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나마,

by 청명

인간은 저마다 세계 속에 살기에 서로 영원히 접촉할 수 없다. 그래서 고독에 익숙해지려 했다.

하지만 차가운 고독은 아무리 적응하려 몸부림치더라도 늘 타인과의 온기를 그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영영 접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누군가 나의 깊은 세계에 들어오길 바라는 희망을 품는다.

이 희망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잠시 찾아온 허상을 애써 식지 않도록 집착한다.

그 온기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잠시나마의 온기를 통해 또 삶을 살아간다. 그게 관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때론 그 관계의 규칙을 깨는 일들이 발생한다. 나와 너의 만남, 그런 관계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영영 경험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찰나의 경험을 평생토록 유지한다.

인생이란 원래 불공평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는 평생 나와 너의 만남을 그리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나와 너의 만남을 통해 함께한다.

그게 인생이 아닐까 싶다.


눈바람이 몰아치는 차가운 대지를 걷다 뒤를 돌아본다. 나의 발자국은 곧바로 눈으로 뒤덮인다.

겹겹이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나의 흔적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품는다. 이 마음은 아쉬움일까, 그리움일까,

눈이 거세게 몰아치는 사실을 알면서도 더욱 깊은 발자국을 남기려 오늘도 온 힘을 다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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