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다. 다온이 엄마.
오늘로 다온이는 생후 136일. 이유식 시작까지 이제 2주가 남았다.
이제 뭐라도 하나하나 구입해야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뭐부터 사야할까. 이유식 스푼, 도마, 스파츌러(?),이유식기, 냄비..일단 이정도.
근데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그 전에는 이유식 시작하면 유축을 그만 둘 수 있다는 희망(?)에
빨리 시작하고 싶었는데..지금은 이도저도 안되서 그냥 유축도 유축이고 이유식도 이유식이고
감흥이 하나도 없다. 하..ㅎㅎ
얼마전에 열이 심하게 올라서 병원에 갔다가 단유 약에 대해 물어보니 처방은 해 줄수 있으나
아가가 아직 4개월이라 하니 조금 더 수유 하는게 어떠냐는 말에 목끝까지
젖물리는거면 돌까지도 먹이고 싶다는 말이 차올랐다가 이 사람에게 구구절절이
말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나오니 또 다시 마음이 복잡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진걸까.
축복스런 다온이가 세상에 딱 태어났을 뿐인데 나의 인생은 360도 바뀐느낌이다.
내 이름만큼이나 다온이 엄마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아줌마가 되었는지 애기만 보이면
부모에게 몇개월이냐고 묻는게 아무렇지도 않다. 쌩얼로 바깥은 돌아다니는게 일상이 되었고
맘카페는 나의 주 관심사로 자리잡았고 애기 엄마들이랑 주로 수다를 떨고 애기용품을
주로 쇼핑하고. 모든게 다온이 중심이 되었다.
모유냐 분유냐, 유축을 하느냐 마느냐, 단유를 하느냐 마느냐, 이유식을 언제 시작하느냐,
다온이와 뭘 하고 노느냐, 휴직을 연장 하느냐 마느냐, 어린이집을 보내냐 마냐, 돌잔치를 하느냐 마느냐
같은 생각이 뇌를 가득채워서 엊그제부터는 과열된 뇌가 반항이라도 하듯이 두통이 시작되었다.
머리 전체가 지끈지끈하더니 어제는 왼쪽만 지진난것처럼 쪼개지는 아픔.
그래서 다온이랑 놀아주다가 모빌틀어주고 누워있고 책읽어주고 또 누워있고
재우고 누워있고..그치만 잠이들지 않았다. 두통이 가시지를 않아서.. 뇌는 과부하라고
발악을 하는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으니..,
그래서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은 미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분유를 한 두번정도밖에
안줬는데 어제부터는 모유한번 분유한번 준 것이다.
사실 그렇다고 마음이 완전 편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결 몸이 편해진건 사실이다.
더군다나 어제같이 내 몸이 괴로울때는 정말 분유가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물론 젖병을 씻고 소독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 그건 어쩔 수 없는거고.
마음을 털어내려 쓰기 시작한 글이 또 마음을 답답하게 함을 지금 이 순간 느낀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 이렇게 힘들겠지.
나를 믿고 태어난 한 생명을 책임지느라. 이제 겨우 밥벌이 시작하며 나 자신을 추스리며
책임지기 시작했는데 결혼해서 둘이 되고 갑자기 만난 내 안에서 탄생한 고귀한 생명이
반가운것도 잠시 서로가 생애 첫 마주한 엄마와 아가라는 역할에 당혹스러워 울고 또 울며.
그렇게 기뻐하다가 분노하다가 감사하다가 서글퍼 하다가.
생전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신세한탄하고 거기에 댓글 달고
서로 공감하며 위로받는게 .. 바깥생활을 주로하는 아빠들에게는 이해가 안갈지 몰라도
엄마들에겐 일상이다. 나 역시 일상화 되어가고 있고..
어제는 둥가둥가하고 노래를 불러도 죽어라 악을 쓰는 아가를 보며 넋을 놓고 있다가
제풀에 지쳐 잠든 아가를 내려놓고 눈물 한방울 흘리며 유축하다가 친정엄마도 남편도 나 때문에
너무 힘든것 같아서 팔이 너무 아프고 내 새끼 키우는건데 왜이렇게 힘이 들고 서글픈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더니 댓글들이.. 참 다 똑같다는 생각. 모두가 애처롭다.
이렇게 힘들지 모르고 열달을 임산부로 입덧에 허리통증에 붓기로 고생하다가 몸이 회복되기도전에
아가를 키운다고 고군분투하는..세상에 모든 엄마들. 안쓰럽다. 그저..가엾고 가엾다..
다 지나가리라는 말, 이 시간들이 그리워질꺼라는 말, 아가는 금방 큰다는 말.
다 맞겠지. 당신네들도 겪어왔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들이 벅찬 나와같은 초보엄마들이 더 불쌍한 이유는 당신들의
성숙한 위로가 들리지도 않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