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감정에 속지 않도록
To. 지우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지우야,
오늘 너랑 짧게 나눈 대화가 자꾸 마음에 남아서
편지로 전하고 싶었어.
넌 내일 모의고사를 본다는데
하나도 안 떨린다고, 오히려 재밌다고 말했지.
그 말을 들으면서 엄마는 ‘와, 멋지다’ 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상하게 마음 한켠이 쿡, 했어.
그런데 밤에 갑자기 코피가 나고,
속이 메스껍고 잠도 잘 못 잤다는 말에
엄마는 확실히 알겠더라.
지우야, 너의 말은 담담했지만, 너의 몸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
“지금 나 조금 힘들어요” 하고.
감정은 꼭 말로만 표현되는 게 아니야.
네 몸도 감정의 통역사야.
코피, 메스꺼움, 불면 같은 반응은
마음이 몸을 통해 “내 말 좀 들어줘” 하고 보내는 신호일 수 있어.
엄마가 걱정하는 건,
지우가 혹시 자기도 모르게
감정을 꾹꾹 눌러서 어디론가 밀어 넣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거야.
그게 너무 오래되면,
감정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그럼 나중엔 뭐가 좋은 건지도, 뭐가 싫은 건지도 잘 모르게 되지.
그래서 엄마는 지우가
감정을 ‘잘 느끼고,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래.
그게 진짜 강한 사람이니까.
지우야, 엄마는 네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몸의 경계를 세우는 걸 잘 알고 있어.
엄마가 너를 터치하려고 하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알고 있어.
그게 괜찮다는 걸,
그걸 억지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걸
엄마가 말해주고 싶었어.
넌 네 속도대로 괜찮아.
다만, 몸이 보내는 감정의 언어를 네가 조금씩 들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그걸 같이 배워줄게.
엄마는 말보다 기다림, 그리고 편지 같은 거리로
지우 옆에 있을게.
언제든, 너의 마음이 쉬고 싶을 때
이 편지가 작은 숨구멍이 되길 바란다.
지우를 믿는,
지우의 가장 가까운 편,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