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수십 번 돌아보고, 충분한 지리를 익혔다고 느꼈던 나의 섬. 온전한 나의 공간들 위에 정원을 가꾸고, 집을 짓고 매일 저녁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선 언제, 무엇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기에, 너무나도 안락하고, 따스한 그런 나의 섬.
어느 날 심상치 않은 바람에 난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고요함을 벗어던진 거친 파도가 나의 공간을 덮칠까 서둘러 모래 성벽을 쌓는다. 고작 모래 성벽 따위가 거친 파도를 막아줄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래를 쌓는 일이었다.
늘 저 멀리 지평선 너머의 또 다른 섬을 동경하면서도, 일렁이는 물결의 두려움에 난 발조차 담그지 못했다. 아직은 나의 섬 안에서 할 일들이 많다며, 씨앗을 심어야 하고, 열매를 따야 하고, 더 단단한 집을 지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들은 소망이었을까, 두려움이었을까. 지금은 중요치 않다. 곧 저 파도가 날 덮쳐올 것이니까.
애써 담담한 척, 모든 것들을 감내할 수 있다는 마음을 부여잡고, 몰아치는 파도를 마주한다. 성벽이 무너지고, 정원들이 뒤엉키며, 단단하다고 믿었던 나의 집이 무너진다. 나의 섬이 또 한 번 침식된다. 모든 것들이 무너진 대지를 바라보며, 부여잡았던 마음에서 손을 뗀다. 수십 번의 침식 후에서야 나의 시선이 바다로 향했다.
모든 것들이 사라진 대지에 다시금 집을 짓는 일에 싫증이 나진 않았다. 그것은 마치 나의 생존과도 같아서, 죽지 않겠다는 나의 의지와도 같아서, 몇 번이고 다시 세울 수 있었다. 그저 때가 되었을 뿐이다. 보잘것없는 나의 수영 실력으로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저 너머의 섬을 향한다는 것은 죽을 각오를 한 것도, 죽음으로 날 몰아세우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현상들을 이해할 순 없다. 특히나 나의 마음이 그렇다. 그토록 두렵고 무서웠던 거대한 파도를 이리도 넘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도 몰랐다. 이 마음을 구태여 이해하고 설명하기보단, 그곳을 향해 날 던지고 싶을 뿐이다. 억센 파도에 다시 떠밀려 내려올지도 모른다. 방향을 잡지 못해 엄한 곳으로 갈지도 모른다. 다리에 쥐가 나 가라앉아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두려워 떨고 있던 마음보다 나아가 보자는 용기가 앞선다.
형용할 수 없는 이 용기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이 여정에 날 던질 수 있게 만든다. 지금껏 시도하지 못한 두려움이 보잘것없어지진 않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난 그 물살들에 몸을 맡길 뿐이다. 어렴풋이 느껴진다. 몸에 힘을 빼고, 거친 두려움에 날 던진다면, 그곳이 내가 그토록 바라던 그 섬이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