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열아홉의 아이에게 마흔아홉의 내가 보내는 편지

by 결 디자이너

대안학교를 다니는 열아홉 학생들과 학부모의 이야기장이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 90명이 모여 6~7명씩 조를 나눠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열아홉의 우리 딸 같은 아이의 고민,

그때 주저리주저리 했던 말들을 편지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해보라고 해서 다 해봤는데, 이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 말은 열아홉의 아이가 어른인 나에게 하는 질문이자 답이 있기를 바라는 내뱉음이었지.

마치, 여러 조각을 꿰어 맞췄는데도 완성되지 않은 퍼즐 같았어.

그림은 어렴풋한데, 어디 하나 잘못 끼워진 조각처럼 마음이 찝찝한 채로 남아 있는 그런 느낌.


좋아하는 걸 모르겠다는 건, 사실 좋아하고 싶다는 말이야.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니라, 결과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갈망.

그 갈망은 어른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아.


열아홉 너도, 마흔아홉의 나도 같은 고민을 품고 있으니까. 차이는 있어.

너는 아직 처음의 피로 속에 있고, 나는 가짜 경험으로 뒤덮인 기억들 속에서 길을 잃곤 하거든.

우리는 자주 착각해. 좋아하는 건 복권처럼 어느 날 뿅 하고 당첨되는 거라고.

누군가는 피아노, 누군가는 춤, 또 누군가는 글. ‘나는 왜 그런 게 없을까?’ 하고 속상해하지.

하지만 좋아하는 건 그런 식으로 오지 않아. 좋아하는 건, 길러내는 거야.

기질의 씨앗을 심고, 습관이라는 물을 주고, 몰입이라는 햇볕을 받으며 조금씩 자기만의 감도와 결로 자라나는 것. 그리고 그건 늘 확신으로 오는 게 아니야.

처음엔 그냥 "괜찮네" 조금 지나면 "재밌는 것 같기도?" 그러다 어느 날 "이건 나랑 뭔가 맞아." 그리고 한참 후에야 "아, 이게 내가 좋아하는 거였구나" 하고 깨닫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의 모름도 과정 중 하나야. 허무했던 적도 있었겠지. 무언가에 꽂혀 미친 듯이 하다가, 끝나고 나면 이게 뭐였지 싶은 마음. 근데 그걸 실패라고 이름 붙이지 않았으면 해. 그건 단지, 너의 감정이 그 일과 작별하는 방식이었을 뿐이야.


우리 삶은 이벤트가 아니야. 무대 위 화려한 장면들만 모아놓은 하이라이트 영상이 아니라, 무대 뒤, 땀냄새나는 분장실과 어둑한 리허설장 같은 날들이 더 많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빛나는 순간보다 견디는 날들 속에서 생겨나.


열아홉의 너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어. 좋아하는 걸 모르겠다는 건 괜찮은 거라고.

그건 너의 마음이 무뎌서가 아니라, 오히려 예민하고 조심스럽고 진짜를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 거야.

조금 멈춰도 괜찮아. 지금 이 순간에도 네 안의 감각은 자라고 있어.

삶의 끝에서 너를 기다리는 정답 같은 것이 아니라, 삶의 도중에 너와 함께 걸어갈 작은 '좋아함' 하나를 찾기를. 그러니, 다 해봤는데도 모르겠다는 너의 말.


나는 그것도 충분히 괜찮은 첫 문장이라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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