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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in Nov 13. 2015

내 글이 주는 감동.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가끔, 아무 부담없이 글을 쓰고, 그 글을 누군가 알아봐줬을 때, 그 때 나는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이 기쁨은 내가 머리로 느낀 기쁨이 아니라, 가슴이 느낀 기쁨이다. 


대한민국 학생에게 물어봐라,


가장 골치 아픈게 뭐니?


나는 1초의 망설임없이 대답할 수 있다. 

"수행평가요."


수행평가는 정말 귀찮다. 한학기에 최소 두번은 UCC를 제작해야하며, 시도 때도 없이 조를 짜서 단체 활동을 해야한다. 

이런 내가, 딱 하나 좋아하는 수행평가가 있다. 


나는 항상 국어수행평가가 좋았다. 

국어 수행평가는 내 글을 선생님께 부담없이 보여줄 수 있는 열린 장이였다. 누가 보면 오그라들 나의 글이 평가라는 표지를 붙인채 남에게 보여주게 되면, 부담이 덜했다. 아마 평가여서, 그 누구도 보지 않고, 선생님만 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래서 난 학교가 고마웠다. 국어 수행평가가 항상 글쓰기여서.

내가 이 기쁨을 느끼게 된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수행평가가 시창작하기였는데, 아마 주제가 학교였던 것 같다. 

아, 가장 아쉬운건 평가를 위해 낸 것이여서 다시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자세하게 어떻게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하지만 아주 또렷이 기억나는건, 선생님이 점수를 알려주면서 했던 말이다.


네 시가 선생님 마음을 움직였다. 간직하고 싶은 시야. 


그 때, 만점을 받은 것 보다 이말이 더 좋았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참이었다. 내 시가 잠시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마음에 머물렀었구나. 


오늘 나는 그 기쁨을 또 느꼈다. 


오늘은 국어 수필 쓰기 수행평가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우리반에 100점은 없다고 했다. 99점이 최고 점이라고 하셨다. 

나는 99점이였다. 그래도 1점의 허전함은 마음에서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에 치른 시험이라, 내가 어떤 글을 썼었는지도 까먹고 있었다. 


나의 담임선생님이시자, 국어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99점 중에 정말 좋은 글이 있어서 읽어주려고 하는데, 괜찮겠니? 혹시 내글이 발표될까봐 싫은 사람?"


당연히 나는 아니겠지. 그래서 손도 안들었다. 

나는 정말 내가 쓴 글이 기억이 안났다. 

선생님이 담담한 목소리로 읽기 시작하셨다. 


어, 내글이다. 

첫 문장부터 오글 거렸다. 이건 내가 들어도 오글 거렸다. 

애들도 첫마디가, "야 누가썼길래 이렇게 간지러워~"

얼굴이 발개졌다. 

티를 안내려 애썼다. 


근데 이상한게, 가면 갈 수록, 내 글인데. 분명히 내글인데.

내 마음이 움직였다. 뭔가 마음이 말랑말랑 했다. 

주제가 학교에 대한 나의 경험이였다. 

나는 지난 3년 나의 학교 생활을 되돌아보는 글을 썼다. 

분명히 내손으로 쓴 내 글인데, 이상하게 감동적이고 울컥했다. 

글이 중반부로 넘어가자 조용해졌다. 하나 둘 씩, 말했다. 


뭐야. 누가썼길래 이렇게 글이 예뻐. 쓸데 없이 감동적이야.


그리고 글이 끝났다. 끝 문장은 "예쁜 예감이 들었다. "


글이 끝나자 마자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내 글이 이렇게 박수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알수 없는 감정들이 들이닥쳤다. 주변에서는 글의 주인이 나인걸 알아채고 연발 글이 너무 예쁘다. 감동먹었다. 

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말들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이상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내글에 내가 감동받다니.

내글이 나에게 감동을 줬다.

꼭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듣는 것 같았다. 

내가 살다가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나를 감동시키는게 제일 어려운 일이구나.


그리고 다짐했다.


그 누구도 아니고, 나를 감동시킬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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