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비애: 결을 따라 흐르는 마음의 무늬

INFP와 9번 성향의 사람들, 그리고 자기 확신이 느슨한 이들을 위한

by 결 디자이너

우리는 SNS 속 타인들의 빛나는 순간들 사이에서 자신의 평범함을 확인한다. 하루가 끝날 무렵, 이불속에서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다 보면 문득 자문한다. '나의 삶은 왜 이렇게 소소하기만 할까?' 남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처럼 빛나는데, 내 일상은 얕은 웅덩이처럼 단조롭게만 느껴진다. 60점의 삶.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지도 않는 점수. 이 평범함이 때로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것을 '평범함의 비애'라고 부른다.


중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외로움

나는 늘 중간쯤 보다 살짝 높거나 낮거나 하는 위치에 있었다. 학창 시절 성적표에서도, 회사 평가에서도, 심지어 친구들 사이에서의 존재감도. 튀어 오르지도, 깊이 가라앉지도 않는 위치.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고개를 너무 숙이지도 않는 자리. 그저 '적당히 괜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것. 더 올라가고 싶어서 애를 쓰지 않은 건 아니다.


"평균값의 외로움이라는 게 있어." 언젠가 친구가 말했다. "세상은 극단적인 것들에만 관심을 갖거든. 최고나 최악이거나, 아니면 파격적인 무언가. 중간은... 그냥 지나치기 좋은 자리야."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중간에 선다는 것. 누구도 특별히 주목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당하지도 않는 자리. 평범함이라는 얇은 막 위에서 흔들리는 존재감. 사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있다. 책장 사이에 꽂혀 있는 작은 메모지에 세심하게 글씨를 쓰는 것, 컵에 담긴 차가 식어가는 모양을 지켜보는 것, 창가에 앉아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궤적을 따라가는 것. 하지만 이런 것들은 SNS에 올릴 만한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60점짜리 취미, 60점짜리 재능일 뿐.


작은 일상의 감정에도 무늬가 있다

그런데 문득 생각했다. 60점도 내 점수인데, 왜 항상 100점 만을 꿈꿔야 하는 걸까?

한 번은 오래된 목재 의자를 발견했다. 누군가 버린 것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엔 평범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나무의 결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무늬들. 손으로 만져보니 그 결을 따라 흐르는 감각이 특별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 안에도 이런 결이 있다는 것을. 남들 눈에는 평범해 보여도, 그 안에는 시간이 새겨놓은 고유한 무늬가 있다는 것을.

나의 작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감정의 결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펜으로 밑줄을 그을 때 느끼는 조용한 쾌감, 사람들 틈에서 홀로 커피를 마시며 느끼는 은밀한 자유, 밤늦게 듣는 음악 속에서 가슴이 일렁이는 감각.

이런 순간들은 화려하지 않다. 남에게 자랑할 만한 특별함도 없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추고, 내면이 고요해지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계속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나는 나의 결로 살아가기로 했다

"내 감정은 작지만 가짜는 아니다."

어느 날 일기장에 적었던 문장이다. 타인의 화려한 인생과 비교해 내 감정이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작다고 해서 덜 진실하진 않다. 오히려 그 작음 속에 더 깊은 결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기에 대단하지 않아도, 내게는 특별한 것들. 남들이 지나치는 순간들 속에서 나만의 감각을 발견하는 것. 화려한 폭발보다는 고요한 물결 같은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


실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이 60점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정말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다른 형태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불꽃이 아닌, 조용히 타오르는 불씨 같은. 시끄러운 파도가 아닌, 고요히 흐르는 강물 같은.


평범함의 비애는,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

솔직히 말하자면, 평범함의 비애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SNS를 열 때마다, 누군가의 화려한 업적을 들을 때마다, 그 감정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손으로 나의 결을 더듬어보려 한다.

특별하고 싶다는 욕망과, 그저 나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나는 흔들린다. 그 흔들림 자체가 또 하나의 결이 되어 내 안에 새겨진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결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 결은 100점이나 60점 같은 숫자로 환산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우리가 살아온 방식, 느껴온 감정의 켜켜이 쌓인 무늬일 뿐.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할 때, 시간을 잊은 적이 있는가? 그것을 마치고 나면 내면에 고요한 만족감이 남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결이다. 비록 60점 같아 보여도, 그것은 분명 나의 것이다.

오늘 밤, 나는 또다시 SNS 속 화려한 인생들 사이에서 내 평범함을 확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내 안에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결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나는 나의 결을 따라 살기로 했다. 평범함의 비애를 안고서, 그래도 내 방식대로 흘러가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일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자기 치유와 양육은 동시에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