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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in Dec 26. 2020

마음의 궤적을 따라가는 일

경애의 마음_김금희

애의 마음_김금희

김금희, 경애의 마음



경애의 마음이란,


‘경애의 마음’ 은 우리 외부로 시선을 향했던 우리 내면의 ‘마음’에게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불어넣어 보자는 작가의 일종의 제안을 주인공 ‘경애’의 마음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제목인 ‘경애의 마음’이 단지 경애의 마음만을 향한 공경과 사랑은 아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은총’이라는 인물로부터 오는 트라우마에 있다. 청소년 시절 사랑하는 사람을 부조리하게 잃어본 경험을 통해서 경애와 상수가 만나 얽히게 되는 순간까지 각자 다양한 상황에서 스크래치를 입는다. 이 둘이 아주 천천히, 이야기의 3분의 2가 되도록 서로의 서사에서 마음이 상처 입었던 길을 따라가다가, 손을 맞잡는 것으로 드디어 연대를 바탕으로 한 애정이 싹튼다. 자신의 상처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낼 줄 알게 된 경애와, 마음을 괴롭히던 언죄다 페이지의 사건을 마음먹고 해결하려는 상수를 통해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게 된 둘은 서로와 서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 마음의 종착역(언제든 새로운 종착역이 다시 생길 수 있다.)에 도착하게 해준 원동력은 은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마음을 중심으로 한 이 독특한 서사를 통해 우리는 마음의 역사의 끝에 경애, 상수가 마음의 자존성을 아주 천천히 고요하듯 처절하게 획득하고 있다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 둘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중요한 키는 아주 오래전 은총이 던져놓은 ‘은총’이 아닐까. 경애의 마음은 경애와 상수가 마주한 ‘은총’의 마음, 은혜와 사랑의 마음으로 다시 치환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음의 사회성


이 소설은 노동, 파업, 여성, 가부장적 사회의 폭력성, 개인과 사회의 트라우마, SNS를 통한 소통까지 현 시대에 다룰 수 있는 문제의 다양한 면면을 다채롭게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과하거나, 정리되지 못한 느낌을 받지 않는 것은 이를 겪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 중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특징은 이들을 모두 아우룰 수 있는 경애와 상수로 대표되는 세대적 특징일 것이다. 일반화로 치부될 염려가 있는 세대론이지만, 현존하는 시대의 한 특징이기 때문에, 개별의 마음을 다루면서 보편의 마음까지 가닿아야하는 문학을 설명하는데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적 광풍 속에서 개개인이 느낄 수 있는 능멸과 혐오의 시대를 견디다 광장에 다시 모인 촛불 세대의 주체이다. 경애와 상수가 그렇다. 1980년대로 대표되듯 거시적인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이들은 아니더라도, 회사의 불공정성, 노조의 표리부동, 가부장적 사회의 억압과 자본주의가 까맣게 뒤덮은 재난 사건과 같은 비교적 개개인이 사회에서 쉽게 피부로 접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주목받아야 할 이슈들에 대해 마음을 쓰고 또 상처를 받는 착해 빠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대 사회의 정동적 주체로 SNS라는 온라인을 통해 가혹한 현실들이 존재하는 오프라인에서 마주한 삶의 질문들을 주고 받으며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표리부동의 사회로까지의 변화를 천천히,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





함께 들은 노래

책을 읽는 내내 한 노래만 들었다. 서태지의 아침의 눈.



오랜 이야기엔 눈물도 사라지고 말겠죠

거짓말도 난 배우겠죠

내일도 만나게 될까요

나 이젠 무뎌져 버린 마음을

이젠 다신 거짓말로 버려두지만을 않기를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시간이 흘러

첫번째 비가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이 예쁜 꽃으로 딱 한번 울거야

밤을 새 춤추며 내려온 이제 곧 사라질 아침의 눈을

너도 잠시만이라도 보게 된다면 너무 좋을텐데




"상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10월의 어느 깊은 가을날 우리가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누군가와의 이별에 관한 회상이었지만 그래도 그 밤 내내 여러번 반복된 이야기는 오래전 겨울, 미안해, 내가 좀 늦을 것 같아 눈을 먼저 보낼게, 라는 경애의 목소리를 반복해서 들으며 같이 울었던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채 인식하진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352p




가사에서 경애의 목소리가 겹쳐 자주 울컥했다. 은총으로부터 시작된 오랜 이야기에 대한 경애의 마음은 눈물마저 가물었지만, 가물은 곳을 물끄러미 자꾸만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상태에 머물러있었다. 산주와의 오랜 이야기엔 마음을 무디게 처리하고 싶어 거짓말을 반창고처럼 덕지 덕지 붙여 놓았다. 경애가 살아가는 동안 또다른 오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상처입고, 거기에 거짓말을 또 덧대게 될지 모르겠지만, 소설 안에서 경애는 한단계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폐기하지 않고 회복시키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회복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표리부동의 사회에 시선을 멈추지 말아야할 것이다.




죽은 은총에게 음성 메시지로 눈을 먼저 보낼게, 라고 말하는 순간 노래에선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첫번째 비가 오는 날 예쁜 꽃으로 딱 한번 울거야.' 라는 가사가 흘러나온다. 은총을 은총을 향한 정리된 마음이 너무 늦을 것 같아, 눈을 먼저 보낸 경애는 그 눈이 녹은후 첫번째 비가 오는 날, 그러니까 마음을 폐기하지 않는 방법을 획득한 경애는 캔디처럼 매번 웃고만 다니진 않을 것이다.여전히 상처받고 가라앉고 다시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은총에 관한 마음은 '예쁜 꽃으로 딱 한번 울거야" 라는 마음으로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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