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진동 위를 살아간다는 것은

불확실성의 용기

by 청명


불안이라는 감정은 하나의 감정으로 여겨지지만, 참 많은 것들과 관련된 것 같다. 다른 감정들도 당연하겠지만, 특히 불안은 관계와 삶, 나아가 삶을 향해 내던지는 그 무엇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꼈다.



나는 나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는 편이다. 당장 내일도 예상할 수 없는 하루이지만, 그럼에도 내일을, 모레를, 나아가 먼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깨는 일들은 대부분 얽힘에서 왔다. 만약 이 세상이 나 홀로 살아가는 삶이라면, 나는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요즘 더욱 느끼는 것은 인간은 분명하게, 너무나도 명백하게 홀로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너무나도 많은 것들에 얽혀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얽힘 속에서, 나의 다짐과 기대는 항상 널뛰기를 한다. 오래도록 염원했던 소망이 얽힘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너무나도 냉정하게 좌절되기도 한다. 고독한 존재로써 나 스스로는 그나마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나에게 영향을 주는 나의 밖의 그 어떤 것도 내가 통제할 수 없었다. 정말로 사소하게는 공부를 다짐한 하루에 앞서 거절하지 못할 약속이 생길 수도 있고, 소망했던 일정이 날씨의 영향으로 포기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다. 무엇보다 나를 제일 당황시키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나의 세계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나마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던 나의 세계가, 통제할 수 없는 존재에 침식당하는 것은 곧 나 스스로에 대한 통제권 또한 잃어버리는 기분이기에 혼란이자 환희이며 요동침이다.



그래서 이 얽힘이 나에겐 불안이 아닐까 느꼈다. 스스로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이 어쩌면 나의 불안의 기원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통제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은 제아무리 경계한다 하더라도, 내가 머물고 있는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이 더 큰 불안을 불러오는 것은 아닐까.



얽힘으로 인한 뒤틀림은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하기에, 어떻게든 나를 더 굳게 휘어잡고 집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세계의 흔들림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법, 손에 꽉 쥐었던 나라는 환상을 놓아줄 수 있다는 용기가 필요했다. 이 놓아줌은 철저한 고독이 아닌, 얽힘 위에서 가능한 것은 아닐까? 머리로, 지식으로는 알고 있던, 나의 세상 밖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믿음. 이 혼란에 대한 두려움이 나의 세계를 꽉 쥐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나에겐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경이로운 불확실성이 곧 나의 용기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이는 곧 나와 세상 밖을 굳게 구분 짓던 벽을 허무는 다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하나의 행위에도, 세상의 영향을 받는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 옷을 입는 것, 심지어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 모두, 출근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특정 누군가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언젠가 소망하는 타인에게 비친 나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순간순간 선택에 영향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굳게 믿었던 통제라는 신념을 과거의 추억으로 놓아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곧 나의 주변에 흘러넘치는 모든 것과 관계하는 것이라 느꼈다. 스스로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것은 곧 흐르는 상태이며, 나의 세계를 더 큰 세계를 향해 내던지는 것과도 같이 느낀다. 나의 앞에 선 타자를 예측하려 들지 않는 것은 그 타자의 존재를 나의 세계에 흘려보내는 것과도 같다. 그 현상은 흘러감이기에, 나의 세계 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는다. 또한 끊임없이 흐르고 있기에, 그것을 잡아두는 행위는 곧 타자의 생명을 착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관계란 늘 불안하다. 나아가 세상을 향에 던진 나 또한 불안하다. 불안은 떨림과도 같이 느낀다. 굳게 잡았던 믿음을 놓아주는 것은 곧 흐름이기에 진동과도 같이 느꼈다. 마치 나의 심장이 죽음을 마주하는 그 순간까지 쉬지 않고 박동하는 것과도 같이, 나 또한 늘 떨림의 존재라 느꼈다.



새로운 것 사이엔 늘 두려움이 자리한다. 그것은 불확실성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존재 또한 어둠이라는 것을, 나 또한 불확실함 그 자체이라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자각하는 순간, 어둠과 빛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마치 나와 세상 밖의 벽을 허무는 것처럼. 이처럼 세상과 연결되지 않으려 굳게 닫았던 문을 여는 것은, 곧 나의 세계의 확장이다. 그 확장 또한 경이로움일 수도 있고, 두렵고 거대한 공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경이와 공포를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나를 던지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욱 생각 이전에 나를 던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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