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목격
삶을 사랑하는 사람을 목격하고 있다. 나의 소망은 이 상호 간의 목격이 시공간의 뒤틀림을 거쳐 영원을 향하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 영원을 향한 존재하지 않는 진리를 탐구하곤 한다.
사랑은 어디에서 왔는가. 태초에 나를 품어준 어머니의 세계. 이후 첫 들숨과 날숨. 어머니를 통하지 않고 처음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순간.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는 것은 내가 자각하지 못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멈추지 않고 뛰는 심장과, 나의 통제를 벗어난 호흡이 곧 세상과의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이는 금방 잊히고 만다. 존재하지 않는 자아가 나를 세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세상을 독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파괴하는 사건이 있다. 어쩌면 사랑의 현상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지만, 우리에게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사건. 첫사랑을 통해 우리의 세계는 뒤틀린다. 분명 나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계가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망각했던 사랑의 목격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첫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의미는 너무도 당연시 여기고 있던 세상 때문은 아닐까 싶다.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에 집착하는 것은 아무리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이룰 수 없는 환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시작된 좌절이 망각했던 사랑을 다시 불러오는 현상이 아니라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루지 못한 사랑이 떠나간 자리는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쌓아 올린 세계는 나의 독단이 오롯이 닿지 못하기 때문에, 떠난 이의 자리 또한 나 홀로 지워낼 수 없다. 홀로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로 채워진 세계이기에, 떠난 사랑은 구멍을 남긴다. 그렇게 나의 세계는 점차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지평들이 깃든다.
너무나도 생소하고, 낯선 공간들. 분명 나의 세계이지만 나의 힘이 닿지 않는 공간들로 인해 나는 고통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들이 쌓여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넓어져만 가는 구멍의 지평들은 나를 세상의 중심에서 밀어내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를 드러냈다. 그렇기에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물음들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러한 바라봄을 더욱 철저히 지키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녀를 바다라 칭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의될 수 없음’에서 온다. 나의 사유로 담아내기에는 너무나도 드넓은 세계를 지녔다. 무엇보다 바다가 수많은 생명을 품듯이, 그녀는 자신의 바다에 찾아온 존재들을 사려 깊게 바라보는 눈을 가졌다. 그리고 그 눈을 통해 나는 망각했던 사랑을 떠올린다.
비단 이성과의 사랑을 통해서 바다를 담아내기에는 사랑의 현상이 너무나도 비좁게 느껴진다. 삶을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는 유독 깊이를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어쩌면 윤리적 차원의 재정의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로 인해 세워진 윤리는 윤리라 말할 수 있는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범위를 인류 보편의 법칙을 통해 결정지을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사소한 숨결과 손가락 한 마디의 미세한 떨림마저 책임을 부여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리고 나는 이를 순수함이라 부르곤 한다. 눈앞에 마주한 존재와 현상을 비좁은 규율을 통해 규정 내리는 것이 아닌, 그것이 살아내고 있는, 존재하고 있는 세계를 바라보는 것. 아주 단순해 보이면서도 결코 쉽사리 결단 내릴 수 없는 태도라 느낀다.
그러한 태도를 지닌 채로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고, 바람을 느끼는 것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들을 헤엄치다 보면 사랑의 위대함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