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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pr 15. 2017

나는 엄마다. 49

사랑하는 다온아. 날이 갈 수록 정말 예뻐지고 웃음이 빛나는 우리공주.


오늘은 퇴근하고 온 아빠의 피로를 씻어내려주려는 듯 맑고 청아한 웃음을


한껏 보여준 우리 효녀. 엄마랑은 하루종일 있으면서 졸리다고 투정하더니.


그래도 사랑하는 우리딸. 엄마가 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인데


아직 다온이는 무슨말인지 모르겠지. 언제쯤 우리딸이 엄마 말을 알아듣고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해줄까. 가끔 다온이가 엄마라고 하는것같은 소리를 내면


엄마는 뭐랄까. 분명 엄마라고 하는게 아닐텐데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게


다온이의 지독한 잠투정으로 지치지만 더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단다.


외할머니께 다온이가 가끔 엄마라고 하는것 같다고 했다가 비웃음을 샀지만


아빠도 다온이가 꼭 엄마라고 하는것 같았다고 오늘 아침에 말해줘서 엄마만의 착각이


아닌것에 또 다시 뭔가 분명 아닌데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다온아, 다온이도 커서 아름다운 숙녀가 되면 연애를 하게 되고 그 중에 정말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겠지.


다온이는 결혼을 하고 싶어할까? 요즘은 능력이 안되서도 결혼을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반대로 능력과 여건이 충분한데도 결혼으로 인해 딸려오는 시댁이라는 거대한 시월드와


자녀양육이라는 찬란하지만 고된 과업으로 인해 결혼을 안하는 사람도 많단다.


엄마는 글쎄. 능력과(?) 여건이 충분해서 결혼을 하고 다온이를 낳았지.


하지만 너무 준비가 안된상태로 다온이를 만나서 참 고생도 많이하고


다온이 고생도 많이 시켰어. 가끔은 엄마 심신이 정말 20년 입은 누군가의 청바지 같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고, 다온이한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온아, 다온이도 여자로 태어났으니 아마 이 사회가 평범하다고 정의한 길로 따라 산다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하게 되겠지?


하지만 엄마는 다온이가 나이가 차서, 주위에서 주는 부담때문에, 외로워서,


그냥 왠지 해야할것같아서 결혼을 하지는 않았으면 해.


다온이가 성장을 해서 마주할 사회는 지금 엄마가 살고있는 사회와는 많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때도 결혼이라는건 다온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테니까.


엄마는 글쎄. 아빠가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혹시 다음 생이 주어진다면


혼자 살아보고 싶기도 해. 이번생에서는 아빠를 만나 충분히 행복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


다온이를 낳는 축복을 받았으니 또 다른 길을 가보고 싶은 맘이랄까.


뭐 여튼 결혼도 신중하게. 결혼을 한다면 출산도 신중하게 하려무나.


결혼을 했으니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건 구시대적인 생각이라고 엄마는 생각해.


(다온이 동생을 생각하는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하다니 .. 좀 설득력이 없나?ㅎㅎ)


그런데 말야, 엄마도 다온이를 안만났다면 다온이 동생은 생각도 안했을꺼야.


그러고보면 아직 생기지도 않았지만 다온이 동생은 다온이에게 참 잘해야겠다.


덕분에 태어났으니.


다온이가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안낳겠다고 해도 엄마는 절대 질책하지 않을꺼야.


그리고 그걸로 인해 다온이 남편이, 시댁에서 엄마도 하지 않는 질책을 한다면 엄마가 적극적으로


막아줄테니 걱정말아. 엄마가 눈물도 많지만 또 한싸움 하거든. 살면서 받은 모든 상처에서


독기만 모으고 모아서 필사적으로 편들어줄테니 꼭 소신대로해. 결혼도 마찬가지야.


누가뭐라해도 엄마는 다온이 편을 들어줄꺼야.


그리고 반대로 다온이가 아기를 너무 예뻐해서 많이 낳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또한 적극적으로 육아를 도와줄께. 물론 엄마는 직업적인 특성으로 65세까지 일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업이니 다온이가 필요하면 수시로 다온이한테 가서


하다못해 집청소라도 해줄게. 그러니 걱정마.


사랑하는 다온아. 여자로 태어났다는 건 어쩌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는 ..


축복이자 고난의 숙명을 지고 살아가야한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엄마는 해본다.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출산의 기쁨을 포기하느냐고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에게


기죽을 필요도 없고 출산과 양육을 해본 여자와 안해본 여자는 천지차이라는 말에


충분히 뿌듯함을 느껴도 되고. 엄마는 다온이 덕분에 후자가 되었구나.


아직은 이 세상 모든 엄마와 조금은 자식이라는 매개체로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누군가에게는 귀한 자식일 아이들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면 괜스레 마음에 이전과는 다른


깊은 파도가 치는 것 외에는 천지차이라는 것을 잘 모르겠지만 말야.


사랑하는 다온아. 한 때는 다온이를 원망도 했었지만 점점 다온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 커가고 있다는 걸. 일생을 살면서 사랑보다는 외면을 많이 받아온


엄마에게는 어쩌면 사랑을 받고 살아온 엄마들보다는 다온이를 온전히 사랑만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걸 훗날 다온이가 이해해 주면 좋겠어.

(근데, 엄마같지 않은 삶을 살아온 아빠에게도 시간은 필요한것 같아 -_-;; )


사랑한다 딸램. 고마워. 모든게.

이제 의자에도 어느정도 잘 앉는 우리 귀염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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