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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in Sep 16. 2021

변화를 이끄는 다양한 목소리

<오늘의 SF#2>지금 가장 필연적인 텍스트를 마주하고 싶다면, 아르테

국내 유일의 SF 무크지, 


오늘의 SF


정세랑, 전혜진, 박문영, 이지용, 이다혜, 최지혜, 정소연, 문이소, 고호관, 김혜진, 손지상, 황모과, 배명훈, 유만선, 이은희, 송경아, 문지희, 길상효, 황성식, 듀나 

출판사 아르테 



오늘 소개할 책은 국내 유일의 SF 무크지, <오늘의 SF> 2호다. 



미국엔 <아날로그 사이언스 픽션 앤드 팩트>, 중국엔 <커환스제>, 일본엔<SF 매거진> 과 같이 유명하고, 

이미 자리잡고 있는 SF 매거진이 있다고 한다. 올해 한국에서 드디어, SF 매거진이 등장하였는데,

 아르테의 <오늘의 SF>다.



무크지가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단행본과, 잡지의 형태와 비슷하나 비정기적으로 출간한다. 

잡지와 책의 중간 형태로 보면 될 것 같다.



<오늘의 SF>는 '현재성' '다양성' '감수성'을 핵심 키워드로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비평, 창작 등 여러분야의 필진이 참여해 

소설, 인터뷰, 비평, 칼럼, 에세이, 리뷰 등 다채로운 글을 싣고 있다.


SF하면, 공상과학 소설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어볼 수 있어 신선했다.


<오늘의 SF>의 궁극적인 목적은 SF가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라는 편견을 깨고 SF의 가능성을 넓게 

그리는 동시에 다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편집위원으로는 고호관, 듀나, 정세랑, 정소연 작가가 참여하고 있고, 이번에 2권을 냈다.




사실, SF 소설 작품을 접하기엔 비교적 쉽지만, 관련된 인물의 인터뷰나 칼럼, 크리틱과 관련한 글은 관심을 가지고 논문 사이트를 뒤져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 더욱 반가웠던 것 같다.




책의 앞 뒤에는 칼럼, 크리틱, 인터뷰와 같은 비소설 장르의 글이 실려 있고,

책의 중간에는 이렇게 검은 종이를 바탕으로 초단편, 단편, 중편 소설이 실려있다.

검정색 배경의 책은 처음 만나보아서, 더욱 매력적이고, SF소설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주는 듯했다.


사진 속 작품은 문이소 작가의 <이토록 좋은날, 오늘의 주인공은>,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 중 하나이다.



사실, 요즘 급 SF 소설에 감기기 시작하면서 ( 현실이 SF가 되어버린 탓도 있다.) SF만이 가지는 매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SF는 지금 이곳 너머를 말하는 장르지만, SF라는 장르는 지금 여기에 있다.이 현재성이 갖는 가능성을 깊이 고민하여 오늘날 한국 SF를 가능한 한 모든 방향에서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SF란 뭐지?' 라는 정의를 스스로 계속 내려보려고 노력했다.

SF라는 장르에 나도 모르게 막연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SF란 유치하고, 허무맹랑하고, 의미는 없고 서사만 가득한 장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다시 편견을 벗겨내고 되돌아본

 한국의 SF는 지금 이곳의 의미를 담고, 미래의 가능성을 차용해 무겁게 문학의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였다. 

미래의 허무맹랑함 속에서 그 허무맹랑함 속에서도, 진지한 현실에서도 고민해야할, 변하지 않는 가치들에 대해서 우린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고, 어떤 가치를 버려야하는지 성찰하게 해준다.





그래서 인트로인 정세랑 작가의 '당신은 사실 SF를 싫어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가 더욱 인상 깊었다.

사실 나의 SF 편견을 벗겨준 첫 작가가 정세랑이다.

그리고 SF를 사랑하는 길로 발을 들이게 해준 것은 김초엽.


작년 가을, 관악에 한 독립서점에 가서 그 당시 핫하다는 책 두권을 고민했다.

정세랑의 <지구에서 한아 뿐> 과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정세랑의 <지구에서 한아 뿐>은 표지에서 SF 공상 소설이라고 표시되어있지않았고, 사실 정세랑이 판타지를 쓰는 작가인줄도 몰랐다.

반면에 김초엽의 작품은 '과학 소설' 이라든지 'SF의 반란' 이라든지 같은 휘황찬란한 수식어가 붙어있어서

과학 혐오자였던 나에게, 굉장히 복잡하고 딱딱한 소설일 것 같다는 판단을 줬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정확히 일년 뒤 후회한다. 일년만 더 먼저 읽을 걸..)


아무튼, 그 때 정세랑의 <지구에서 한아 뿐>을 읽었고, SF가 별다를게 아니라 이렇게 귀여운 장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같다. 그 때부터 거부감 없이 읽게 되었고.



책에 실린 에세이 중 SFX공간, ' 위치스 딜리버리와 함께하는 분당산책' 이 있다.

분당, 판교 일대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 <위치스 딜리버리>를 중심으로 한국에 실재하는 공간이 한국 SF 소설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살펴보는 에세이다. 내가 SF로 다가가는 벽이 무너진 포인트가 바로 한국성인 것 같다. 허무맹랑한 미래 사회 배경이 나오다가도, 한국인의 이름이 나온다거나, 배경이 서울이라던가, 부산이라던가 하면 그 오묘한 괴리감과 동시에 오는 친근함에서 더욱 흥미를 얻게 되었던 것 같다.


이전까지 내가 마주했던 서양의 SF는 설사 그 작품에서 그리는 미래 시대가 나에게 온다고 해도, 한국인 이 곳 까지는 해당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런데, 한국의 SF소설은 내게 조금더 현실성, 동일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


이렇게 <오늘의 SF>는 '한국'의 SF 소설만의 매력을 자문해보게 만든다.


박문영의 에세이, 'SF를 쓴다는 것, SF 작가로 산다는 것' 이다.

가장 마지막 부분인데,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SF에 끌리게 되는 이유를 

아주 매력적인 언어들로 잘 설명해놓았다.


여전히 멀리서 그곳을 구경한다. 빈문서에는 여길 닮은 평행우주가 있다. 도약과 전복이라는 수식이 어울리지 않고, 얼핏 문 닫은 놀이공원처럼 보이지만 이 세상보다는 덜 황폐하다. 아시아 국가들이 멋대로 뒤섞이지 않고, 대사 없는 유색인 여성이 일찍 죽지 않고, 동식물이 각자의 존엄을 잃지 않는 공간. 틈을 벌리면 잠깐씩 가는 빛이 쏟아진다. 그럴 땐 잠긴 목소리로도 안부를 전하고 싶어진다. 괜찮다면 같이 가보자고. 거기서 너와 나의 차이를 섬세하게 들여다보자고. 


어쩌면 우리가 믿고 있는 이 현실이 옳지 않은 가상 속에 매몰되어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리고, 이렇게 이상적인 가상, 미래의 이야기속 가는 틈으로 빚어나오는 실재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면, 

조금 더 나은 가상을 꿈꾸며, 그 안에 비집고 들어가 있는 실재를 마주할 수 있는 귀한 공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가상을 조금더 좆으려고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봤다.



또, 여전히 이들의 공상 미래에도 인간의 힘듦과 고통과 고뇌는 존재하고, 인간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노력한다. 또 그런 점에서, 무엇이든 다 좋아진 미래에도, 현재와 같이 끝이 나지 않는

 무한 반복의 힘듦과 극복의 사이클을 마주하며, 위로를 받는 건 아닐까.

 그런 세상에도, 완벽한 유토피아는 없구나. 나만, 현재의 불쌍한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공감.




이번 <오늘의 SF> 2권의 특징 중 하나는 영상화된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올해 SF 붐에 맞추어, 방송가에도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하나 편성되었다. 

바로 <시네마틱 드라마 SF8>이다.


위의 사진은 이 작품을 총 기획,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다.

민규동 감독의 진솔하고 담백한 인터뷰와

이 프로그램에 담긴 여러 단편작 중인 <블랭크>의 원작자 <백중>의 작가 김창규의 깊이 있는 인터뷰,

<간호중>의 원작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를 쓴 김혜진 소설가의 신작 단편 소설 <프레퍼>

<증강 콩깍지>의 원작을 쓴 황모과 소설가의 <스위트 솔티>를 읽어볼 수 있다.


뉴미디어 시대인 만큼 트랜스 스토리 텔링이 인기를 얻고 있다.

SF장르만큼 트랜스 스토리 텔링에 적합한 장르는 없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보시고, 책을 읽으며 비하인드 스토리나 원작 작가의 스타일을 확인해봐도 좋고,

드라마를 보기 전, 예습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해당 작품은 Wavve에서 시청가능하다.



전혜진의 칼럼 ' 한국 SF의 또 하나의 줄기, 순정만화' 를 읽다보면,

SF란 대단한게 아니고,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했단 걸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들어가고 복잡한 기술 용어를 읊는다고 해서 SF가 아니라,한국 판타지가 답습했던 

웹툰, 드라마에 친근하게 포진되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드라마, 만화 <궁>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다가운 만화<좋아하면 울리는> 까지.

SF 시장이 서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한국 SF엔 미래가 없다, 암담하다 하지만 사실 주변을 잘 돌아보면 우리가 애써 SF가 아니라고 외면해왔던 다채로운 판타지의 세계가 한국 SF를 활성화하는데 놀라운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SF 작품 뿐만 아니라 그 내외부에 속한 인물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이외에도 2020년에 출간된 SF 관련 서적에 대한 리뷰도 흥미롭다.


조애나 러스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

마거릿 캐번디시 <불타는 세계>

천선란 <어떤 물질의 사랑>

황모과 <밤의 얼굴들>


해당 리뷰를 읽고나면 이 책들이 마구 읽고 싶어질 것!





다양한 장르가 결합되어 있는 무크지라, 잡지 읽는다 생각하고 하루 한꼭지 씩 읽어나가다보면 

금새 책의 끝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SF가 계속해서 출간되어 한국 SF의 지평을 넓혀주길 바라며, 마무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주의 '경계없음'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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