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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안에서 브랜드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유입과 정체성 사이, 브랜드가 택해야 할 전략 - 전략기획

by 김준성

현상: '매출은 늘었지만, 우리 브랜드는 사라졌다'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같은 입점형 커머스 플랫폼은 확실한 유입을 보장한다. 수많은 고객이 몰리고, 트래픽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만큼 브랜드가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진다.

소비자는 상품을 기억하지, 브랜드를 기억하지 않는다

'무신사에서 샀어'라는 말은 있지만, 어떤 브랜드였는지는 흐릿하다

플랫폼이 강할수록, 브랜드는 ‘소모’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중소형 브랜드는 입점 이후 빠르게 매출이 오르지만, 그만큼 빠르게 잊히거나 대체된다. “내 브랜드를 키운다는 느낌보다, 그냥 하나의 상품공급자가 된 느낌”이라는 말이 현장에서 들리는 이유다.

플랫폼은 기회의 땅이지만, 그 안에서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쉽다.
image.png?type=w800 출처: 네이버 블로그(A4 Engineer)


플랫폼은 '상품 단위'로 유저를 소비시킨다 — 브랜드는 구조적으로 분해된다

입점 플랫폼의 기본 구조는 브랜드 중심이 아니라 상품 중심이다. 이 구조는 단순히 UI나 UX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알고리즘의 본질에서 비롯된다.

상품명, 썸네일, 할인율, 리뷰 수, 별점, 배송 조건 → 유저가 가장 먼저 접하는 정보

정렬 구조는 ‘인기순/신상품순/할인율순’ 등 퍼포먼스 중심

플랫폼의 AI 추천 로직 또한 CTR(클릭률), 전환율, 체류시간 등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의 감도, 컨셉, 세계관은 비효율적이고 비가시적인 요소로 간주된다. 즉, 브랜드의 철학은 알고리즘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다.

무신사/에이블리 추천 상품 영역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반영되기 어렵다

클릭이 많은 저가형/리뷰 많은 상품이 상위 노출된다

유저는 결국 플랫폼이 설계한 소비 흐름 안에서 브랜드를 '발견'할 뿐이다

물론 무신사 내에는 ‘브랜드 캠페인’이나 ‘쇼케이스’ 같은 콘텐츠 섹션을 통해 일부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례도 있지만, 이는 플랫폼 전체 구조에서 보면 예외적인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고객은 브랜드 경험이 아니라 플랫폼 UX 경험을 소비하게 된다. 브랜드 충성도는 쌓이지 않고, 상품 단위로 기억되는 일회성 소비가 반복된다.

이 구조는 특히 다음과 같은 브랜드에 불리하다:

프리미엄 가격대: 클릭률/전환률에서 밀림

신상품 중심 브랜드: 플랫폼의 '신상 탭'을 통해 반복 노출이 가능해 유입에는 유리하지만, 브랜드 충성도는 쌓기 어렵다. 결국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업로드하지 않으면 잊히고, 팬 없이 매출만 남는 구조에 갇힐 수 있다.

감도 기반 디자이너 브랜드: 썸네일, 리뷰로 브랜드 컨셉이 전달되지 않음

플랫폼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입점하면, 브랜드는 고객과의 '관계'가 아니라 '숫자'로만 남는다.
플랫폼에서는 브랜드가 아니라 전환율이 높은 상품이 경쟁의 중심이 된다.





브랜드는 어떻게 정체성을 지켜야 할까?


전략 1: 브랜드관을 브랜디드 콘텐츠 공간으로 운영하라

대부분 브랜드관은 방치된다. 단순 제품 나열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일부 브랜드는 무신사 브랜드관을 룩북, 시즌 테마, 캠페인 콘텐츠 허브로 활용

아더에러, 이터 등은 브랜드관을 통해 자사의 메시지를 꾸준히 노출하며 ‘브랜드 감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 전략은 콘텐츠 제작 역량과 리소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중소형 브랜드에게는 실행 난도가 높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전략 2: 상품명과 썸네일에서 브랜드 톤을 유지하라

상품명에 브랜드 네임을 반드시 포함시키는 전략

썸네일 이미지에 브랜드 룩북 스타일을 반영 (모델 컷 활용, 톤 통일 등)

상품 자체가 브랜딩된 언어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어야 유저는 플랫폼 안에서도 브랜드를 인식하게 된다


전략 3: 검색과 SNS 유입을 브랜드 키워드로 설계하라

무신사/에이블리 유저 유입의 상당수는 외부 검색에서 온다 → 검색 키워드에 브랜드명이 노출되어야 의미 있음

SNS 인플루언서/룩북 콘텐츠도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보여주는 시각으로 구성해야 함


전략 4: 플랫폼 전용 상품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베스트’에 집중

단가 맞추기 위한 플랫폼 전용 상품은 브랜딩을 훼손하기 쉬움

브랜드 철학과 일관된 대표 상품이 플랫폼에서도 반복 노출되어야 함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고객을 유입시키고, 자사몰로 이어지는 흐름 유도

브랜드는 콘텐츠가 되어야 기억된다. 단순 노출로는 유입은 생기지만 팬은 생기지 않는다.




플랫폼은 팬을 만들지 않는다 — 브랜드 자산이 아닌 소모로 끝날 수 있다

결국 브랜드의 정체성과 팬덤은 자사 채널에서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은 트래픽 기반 매출 채널일 뿐, 브랜드 자산이 축적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브랜드 입장에서 플랫폼은 '임시 매출 공간'이 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검색, 클릭, 구매, 후기, 재구매 경험은 모두 플랫폼에 귀속된다.

고객은 무신사에서 만족했지, 브랜드에 충성한 것은 아니다

상품을 다시 사고 싶을 때도 브랜드 검색보다 플랫폼 검색이 우선된다

이탈한 고객에게 리마케팅을 걸 수 있는 권한조차 플랫폼에 있다

일부 데이터(리뷰, 찜 수, 유입 리포트 등)는 브랜드에 제공되기도 하지만, 데이터의 소유권과 통제권은 철저히 플랫폼에 있다

또한, 아더에러, 마르디메크르디, 커버낫 등 일부 브랜드는 플랫폼 내에서도 팬덤을 형성한 예외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는 플랫폼 구조가 팬덤을 만들어줬다기보다는, 브랜드 자체의 콘텐츠 전략과 감도가 강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즉, 브랜드는 매출은 올리지만, 자산은 키우지 못하는 구조에 놓여 있는 셈이다. 리뷰, 후기, 찜 수, 전환율, 클릭률 등은 모두 브랜드 성과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플랫폼 데이터베이스에 남는다.

장기적으로 이 구조를 방치하면, 브랜드는 팬이 아닌 '실적표'만 갖게 된다. 정체성은 약화되고, 가격 경쟁력만 남는다.





브랜드 자산은 자사몰에서만 쌓인다

브랜드가 플랫폼에서 매출은 얻을 수 있지만, 팬을 만들고 충성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사몰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자사몰의 역할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자산화하는 유일한 채널이다.


자사몰의 전략적 기능

CRM 데이터 확보: 회원가입부터 장바구니 이탈, 재구매까지의 여정을 브랜드가 직접 추적하고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이탈 고객 리타겟팅, 개인화 추천, 이벤트 자동화 등 다양한 전환 전략의 기반이 된다.

브랜드 메시지 확장: 브랜드의 시즌 룩북, 디자이너 인터뷰, 캠페인 영상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제품이 아닌 브랜드 세계관을 전달하는 핵심 장치가 된다.

마케팅 실험의 유연성: A/B 테스트, 번들 할인, 타임딜 등 실험적인 프로모션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어 유저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 가능하다.

가격/재고 전략의 자율성: 입점 수수료 없이 마진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고, 자사몰 한정 컬렉션이나 선출시를 통해 브랜드 팬덤을 유도할 수 있다.


자사몰로의 전환을 설계하는 방법

단순히 '자사몰도 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자사몰을 중심으로 유입을 재설계해야 한다.

구매 이후 자사몰로 보내는 인센티브 설계: 플랫폼 구매 후 쿠폰 동봉, 포장지 내 브랜드 메시지 삽입, 제품 태그에 자사몰 QR코드 삽입 등으로 자연스럽게 자사몰 경험을 유도

SNS와 자사몰을 잇는 콘텐츠 전략: 인스타그램 피드, 유튜브 영상, 룩북 콘텐츠를 자사몰 링크와 함께 연결 → 브랜드 감성을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채널로 유도

회원 혜택을 자사몰 중심으로 설계: 적립금, 생일 쿠폰, 등급별 리워드 등 리텐션 전략은 자사몰 회원 기반으로 집약되어야 한다

브랜드몰 한정 상품/사전 예약/프리오더 등으로 ‘여기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


자사몰은 운영 대상이 아니라 전략 플랫폼이다

많은 브랜드가 자사몰을 단순한 온라인 스토어로 취급한다. 하지만 자사몰은 브랜드가 직접 고객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경험, 수치, 인사이트는 다음 상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 심지어는 브랜드 정체성 강화의 토대가 된다.

자사몰은 플랫폼의 ‘보완재’가 아니라, 브랜드 자산의 유일한 플랫폼이다.

브랜드가 자사몰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결국 고객은 플랫폼의 고객으로만 남는다. 반복 구매도, 충성도도, 브랜드 팬덤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론: 유입을 자산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플랫폼에서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는 다음의 세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상품 중심의 경쟁 구조에 맞춘 최적화 (썸네일, 상품명, 리뷰 구조 등)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콘텐츠 운영 (룩북, 톤앤매너, 브랜드관)

자사몰 기반의 고객 락인 구조 설계 (CRM, 마케팅, 팬덤 구축)

트래픽은 플랫폼이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 트래픽을 팬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은 브랜드가 설계해야 한다.

플랫폼에서 사라지지 않으려면, 브랜드는 ‘기억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유입을 매출로, 매출을 팬으로 바꾸는 설계가 전략기획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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