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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이지상 Jan 22. 2019

'중년 독서' 출간되다

 나의 25권 째 책 

                                                                                                                                                                                                                                                                                                                                                                                                                                                                                                                                                                                                                                                                                                                                                  












오키나와 여행을 한 후, 가출했던 영혼이 돌아오니 

새책이 집에 배달되어 있었다. 내가 내는 25권 째의 책이다. 


이책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라는 프로그램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나가며 몇개월간 소개한 책들이 바탕이 되었었다.

그동안 여행작가로서 냈던 여행기나 여행에세이가 아니라 책에 대한 이야기다.


출판사의 책소개를 소개한다면



여행가 이지상이 중년에 다시 발견한 책들, 그리고 문장들

『중년 독서』는 여행가 이지상이 일상이던 여행에서 잠깐 멈추고,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 만난 책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일상과도 같던 길 위의 여행을 잠시 접고 책 속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책에 대한 책들, 책읽기에 관한 책들이 넘쳐나는 지금, 『중년 독서』가 특별한 것은, 

삶을 길 위에서 배워온 중년의 여행가가 이제 책을 꺼내 읽으며 

자신이 쌓은 지혜를 정리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터득한 지혜와 성찰이 언어를 얻는 순간이다.


" 한때 나는 ‘길에서 다 배웠다’라는 건방진 생각을 했었다. 

 그 생각이 여지없이 깨진 것은 중년에 들어서였다. 

 부모님의 죽음 앞에서 나는 너무도 나약했고, 

 이런저런 병을 잃는 가운데 조금씩 무너져갔다. 

 경제적인 문제 앞에서 궁색한 인간이 되어갔고,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실수한 적도 많았다. 
 
이제 어디로 탈출해야 하나. 

 그때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중년의 독서는 청년 시절 일구어놓은 지식과 경험을 

 차곡차곡 수확하는 행위였다. "












긴 여행에서 일단 멈춤, 그는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지상은 1세대 여행가로 세상의 끝에서 끝을 찾아 다녔다. 

그는 400여 개 도시를 다녔고, 그에 관한 많은 기록들을 책으로 남겼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해결되지 않는 갈증들이 있었다.

‘삶’이라는 명제가 여전히 소화되지 않은 채로 길 위의 그를 괴롭혔다.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여행은 완벽한 해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몸이 쇠약해졌고,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갔다. 


그때 그가 만난 것이 바로 책이었다. 서점에서 새로 산 책들이 아니라, 

젊은 시절 읽었지만 잊고 있던 먼지 쌓인 서가의 책들이었다. 

젊은 시절 의무감에 읽고 버려두었던 책들이 정작 가장 필요한 시기는 

신체적으로 가장 쇠약해진 중년에 들어서라는 것을 그는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그의 ‘두 번째 독서’가 시작되었다.

그가 소개하는 책들은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등의 고전부터 

강상중의 『도쿄 산책자』, 레나 모제의 『인간 증발』 같은 사회학 책들, 그리고 카뮈의 『이방인』, 카프카의『심판』,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 등의 소설에 이르기까지 총 20권에 이른다. 


그의 ‘두 번째 독서 리스트’는 얼핏 무질서해 보이지만,  한 권 한 권 소개할 때마다 

중년에 되짚어야 할 가치들과 덕목들이 하나씩 펼쳐 나온다.

"책을 읽는 동안 가끔 내 안에서 불꽃이 인다.  
작품과 내 삶의 체험이 만나는 그 순간은 

‘두 번째’ 읽을 때 번쩍이는 번개처럼 드러난다.  첫 번째 읽을 때는 내용을 쫓아가느라 바쁘다. 

어려운 내용은 페이지를 넘기기가 버겁기도 하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여유를 갖고 천천히 다시 읽을 때 

전에 몰랐던 내용이 이해되고 더 깊은 뜻을 깨닫게 된다. 중년 독서는 마치 두 번째 독서처럼 내 삶을 다시 보게 해주었다. 책을 통해 나는 위로받았고  어린 시절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_ 에필로그에서





프롤로그 / 이제 다시 책이다

도시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법 
_강상중 『도쿄 산책자』

‘나’라는 어둠을 찾아야 한다 
_후지와라 신야 『황천의 개』

어디로 튈 것인가 
_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부조리의 감정을 위로해주는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 

_알베르 카뮈 『이방인』 『시지프 신화』

절망 속에서 찾는 의미의 세계 
_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연의 갈등과 초월 
_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산다는 것은 기소된 것  
_프란츠 카프카 『심판』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_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봐라, 이것이 인간이다  
_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야간 비행」 「인간의 대지」

행복으로 가는 통로, 비밀스러운 두 번째 세계  
_오르한 파묵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

사는 게 지치면 무진이 그리워진다  
_김승옥 『무진기행』

도망가거나, 숨거나 
_린다 리밍 『부탄과 결...프롤로그 / 이제 다시 책이다

인생을 잘 산다는 것 
_서머싯 몸 『달과 6펜스』

증발되지 않기 위한 관계의 모색 
_레나 모제 『인간증발』

거인처럼 멀리 보고, 거리 두기 
_조나단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너 자신을 알라 
_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론』

행복을 위해 중용을 찾아가는 길  
_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미하엘 엔데 『모모』

인생이란…… 
오정희 『중국인 거리』

세상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건 멋진 일이에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

에필로그 / 중년에  얻은 두 번째 독서의 즐거움      







어떻게 해야 ‘나’라는 어둠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종종 텔레비전을 끄고 휴대폰도 치워두고 오랫동안 사람도 만나지 않은 채 책을 본다. 그리고 가끔은 책도 덮고 햇살을 즐긴다. 그 밝은 자연의 햇살 속에서 역설적으로 ‘나라는 어둠’이 드러난다. 표백된 인간이 쉴 수 있는 휴식처다. 그 휴식처는 타인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노력에 의해 조금씩 얻어지는 것 같다. --- p.44

여행을 하며 늘 도피할 곳을 찾아본다. 완전히 이주해서 평생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한적한 곳에서 ‘한철’을 보내는 꿈은 버리지 않았다. 그곳이 꼭 오키나와일 필요는 없다. 국내일 수도 있고, 오지일 수도 있고, 평범한 도시일 수도 있다. 어딘가에 숨어 은둔생활을 하는 꿈은 나의 숨구멍이다. --- p.61

빅터 프랭클은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미라고 말한다. 인간은 초월적인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초월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3년간 지옥을 경험하고 이런 말을 하는 빅터 프랭클의 말을 신뢰한다. 그는 ‘삶의 의미에 대해 묻지 말고 거기에 대답하라’며 인간은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니 니체가 말한 것...어떻게 해야 ‘나’라는 어둠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종종 텔레비전을 끄고 휴대폰도 치워두고 오랫동안 사람도 만나지 않은 채 책을 본다. 


그리고 가끔은 책도 덮고 햇살을 즐긴다. 그 밝은 자연의 햇살 속에서 역설적으로 ‘나라는 어둠’이 드러난다. 

표백된 인간이 쉴 수 있는 휴식처다.  그 휴식처는 타인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노력에 의해 조금씩 얻어지는 것 같다. --- p.44


여행을 하며 늘 도피할 곳을 찾아본다. 

완전히 이주해서 평생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한적한 곳에서 ‘한철’을 보내는 꿈은 버리지 않았다. 

그곳이 꼭 오키나와일 필요는 없다. 국내일 수도 있고, 오지일 수도 있고, 평범한 도시일 수도 있다. 

어딘가에 숨어 은둔생활을 하는 꿈은 나의 숨구멍이다. --- p.61

빅터 프랭클은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미라고 말한다. 

인간은 초월적인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초월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3년간 지옥을 경험하고 이런 말을 하는 빅터 프랭클의 말을 신뢰한다. 

그는 ‘삶의 의미에 대해 묻지 말고 거기에 대답하라’며 

인간은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니 

니체가 말한 것처럼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 p.98


이제 나도 육십 대의 문턱을 넘어섰다. 

대책 없던 방랑과 방황의 길을 걸은 지 30년째다. 깨달음을 얻지도 못했고 건강도 기울어지며 내리막길을 걷는 기분이 드는 지금,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위로를 받는다. 

그가 소설에서 전하려는 메시지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굴곡진 삶 때문이다. --- p.112~113



이 책을 덮고 나면 가슴을 울리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양탄자를 파는 하밀 할아버지의 말, 그리고 모모도 강조하는 말.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런 것 같다. 사랑밖에 없지 않은가?  
신에 대한 사랑이든, 부모에 대한 사랑이든, 자식에 대한 사랑이든, 

연인에 대한 사랑이든, 이웃에 대한 사랑이든, 동물에 대한 사랑이든,  사랑이야말로 우리의 소외감, 불안감, 두려움을 이기게 해주는 것 같다. --- p.138


오르한 파묵이 끝없이 글을 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가 말한 두 번째 세계에서 온 게 아닐까? 

첫 번째 세계는 우리가 공유하는 현실이다.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돈을 버는 세계다.  그 세계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인간을 종종 효율성과 경쟁 속에서 지치게 하고 수많은 관계 속에서 고통을 주기도 한다. 또 뻔한 궤도 위의 삶이기에 권태롭기도 하다. 반면에 두 번째 세계는 어린이의 동심, 상상, 모험과도 같은 ‘쓸모없음’의 세계다.  그 쓸모없는 두 번째 세계가 상처받고 헐벗은 그의 첫 번째 세계를 위로해주었을 것이다. --- p.165


그녀는 편지를 보내기 위해 봉투와 우표,  그리고 접착제를 사느라 하루 대부분을 쓰고, 수제 봉투를 만드는 곳에서 차 한잔하며 대화를 나누는 ‘슬로 라이프’에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기 인생을 통틀어 지금보다 더 가난한 적이 없었지만 이보다 더 안전하고 행복한 때를 기억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무엇을 인내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두 가지를 추천한다.  도망가거나 숨는 것이다.”

그녀는 미국에서 도망가 부탄에 숨었다.--- p.188~189

포기한다는 것, 물 흐르듯 내버려두는 것…… 젊은 시절에는 이런 말이 별로 와 닿지 않았다. 

왜 포기한단 말인가? 끝까지 치열하게 노력해야지. 왜 내버려두는가? 어떻게 해서든 의지를 관철해야지.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한 시절 필요했고 나에게 성취의 기쁨을 주었지만 언제부턴가 피곤하게 느껴졌다. 

자칫하면 그런 마음가짐이 내 불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면서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다. --- p.193


나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삼십 대 초반, 직장을 그만둘 때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던 한 달 동안 

퇴근길에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아파트 불빛을 보면 마음이 꺾었다. 1988년도 가을이었다. 

그 시절, 여행작가니 여행가니 하는 타이틀도 생소했다. 집을 뛰쳐나가 낯선 땅을 떠도는 것은 어릴 적 품어온 간절한 꿈이었지만, 막상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니 겁이 났다. 다시는 저 불빛 어린 아파트, 따스한 세상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떠난 이유는 숨이 막혀서였다. 

마침내 떠나는 순간에는 이제 ‘죽어도 좋아’라는 황홀감이 온몸을 휩쓸었다. --- p.198


그러니 앞으로도 어떤 고통을 겪더라도 또 인내할 일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것은 또 하나의 나이테가 되어 아련한 추억이 될지도 모르니까.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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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년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모호하다. 대개 40대 정도부터 60대까지라 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민은 꼭 중년이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들이다.


관계 속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들,  정체성의 문제,  도시의 불빛 속에서 쉬지 못하고 버둥거리는 인간들, 고령화, 죽음의 문제, 어디론가 튀고, 은둔하고 싶은 마음,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당할 때의 부조리한 상황

의미의 세계, 부모 자식간의 갈등과 인연, 왜사는가? 사랑의 의미, 극복, 두번째 세계...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신에 대한 이해, 행복, 중용...시간의 비밀...길모퉁이를 돌아서면 나타나는 희망들...


이것은 나이를 떠나 우리가 시시각각으로 겪는 문제들이다.  다만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 어느 때보다도

뼈가 시릴 정도로 느끼게 되는데  이런문제들을 앞서간 인생 선배들의 작품을 통해 돌아보며 다시 힘을 얻는 이야기들이다.


 내가 받았던 감동이 이책을 통해 타인들에게 전파 되고, 혹시라도 어렵게 여겨졌던 책들이 더 쉽게 이해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모두  우리가 겪는 삶의 이야기다.           


브런치의 첫 글이, 25권 째 내는 책 소개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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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마음으로 읽으시고 

댓글은 안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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