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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 디자이너 Jun 05. 2024

저녁 식탁 앞에서

큰 딸의 관찰일기

가끔 내가 잘되는 일을 도모하느니 딸의 매니저가 되어 딸을 키우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큰 딸은 9시가 돼서야 집에 들어왔다. 식탁에 있는 빵을 보더니 이거 먹어도 되는 거냐고 먼저 물어본다. 

2층에 있던 나는 후다닥 내려가서 빵대신 연어 초밥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소금빵 하나를 먼저 먹고도 좋아하는 연어초밥은 밥 한 그릇을 뚝딱 먹는다. 

훈제연어 한팩을 뜯으면 혼자서 먹을 양이 딱 나온다.


이러고 있을 때면 우리 엄마는 왜 이렇게 맛있는 밥을 해주지 않았을까 서운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어제 고2수능 모의고사를 봤다.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딸에게 모의고사 어땠어?라고 물으니 

'재밌었어. 안 배운 과목이 3개나 되고 수학은 진도도 안 나가서 뒷부분은 모르겠더라.'


대한민국의 18살 고등학생이 모의고사를 보고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몇 명이나 되려나. 

점수나 등급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냐고 물었다. 

'글쎄... 난 별로. 대학을 꼭 안 가도 되지 않나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너에게 필요해서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좋은 배움의 환경이 있는 대학을 가는 게 좋지. 


공부에 대한 큰딸의 경험을 통한 자기만의 지론을 펼쳤다.

큰딸은 초6 때 국악중 입시 준비를 하며 8개월을 밤 12시~1시까지 공부를 했던 아이다. 혁신학교를 다니며 문제집도 풀어보지 않던 아이가 바짝 공부해서 이론점수는 좋았지만 실기(노래)가 따라주지 않았다. 비록 국악중은 떨어졌지만 이때 자기는 공부라는 건 하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중 3 때 왠지 공부가 하고 싶어 져서 벼락치기로 공부를 했는데 전 과목 90점대가 나왔다. 이것도 참 언빌리버블인데 이 2번의 경험으로 자기는 공부는 하면 되는 건데 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 안 든다고 한다. 

하고 싶으면 자기는 언제든 잘할 거 같은 마음이 들고 안 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 자신감이란.....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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