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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n 29. 2017

나는 엄마다. 62

셀프촬영

오늘로 다온이 태어난지 213일.


벌써 7개월하고도 3일이 지났다.


다온이는 한 며칠 이유식 거부를 온몸과 오만상으로 표현하더니 오늘은 두끼를 냠냠 잘먹어


다시 이유식 천사로 돌아왔다. 게다가 오늘은 믹서기로 재료들을 하나도 안갈고 다 절구로


으깨기만 해서 (쌀, 소고기 제외) 잘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꿀덕꿀덕 잘 넘기고


헛구역질도 한번도 안해서 다시한번 .. 다온이가 성장했음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만 7개월이 넘으니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 많아져서 이번에 새로 도전한 야채는 바로 당근.


다행히 반응이 좋다. 히히. 다음엔 뭘 해볼까. 아마 양파가 되지 않을까.


무엇이든지 가능한 선택의 폭이 많다는것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더군다나 내 새끼를 위한거니까.


그리고 저번주 주말에는 다온이 200일 촬영을 했다.


7만원을주고 성장앨범에 추가할까 하다가 돈도 없고 그래서 선택한 셀프촬영.


다행히 남편이 잘 도와줘서 .. 소품들도 둘이 다온이 재우고 11시까지 만들었다.


저 네임핀이 보기엔 쉬워보이는데 난 내 평생 글리터펠트지라는 것을 처음 사보았고


(글리터라고 하니 괜히 있어보이네-__-번역하면 결국 반짝이인데) 유수지도 처음 사보았고


일반가위로 펠트지 자르느라 안그래도 아픈 손가락이 욱신욱신거렸고 본드로 유수지에 붙이느라


손에 본드가 묻어서 한동안 고생좀 했드랬다. 다온이 대두사진은 평소 활동하던 맘카페의


어떤 엄마의 재능기부로 네장이나 받아서 이번에 진짜 유용하게 썼다.


히히. 내가 젤먼저 보내서 네장이나 해주셨다. 다른엄마는 한장받았다는데..ㅋㅋ히히히


여튼 우여곡절 끝에 카메라도 빌려서 촬영시작.


첫번째 컨셉은 꿀벌제왕 다온. 평소에 일상사진 찍을때는 잘 웃던 다온이가 갑자기 긴장.


게다가 소품인 인형을 만지고 싶어서 산만산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두번째 컨셉은 아기꿀벌. ㅋㅋ 난 저 구부린 다리가 너무 좋다. 저 다리모양. 일명 개구리다리.


근데 여전히 긴장이 안풀렸는지 웃지 않는다..아니면 더웠던걸까?


모자를 벗겨주니 한결 표정이 밝아졌다. 그나저나 모자를 벗으니 꿀벌이 아니라 그냥 다온. ㅋㅋ


비상하는 다온. 그 와중에 애미가 애정하는 팔다리의 엠보싱. 히히.


세번째 컨셉은 동물친구들과 사이좋은 꿀벌다온. 집에 있는 모든 인형을 끌어모았다.


그래도 사자 곰 하마 토끼 고양이(도라에몽이지만 고양이라하자)까지 꽤 많다.


다음 컨셉은 꿀벌다온과 대두사진들. ㅋㅋ 드디어 우리의 네임핀이 빛을 발하는 순간.


사진을 보니 예쁜딸을 그냥 의자에 붙여놓았을것을. 하는 후회가 남지만


이때부터 다온이의 컨디션이 안좋아져서 찍기에 바빴다.


결국 다온이는 오전촬영이 너무 힘들었는지 오후 이유식을 먹으면서 헛구역질을 하더니


다 토해버렸다. 난 너무 놀라고 한동안 너무 신경쓰여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서 결국 다음날로 촬영 연기. 정말 사랑둥이 귀염둥이 착한둥이 다온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다음날. 다온이 배도 부르게 하고 한잠 자게 한 후 다시 촬영을 개시 했다.


엄마가 맘카페 활동 열심히 해서 생긴 꼬까모자랑 할머니가 사주신 원피스 입고.


뒤에 쪼그린 아빠는 지못미. 역시 배부르고 자고나니 한결 컨디션이 좋다.


같은 컨셉으로 누드 사진도 있지만 다온이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패스.


ㅋㅋㅋㅋ아.. 애미의 부족한 촬영기술때문에 대두사진 짤리고 난리났다.


게다가 앞에서 온갖재롱을 다 떠는 외할머니 아빠 엄마가 어색했는지 바짝 긴장한 다온이,


뭘 어째야 할지 몰라 눈치도 살짝 보는게 귀여워 죽겠다. (고슴도치 발령주의보)


그나마 이 사진이 긴장이 풀린 다온이가 발장난 치던 도중에 간신히 건진 사진.


사람들이 자꾸 아들이냐고 장군이 잘생겼다고 해도 이렇게 원피스 입혀놓고 꼬까모자 씌워놓으니


내눈엔 천상여자다. 사랑둥이 착한둥이 이쁜둥이 다온.


지금은 이때보다 훨씬 잘 앉아있는데 역시나 피곤했는지 점점 내려앉는 다온이.


그래도 고개 빳빳이 들고 앉아있는게 정말 기특하다. 인물 좋은 우리딸.


ㅋㅋ다온아빠의 장난기로 꼬까모자가 요리사 모자로; 그리고 자꾸 내려 앉아서


배쪽에 끼워서 허리좀 들게 하려고 한건데 역시 소품설치가 어설픈 애비덕에 어쩌다가


토끼잡는 다온셰프가 되어버렸다. ㅋㅋㅋㅋ


이러나 저러나 예쁜 우리 딸. 다온.


마지막컨셉은 원피스와 헤어밴드의 조합인데 피곤했는지 안 앉아있으려고 해서


눕혀서 생긴 숙녀다온이다. 저 포동포동한 볼살과 집중한 입. 개구리 다리를 보시게나.


진짜 애정하는 사진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밑에서 또 한 애교하고 계시는 외할머니를 보려고 하는 다온이.


크..ㅋㅋㅋㅋ 볼수록 애정이 가는 사진이다. 객관적으로 예쁘게도 귀엽게도 나오지도 않았는데


난 왜 이 사진이 자꾸 끌리고 좋은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그리고 누워야 생기가 도는 홍다온양..


근데 다온아 넌 누우면..ㅜㅜ 인물이 안살아..ㅜㅜ 그래도 니가 좋다면 엄마도 좋아.


이렇게 모든 촬영은 끝이났다. 어설프고 어설프고 어설프지만


우리만의 추억이랄까. 나중에 다온이가 이 사진들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에어콘도 없고 대두사진 날아갈까 선풍기도 못킨채 정말 엄마와 아빠 그리고 외할머니가


다온이 웃는 사진 찍어보겠다고 땀범벅이 되가며 춤추고 노래부르고 온갖 외계어를 동원했다는 걸


말할 순간이 올까. ㅎㅎ


처음이라 어설펐지만 그래도 이번경험으로 깨달은게 있다. 가족사진을 찍어야겠다는 것,


300일때는 옷만 예쁘게 입히고 소품같은건 신경쓰지 말고 다온이 독사진, 엄마랑 다온이. 아빠랑 다온이.


엄마아빠랑 다온이. 외할머니랑 다온이. 외할머니 엄마랑 다온이. 외할머니 아빠랑 다온이.


외할머니 엄마 아빠랑 다온이.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다온이. 할머니랑 아빠랑 다온이. 할머니랑 엄마랑 다온이. 등등 사람위주의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집뿐만 아니라 날 좋은날 돗자리 깔고 소풍이라도 가서


야외사진도 찍고싶다.  그때는.. 혼자 앉아있을테니까. 벌써 기다려진다.


요건 평소사진. 벌써 요가를 하려고 하는지 고양이 자세를 자주 한다. 그리고 배밀이는 후진만 주구장창. ㅋㅋ


엄마아빠랑 겸상하는 다온이. 이유식천사다. 이날도 소고기단호박미음(나름 죽?)을 클리어! ㅎㅎ


채에 안거르고 믹서에 안갈고 쌀은 믹서에 열번만 갈으니 미음이라 해야할까 죽이라 해야할까.


뭐 여튼 잘만먹으면 미음이면 어떻고 죽이면 어떨까. ㅋㅋ 근데 하..고무줄로 머리질끈 묶은 내 초췌한 모습.


지못미.


국자를 쥐어주니 곰방대도 피고. 푸하하.


맛도보고 관찰도 하고.


역시 마무리는 고양이자세. 나중에 요가한다하면 어디까지나 취미로나 하라고 해야지.

엄마랑 간만에 셀카도 찍고. 요놈지지배가 엄마 턱도 친다. 아빠 뺨도 치더니. ㅋㅋㅋ


그나저나 다온아 엄마랑 어쩜 이리 안닮았니 ㅜㅜ 우리가 닮은건 눈썹뿐인거니...


그래도 괜찮아. 너는 사랑둥이 착한둥이 예쁜둥이 홍다온 엄마딸이니까.


사랑해. 행복하고 극도로 피곤한 날들이 이어져서 임신전 몸무게 까지 3키로만 남은건 안비밀.


내일은 드디어 첫 문센참여날인데. 기대반 걱정반. 무사히 끝나길 바라며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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