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존재를 건네지

by 청명

사람은 아무리 철저하게 타인과 거리를 두고, 말을 섞지 않으려 발버둥 치더라도 일면식 없는 한 사람의 존재로 인해 그의 고독이 무너질 수 있다. 우리의 정신과 관심은 늘 어딘가로 향한다. 카페에 홀로 앉아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더라도, 이어폰 음악의 볼륨을 끝까지 올리더라도, 그 공간에 등장한 너의 존재감은 거리낌 없이 나를 향한다. 너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너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너의 존재감은 오감으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떠한 육감으로 감지된다.


역설적이게도 고독은 들리지 않는 너의 숨결에 더욱 민감해지게 만든다. 평소 우리의 대화는 언어로 이루어지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침없이 흘러들어오는 경험을 너에게 전달하기엔 언어의 방은 너무나도 작다. 때론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듯이, 접촉하려는 의지를 내려놓는 것이 너의 존재감을 경이롭게 만든다. 그 이유는 아마도, 너를 해석하고 구조화하고 틀에 넣지 않는 것이 너의 존재의 박동을 키우기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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