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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ug 25. 2017

나는 엄마다. 72

장염

다온이 생후 271일.


이제 9개월이다.


만 9개월을 이틀 앞두고 다온이는 처음 장염이라는 병에 걸렸다.


병에 걸렸다니 엄청 큰 병같이 느껴져서 표현이 부적절한것 같지만


채 한살도 안된 어린 아가가 처음 겪기에 장염은 정말 큰병이 맞다.


다행히 구토도 없고 평소처럼 잘 먹고 열도 안나고 잘 자고 잘 놀고


탈수증상도 없고 체중도 빠지지는 않는데 문제는 설사.


하루에도 7-8번씩 주륵주륵..특히 분유만 먹으면 바로 주르륵..


멋도 모르던 이 초보애미는 평소대로 가제수건에 물을 묻혀 닦아주다


결국 다온이 응꼬가 다 헐어버리는 참사를 일으키고 만다.


자책과 속상함에 초 예민상태. 게다가 나의 마법을 코앞에 두고 있어


나의 짜증과 답답함과 속상함과 자책은 정말 매 순간순간 나를 미치기 직전까지 몰고갔다.


짠....하다 우리딸 ㅜㅜ

뒤늦게라도 깨닫고 설사할때마다 물로 씻기기 장전.


원래 딱 9개월에 삼시세끼 들어가려던것도 분유가 유당이 있다고 해서


양을 줄여보고자 이유식도 앞당겨 한끼 늘리고 약도 먹이고.


9키로인 다온이를 하루에도 7-9씩(목욕포함) 들고 화장실과 거실로 왔다갔다


게다가 요즘 잡고 서는것도 모자라 걸으려하는 홍다온이 힘으로 버티는 바람에


어쩌다 힘겨루기. 약한번 먹으려면 혀와 입술 부르르 하는걸로 다 뱉어버려서


어떻게든 삼키게 하려는 나와 또 전쟁. 나의 체력과 인내심이 점점 고갈됨을


외면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잘노는 우리딸.


요새 쏘서를 시시해해서 높이를 가장 낮게해서 꺼내주니


바깥에서 잡고 서서 한발짝씩 힘겹게 뗀다. 안에 들어가면 꺼내달라 징징대도


자기가 잡고 서 있으니 또 다르게 느껴지나보다.


새로 빌려온 장난감도 잘 가지고 놀고.


그치만 모든걸 떠나서 설사가 멈추지 않아 결국 병원에 재방문.


약을 이틀만 더 먹어보고 안되면 설사분유 먹이라는 의사의 진단.


설사분유..다온이 신생아때도 설사를 3주 이상해서 설사분유를 한 열흘은 먹었던거같은데


또 설사분유.. 사실 아프면 약을 먹는게 당연하고 유당이 설사를 유발하니


설사분유먹는게 당연한데도, 다온이가 아가라 그런지 약도 안내키고


영양소 빠진 설사분유도 정말 생각만으로도 속이 상한다.


병원에서는 장염 애들 다 한번씩 걸리는거라고 안걸리는 애들 본적 있냐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지만 남의 애들은 남의 애들이고 나한테 내 새끼만은


남들 다 걸려도 안걸리고 지나가길 바라는게 엄마마음 아닐까.


다온이 다니는 소아과 의사가 재수없게 느껴지다가도 하긴 의사가


애한테 뭘먹였냐고, 제대로 씻기냐고, 벌써 걸리면 어쩌냐고, 등등


책망을 했다면 아마 이미 무를때로 물러버린 내 마음이 진짜 뭉개졌을지도 모르니


그냥 이해하기로 했다.


삼시세끼 먹는 기념으로 그리고 범보도 탈출한 김에


부스터 게시. 식탁의자에 고정도 되고 다온이가 식판을 못빼게


고리형식으로 되어있어 아주 좋다. ㅋㅋ아주 만족..ㅋㅋ


그러나 정잭 본인은 당황..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계속 입을 오므리며 폭풍옹알이를 하는데


오죽하면 아빠가 나중에 무슨말이었는지 묻고싶을 정도라고..


수다쟁이 기질이 보인다.


여튼 오늘 아침에 변상태가 좀 좋아지는 듯 하다가


역시나 분유를 먹으니(묽게줬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두마디만큼의 설사를 해서


어차피 엉덩이 씻기는김에 모닝목욕도 시켜주고 에어콘 틀어주고 또 잡고 서다가 머리한번 박고


낮잠중이신 홍다온양.


인상파 홍다온.

아까 뒤로 넘어가서 머리박고 대성통곡하는걸 보고 결심했다.


이제 다온이가 아무리 힘으로 버텨도 내가 뭘 할때는 무조건 보행기다.


보행기 태워놓으면 끄내라고 악을악을 쓰지만..어쩔 수 없다.


뒤쿵이를 만들래도 엄마가 바느질솜씨가 없고 아빠는 바쁘니 안되고


그렇다고 엄마가 계속해서 화장실도 다온이 잘때만 가고(방광염 재발할듯ㅜㅜ)


청소도 안하고 빨래도 안하고 다온이만 졸졸쫓아다닐 수는 없으니.


하..그나저나 결국 설사분유..먹어야할듯.


지금의 나를 건드리면 정말 싸우자는 얘기다.


죄없는 친정엄마와 남편은 이미 계속 호되게 내 감정쓰레기통 노릇중 ㅜㅜ


이런 거지같은 성격도 바꾸긴 해야하는데..다온이가 아프니까 더 거지같아지니 하..


근래 느낀건데,


사람은 다 자기 입장이 있는거고 가깝다고 느낄수록 정치얘기 종교얘기는


하는게 아닌데, 알면서도 참 실천을 못한다.


난 어쩔 수 없이 내 직업상 팔은 안으로 굽는데 속속들이 속사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쩌네저쩌네 하면 정말 답답해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물론 모르니까 그렇고 다 알려줄 수도 없고.


여튼 나의 소속기관에도 도둑놈이나 멍청이가 많아


이래저래 실수와 낭비가 많이 일어나서 결국 초래된 문제 일지라도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그들이 벌은 받되 줄줄이 사탕처럼 연결된


모든 이들에게 피해와 희생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


하필 내가 초 예민할 때 원치않는 주제로 사납게 얘기하게 되서


미안한 마음과 나름대로 삭힌다고 침묵으로 일관한게 더 큰 오해와 말을 불러일으키질 않길 바라며.


또 다시 전쟁을 시작해야겠다.


ㅋㅋㅋ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고 비슷한 딸과 엄마.


가끔 욱하긴 해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어. 딸램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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