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바다

기록 05

by 청명

삶을 즐긴다는 것은 여행한다는 것이며, 느끼는 것이라고, 어쩌면 믿어왔을 소망의 파편들.

그래서 감각을 쓰고 싶었을까. 많은 것을 느끼고 싶었을까. 지각이 사유가 되지 않기를 바라왔던 것일까. 이성에 빼앗기지 않을 날것을 신성시 여겼을지도.

자연이 쏟아져 내릴 수 있는 커다란 유리창 앞에 자리를 잡았지만, 언어로 정의된 수많은 대화들이 쏟아져내린 생명들을 거두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때로 난 가사가 희미한 음악에 의지한다. 어쩌면 그들의 세계에 침식당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음악을 달고 살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차단된 세계에서도. 감각만은 확실히 열려있었다.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감각의 세계에서. 나는 너에게 손을 뻗어 살갗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분명한 너를 느꼈다. 덕분에 난 마음껏 헤드폰 볼륨을 올릴 수 있었다.

아직 돋아나지 않은 싹들을 상상하며, 구름으로 가려진, 하지만 분명하게 떨어져 내려오는 빛들을 느끼며, 너의 손을 잡고서 언어의 바다를 유영했다. 소설을 읽으며. 언어를 느끼는 기분. 그런 감각들을 난 어떻게 다시 언어로 정의되지 않도록 이곳에 흘려보낼 수 있을까

드넓은 바다를 유영한다는 것은 아득한 심해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덮쳐오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헤엄치는 것이다. 무한히 쏟아져 들어오는 감각들 또한 유영하고 싶은 파편. 그러한 조각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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