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우산' 산문시, 산문

by 이준서

1. 우산 (1)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평소에 물에 젖는 모습을 싫어했지만, 그 날은 이상하게도 비를 맞으며 걷고 싶었다. 철벅 소리를 내며, 젖은 양말을 애써 무시한채 걷는다. 횡단보도 앞, 신호를 기다리며 선명한 초록색을 볼 때, 그의 우산이 내 시야를 가렸다. 괜찮으면 같이 쓰고 가겠냐고. 평소같음 과도한 오지랖이라 생각했을 말도, 그 날은 두근거리는 친절이됐다. 그렇게 같이 쓴 우산 속, 젖은 옷은 햇빛에 서서히 마르는 듯했다.



2. 우산 (2)


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

참았던 눈물이

내 눈가에 고이고 *


우산을 폈는데,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어.

체구보다 큰 우산이 머리위로 떠있으니

옷이 젖을리가 없겠지.


우산을 씌어줄 사람이 없어서

빗물로 땅에 눈물자국이 그려져서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어. 30분, 1시간.


언젠가,

내 품에 안긴 너와

어깨를 맞대고 우산을 쓸 수 있을까.


그 때의 비는

쏟아짐이 아니라,

환호가 될지도 모르지.



* : 에픽하이 - 우산 인용.

https://www.youtube.com/watch?v=NIPtyAKxlRs



3. 우산 타투


누구에게든 우산을 들어줄 수 있다고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줄 수 있다고

내가 인간이라는 걸,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


그래서

손목에 우산 타투를 새기고 싶었지.

나는 원래,

주는 쪽에 익숙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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