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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향 커머스일수록 왜 '락인 전략'이 더 필수적일까?

찜만 누르고 나가지 않게 만드는 UX 전략의 본질 - 전략기획

by 김준성

현상: 여성 커머스는 왜 이렇게 '복잡해' 보일까?

에이블리, 지그재그, 브랜디처럼 여성향 커머스 앱을 보면 공통적으로 기능이 많다. 찜하기, AI추천, 스타일탭, 후기 콘텐츠, 이벤트 배너, 데일리룩 피드, 쿠폰알림까지. 앱 내부 구조는 복잡하고 정보량도 많다.

반면 무신사나 하이버처럼 남성향 중심의 커머스 앱은 훨씬 간결하다. 메인에 들어가면 곧장 상품 정렬, 카테고리, 브랜드, 랭킹 중심으로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차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 행동 패턴과 전환 구조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다.




여성 소비자는 '탐색 중심' 구조로 구매 결정을 내린다

여성 소비자는 평균적으로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구매 결정을 한다:

검색 → 찜 → 비교 → 숙고 → 후기 탐색 → 구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하나의 상품을 본다고 바로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 커머스 앱에서 찜하고, B 커머스에서 같은 상품을 검색해본다

다른 가격, 할인율, 리뷰 수, 배송 정보를 비교한다

친구에게 공유하거나, 저장해두고 다음날 다시 본다

즉, 구매까지의 여정이 길고, 중간 이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찜만 하고 나가버리는' 고객을 다시 붙잡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락인 전략'이 작동한다.




반대로 남성 소비자는 '탐색 최적화'에 반응한다

남성 고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비교보다 신뢰 기반의 추천을 선호함 (ex. 무신사 랭킹)

빠른 탐색, 빠른 결정

구매 이유보다는 "추천받았으니 괜찮겠지"에 의존

이러한 행동 구조에서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랭킹, 필터, 인기 상품 정렬, 브랜드 페이지만으로도 충분히 구매 전환이 일어난다. UX는 단순하고 직관적일수록 좋다.

무신사의 UI/UX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빠르게 고르고, 빠르게 사는' 구조에 최적화된 설계다.

여성향 커머스가 정보 밀도가 높은 '체류형 구조'라면, 남성향 커머스는 빠른 탐색을 지원하는 '전환형 구조'다.




여성 커머스에서 락인이 중요한 이유: 여정이 길고 이탈 위험이 크다

여성 소비자의 탐색 구조는 길고 복잡하다. 찜 → 비교 → 숙고 → 재방문이라는 단계는 중간에 끊기면 그 고객은 영영 떠난다.

그래서 여성 커머스 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락인 전략'이 필요하다:

찜 → 다시 보기 알림: 찜한 상품에 가격 할인, 재입고 알림이 오는 구조

AI 개인화 추천: 고객의 찜/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홈 화면 커스터마이징

커뮤니티/콘텐츠 피드: 스타일탭, 데일리룩, 인플루언서 콘텐츠로 체류 시간 증대

후기 기반 추천: 상품 정보보다 후기가 중요한 고객에게 설득 포인트 제공

쇼핑 캘린더/쿠폰 알림: 이탈 방지용 푸시 기능을 중심으로 재방문 유도

즉, 이탈을 전제로 한 UX 설계가 아니라, 앱 안에 오래 머물게 만들고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락인 구조가 핵심이다.




에이블리는 왜 이렇게까지 많은 기능을 넣었을까?

에이블리는 락인 전략의 가장 집요한 사례다.

찜하기는 단순한 저장 기능이 아니다. → 데이터를 통해 개인화, AI 추천, DAU 유지에 활용

스타일탭은 콘텐츠가 아니다. → 사용자 체류를 높이고, 감정적 설득을 유도하는 마케팅 채널

앱 내부 기능은 복잡하지만, 연결되어 있다. → 찜 → 추천 → 후기 → 장바구니 → 쿠폰 적용 흐름이 자연스럽다

에이블리는 '앱에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구조'를 최우선으로 설계했고, 그 결과 기능의 양이 많은 것이 아니라 전략적 연결성이 강한 앱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에이블리는 어떤 기능을 우선적으로 넣을 것인지도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체류 시간을 늘리는 기능: 스타일탭, 라이브쇼핑, 데일리룩 피드 등은 콘텐츠 소비를 유도해 앱 이탈을 막는다.

데이터 기반 개인화 기능: 찜, 검색,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하고 홈 화면을 커스터마이징한다.

재방문을 유도하는 기능: 쿠폰함, 쇼핑 캘린더, 재입고 알림, 가격 하락 알림 등은 유저가 앱을 떠난 이후에도 다시 돌아오게 만든다.

커뮤니티적 요소: 팔로우 기반 피드, 후기 좋아요, 인플루언서 게시물 등은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 충성도를 높인다.

생활형 콘텐츠 기능: 웹툰, 뷰티 카메라(AR), 쇼핑 테스트 등은 쇼핑과 직접 연관되지 않더라도 앱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적 도구다. 이는 사용자의 일상 루틴 안으로 커머스를 자연스럽게 침투시키는 확장 전략이다.

이 모든 기능은 '많으니까 좋은 것'이 아니라, 이탈 방지와 체류 유지를 위한 설계된 목적이 명확한 기능들이다.

기능이 많아서 잘 되는 게 아니다. 락인을 위한 명확한 목적이 기능을 정당화하고 있다.
출처: 에이블리




결론: 여성 커머스 플랫폼은 '앱'이 아니라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플랫폼은 고객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특히 여성 커머스는 탐색형 소비 구조이기 때문에, 락인이 되지 않으면 고객은 언제든 나가버린다.

찜만 하고 나가지 않게 하려면, 다시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후기만 보고 끝나지 않게 하려면, 콘텐츠가 이어져야 한다

타 플랫폼으로 비교하러 나가지 않게 하려면, 앱 내에서 모든 비교가 가능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묶는 전략이 바로 락인 전략이며, 여성 커머스 플랫폼의 모든 기능, 콘텐츠, 알림, 큐레이션은 이를 위한 구조적 해답이어야 한다.

"찜 누르고 나가는 순간, 끝이다.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UX가 전략이다."

에이블리, 지그재그, 브랜디의 경쟁은 결국 기능 경쟁이 아니다. 얼마나 이탈을 막고, 얼마나 자주 돌아오게 만드느냐의 '락인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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