해 입문자 접근성을 확보

쿠어(COOR): 슬랙스 전문성 기반 반복 구매 구조 강화

코스(COS): 프리미엄 베이직 전략으로 고급화

마뗑킴: 일부 라인업은 입문자 진입성 고려한 기본 구성

무신사 입점 브랜드들 역시 시즌마다 베이직 라인을 전략적으로 기획하거나, 스테디셀러를 '기본템화'해 상품 구조를 안정화한다. 이는 단지 디자인의 단순함 때문이 아니라, 이 구조가 브랜드 운영의 핵심 효율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img.jpg 사진: 타 티스토리 블로그


기본템은 CAC(고객 획득 비용)를 낮춘다

기본템은 유행을 덜 타고,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거부감이 적다. 이는 곧 브랜드 입장에서 신규 고객 유입 시 리스크가 적은 상품이라는 뜻이다.

무신사, 지그재그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특히나 첫 구매 유도력이 중요한데, 이때 기본템은 브랜드에 대한 경험 없이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군으로 작동한다.

첫 구매에 적합한 가격대와 디자인

사이즈, 핏, 컬러감 등에서 안전한 선택지 제공

착용 시 기대치가 명확하여 고객 만족도 확보가 쉬움

실제로 많은 브랜드들이 자사몰 또는 플랫폼 내 유입을 위해 가장 앞단에 배치하는 상품은 로고플레이나 트렌디한 디자인이 아니라, 기본 라인의 티셔츠, 슬랙스, 셔츠다. 이는 고객 획득 비용(CAC)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다.

예시) 무탠다드의 크루넥 반팔 티셔츠는 무신사 스토어에서도 입문자용 제품으로 자주 언급되며, 신규 고객 유입의 대표적인 '입구 상품' 중 하나로 작동한다. 수치화된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리뷰, 상품 평점, 검색 순위 등에서 해당 제품군이 유입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반복 구매를 유도해 LTV를 높인다

기본템은 소비자 입장에서 '질릴 수 있지만 다시 사야 하는 제품'이다. 티셔츠, 셔츠, 니트, 슬랙스 등은 자주 입고 쉽게 닳는다. 그래서 처음이 괜찮으면 다음에도 또 사게 된다.

"무난하고 괜찮았어" → "또 살 이유가 충분해"

이 구조는 브랜드 입장에서 고객 생애가치(LTV)를 높이는 데 최적이다. 트렌디한 아이템은 특정 시즌에 반짝하지만, 기본템은 일정한 주기로 교체 수요가 존재한다.

여기에 상세한 사이즈 가이드, 핏 정보, 소재 정보 등을 제공하면 '처음 산 게 괜찮았으니 다음에도 실패 없겠지'라는 기대감을 만들 수 있고, 이는 곧 반복 구매로 이어진다.

예시:

쿠어는 '슬랙스 맛집'으로 반복 구매를 설계. 다양한 핏과 길이, 소재를 선택지로 제공하면서도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유지.

무탠다드는 핏/사이즈/소재에 대한 상세 정보 제공으로 실패 확률을 낮추고 재구매를 유도. 특히 여름/겨울 베이직 웨어는 시즌별로 동일 제품을 다시 사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놓았다.

이처럼 기본템은 트렌디한 제품이 만들기 어려운 "신뢰 기반의 반복 소비 구조"를 구축하는 데 탁월하다.




기본템은 재고 리스크를 줄이고 마진을 지킨다

패션 비즈니스의 가장 큰 리스크는 재고다. 유행 아이템은 트렌드를 놓치면 곧바로 팔리지 않지만, 기본템은 계절과 유행을 초월해 반복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기획 물량을 과감히 잡을 수 있음 → 단가 절감

시즌 오프 시에도 베이직한 '할인템'으로 기능

다음 시즌에도 동일 제품 재활용 가능

이는 공급망(SCM) 효율과도 직결된다. 매 시즌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기존 인기 제품을 소폭 개선하거나 색상만 변경해도 되기 때문에 기획, 생산, 물류 전반에서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또한, 기본템은 대부분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일부 브랜드에 한해서는 할인 없이도 전환율이 유지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무탠다드, 365에브리데이, 인스턴트펑크 등의 브랜드는 기본템을 마진 방어형 전략 상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고가 제품군의 가격 허들을 낮춰주는 역할도 한다.




점유율을 키우고 시장을 고착화한다

기본템은 개성보단 범용성의 영역이다. 티셔츠, 셔츠, 슬랙스처럼 모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은 시장 수요 자체가 크다. 이 영역을 선점한 브랜드는 곧 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

트렌디한 제품은 팬층을 만들 수는 있지만 대중적 볼륨은 제한된다. 반면 기본템은 '모두의 옷장에 하나쯤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 크기가 다르고 경쟁 구조도 완전히 다르다.

팬층을 만드는 상품이 아니라, 점유율을 먹는 상품

누구나 사는 제품군이기에 1등 브랜드가 되면 고착화 유리

재구매 유도 구조로 플랫폼 내 점유율 유지 가능

브랜드의 이름보다 '경험의 기억'으로 소비되는 제품군이기 때문에, 품질과 신뢰감이 축적되면 해당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그 카테고리의 기준점이 된다.

예: '슬랙스 하면 쿠어', '여름 티셔츠는 무탠다드', '기본 니트는 코스'처럼 기본템을 통해 카테고리 리더십을 구축한 브랜드는 지속적인 유입과 점유율 방어가 가능하다. 물론 이 역시 소비자 인식에 기반한 정성적 평가이며, 구체적인 점유율 수치는 브랜드 내부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론: 기본템은 가장 이성적인 선택이다

브랜드가 기본템에 진심인 이유는 유행을 좇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곧 브랜드가 살아남고 확장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CAC)

반복 구매를 설계하고 (LTV)

재고를 최소화하고 (SCM)

점유율을 고착화하는 구조

이 구조는 특히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브랜드일수록 더 명확하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입-반복-추천까지 연결되는 전환 퍼널의 중심에 기본템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기본템은 유행을 따르는 제품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무기다."

지금의 기본템 전쟁은 멋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시장 안에서 영향력을 고착화하려는 본질적 전략의 실행이다.

이제 패션 브랜드의 성장 전략에서 기본템은 단순한 라인이 아니다. 브랜드의 첫 경험이자, 수익 구조의 핵심이자, 시장 지배 전략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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