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서 직업이 자리하는 위치
나는 노트북 앞에서 책을 읽다가, 큰 딸 똘망이는 소파에서 핸드폰을 하다가
우리 둘의 대화.
등 뒤에 있는 똘망이를 휙 돌아보며,
"엄마가 하는 꿈결 아트 미술 있잖아. 그게 다른 미술이랑 뭐가 다른 거 같아?"
"응."
"그지? 뭐가 달라?"
"뭘 그렇게 훅 질문해~그게 금방 생각나는 질문이야??"
"원래 질문은 이렇게 하는 거야. 직관적으로 딱 떠오르는 거 말해줘 봐. "
"좀 다르긴 한데, 학교에서도 이런 거 방과 후 미술치료 있잖아. 해봤거든?"
"그래? 학교에서 하는 미술치료 수업이랑 엄마가 하는 미술수업이랑 뭐가 재밌어? 엄마가 하는 수업이 재밌지?"
아예 '네~~'라고 대답하라고 질문을 던진다.
"어 , 엄마가 하는 게 재밌지."
"돈 주고 하라면 할 거야?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던지? 어떤 점이 재밌어? "
진심인지 아닌지도 모를 '재밌다'는 딸의 한마디에 속사포로 다시 질문을 던진다.
"아니 엄마(핸드폰을 하던 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 질문은 천천히 하는 거야. 몰라~~. "
"아니. 엄마도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본 거야. 나중에 진지하게 말해주더라도 지금 딱 떠오르는 거 있잖아.
원래 진짜 답은 훅 올라오는 생각이라고."
"질문이 뭐야? 한 가지만."
다시 나도 마음을 가다듬고 한 가지 질문을 생각한다.
"엄마 수업이 미술을 가르치치 않는 미술이어서 좀 다른 거잖아? 미술의 기술을 가르치진 않지. 재료의 기법 정도야 배우긴 하지만. 그럼 뭐가 도움이 되었던 거야? 도움이 되니까 재미도 있었다는 거잖아. "
"음,,,,,감정??? 일단 시작할 때는 귀찮을 때도 있고 기분이 가라앉어 있을 때도 있거든. 근데 끝나면 뭔가 기분이 좋아져. "
'오~예~ ' 속으로 내가 원하는 대답을 쏙쏙 해주는 딸에게 감사해하며,
"너 하나만 만족시켰더라도 엄마는 너무 기쁘다. 오케 고맙다. "
다시 딸의 얼굴을 살피며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질문을 한다.
"올해 22년 버전 꿈결 아트 미술수업에 기대하는 거 있어?"
"없어, 작년에 해보고 싶은 거 다했어."
"그래? 그럼 엄마가 좀 새로운 것 좀 고민해야겠네."
오늘은 더 이상 나올 얘기는 다 나온 것 같다.
22년 꿈결 아트는 좀 업그레이드시켜봐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미 작년에 딸아이가 해보고 싶은 미술재료 써본다던지, 미술치료에서 배웠던 프로그램들을 해봐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긴 했다.
그것을 딱 꼬집어 준 것 같아서 정신을 다시 차리기로 한다.
어른이 되면 이들의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문제와 요구로 꽉 차있고 그것들을 충족시켜 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정작 자신의 필요나 욕구에 귀 기울이지 못할 때가 많다. 이들은 의지나 분노를 억압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분노나 의지를 가졌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이들은 삶과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제시하는 것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느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려면 대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 애니어그램의 지혜 중
책에서 답이 보였다. 내가 딸에게 이런 수업을 제안하는 것은 세상 사는 것이 만만치 않더라도
문제를 회피함으로 자신을 닫아버리지 말라는 것, 그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다.
꿈결 아트 미술 수업의 취지는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는 미술치료나 색채심리와 맞닿아있긴 한데 나는 왜 이 용어들을 사용하기가 꺼려지는가?????
어떤 트라우마를 끄집어내는 치료의 역할보다는 창조성을 끄집어내는 코치의 역할에 더 가깝다.
나는 마흔 즈음에서야 나의 억압된 욕구를 발견했고 나를 닫아버림으로써 나를 보호해왔다는 걸 알았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크게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이것이 20년이나 그토록 치열한 디자인실에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환상 속을 헤매거나 현실에 깊이 나를 들여놓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편안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감정을 닫아 버리고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 생각했다. 문제를 해결하기에 나의 감정은 좀 거추장스러울 때가 더 많았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소재 디자이너 실장이라는 명함은 오랫동안 자랑스럽게 가지고 있었을지언정......
내가 원하는 삶을 아는 척 했다는 것,
괜히 내 삶에 아는 척 하다가 답을 찾기 위해 멀리 돌아간다. 이것은 나를 돌보지 않았던 태도이다.
정말로 내가 누군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니!!!!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마흔 살이나 사춘기나 닮은 점이 이것이다.
아마 나는 나를 가르치고 있나 보다.
꿈결 아트 긍정 선언문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