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by 청명


물음이 시작된 이래로 멈추지 못한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쩌면 삶이란 그 물음에 답할 수 없는 응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물음들에 침묵할 방법은 얼마든지 널려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많은 방법들이 즐비해 있기에 멈추지 않는 물음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일까? 허무와 희망 사이를 오가는 삶을 인생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줄타기를 애써 무시하지 못한 자가 마주하는 것은 고독감이다. 그리고 고독감이 주는 성배를 잘못 마신 나와 같은 사람들은 외로움의 저주에 빠지기도 한다. 결코 해소될 수 없기에 저주라 말한다. 이탈해 버린 세계선이 평행을 이룰 때, 나는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세계선 위에서 내가 이탈해 버린 그들의 세계선을 바라본다. 그래서 고독할 수밖에 없으며,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모든 행위에 외로움이 묻어난다.

난 외로움의 저주 속에서 타자를 발견했다. 모든 시도들 끝에 남는 것은 변함없는 평행성뿐이었다. 내 손에 잡히는 것은 피부에 닿은 것 같은 환상뿐이며, 움켜쥔 것은 비어버린 고독감뿐이었다.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었다. 소중할 수밖에 없다. 가장 생생한 것은 가장 너다운 것이기에.

한동안은 바라보는 것에 멈추지 않는 질문이 잠시 멈추곤 했다. 하지만 이내 잊어왔던 욕심을 품는다. 끝나지 않을 답을 외치고 싶다. 답의 무게는 전과 같지 않다. 욕심을 품은 만큼 세계의 질량이 늘어만 간다. 참 아이러니한다. 분명 닿을 수 없는 평행선 위를 달리고 있는데, 결코 닿을 수 없는 환상들 속을 유영하고 있는데, 세계를 채우는 것들엔 너가 묻어 있다. 또다시 나에 대한 물음이 시작된다. 하지만 조금 다르다.

나와 너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닿을 수 없는 평행선 사이에서 느껴지는 환상을 더 이상 환상이라 부를 수 있는가. 환상에 취해 뻗는 손짓들 속에서 가능한 바라봄은 어디까지인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 속에서 나를 떠올린다.

생각해 보니 마찬가지이다. 나에 대한 물음을 완결하지 않듯, 나와 너 사이에 답을 내려버린다는 것은 곧 평행선의 추락일지도 모르겠다. 그 추락을 통해 난 외로움의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너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들과도 얽혀버리겠지. 난 그걸 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난 외로울 수밖에 없으며, 넌 고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착각할 자유가 있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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