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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ug 19. 2017

나는 엄마다. 71

다온이 생후 265일.


이런걸 원한건 아니었는데. 다온이가 그저 날 알아봐주고


남들보다 나를 조금 더 사랑해주기만을 바랬던건데. 큰 욕심이었을까.


다온이는 이제 목소리도 커지고 고집도 생기고 엄마랑 기싸움도 할 줄 알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리면 내가 없어진줄 알고 엄마를 암마라고


발음하며 있는 힘껏 소리지르며 부엌으로 돌진한다. 그러다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면


안아달라고 파닥파닥 안아주면 안심과 환희도 잠시 또 냉장고와 싱크대 위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분유나 타주려고 내려놨더니 내려놨다고 대성통곡.


눈물이 한방울 주르륵 .. 허허.. 정말 알 수가 없는 그녀의 속내.


다시 안아서 보니 두 눈과 코가 시뻘개져서는 긴 속눈썹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서


안쓰럽기가 정말 그지없었다.


책 읽어주면 뾰루퉁해서 좀 있다가 탈출.


요새 외할머니와 할머니를 잘 따라서 사랑을 더더욱 받는 홍다온양.


뭐, 하기 나름이겠지만 과연 다온이는 커서 누굴 더 좋아하게 될까? 외할머니와 할머니중에.


외삼촌과 작은아빠중에.


전자는 모르겠지만 후자는 내 동생이 계속 이렇게 시크하게 나오면 흠. 난감하다. ㅎㅎ


오늘 다온이가 정말 오랜만에 자기가 스스로 잡고 섰다.


근데 참 모전녀전이라고. 발가락으로만 지탱하고 서있는 모습 보소. ㅎㅎ


나도 지금은 많이 고쳐졌지만 몇년전까지만해도 발바닥을 다 붙이고 못걸었었다.


이유를 묻는다면 아돈노.(I donno) 그냥 그랬다.


이 말을 하니 남편은 그렇게 엄마를 닮아가는거라고 한다. 승질머리까지.


오늘 오후 이유식을 먹이는데 이 녀석이 한숟갈 먹고 두번째 술에 숟가락을


손으로 탁 쳐서 이유식이 땅에 내동댕이 쳐졌다. 순간 화가 불쑥 올라왔지만


엄중하고도 부드럽게 훈육하고 다시 줬는데 이 녀석이 또 숟가락을 치는것이 아닌가.


인내심 얇은 나는 결국 폭발. 다온이가 앉아있는 범보의자를 퍽퍽 치며


(어디 밥상머리에서 숟가락을 쳐, 한번만 더 그러면 밥 먹지마, 분유도 안줄꺼야!)라고


정색하고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이녀석이 또 치는것이 아닌가.


근데 그 표정이란..진짜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엄마만 성격있냐고,


나도 만만치 않다는 듯이 두눈 동그랗게 뜨고 시선은 날 보지도 않고 정면만 응시하고


꼿꼿이 고개들고 앉아있는것이 아닌가. 참나. 남편말로는 승질머리도 나 닮았다고.


여튼 그래서 진짜 이유식 치우고 갈아입힐 옷 꺼내러 안방 들어갔는데


또 엄마엄마엄마엄마..-_-연발..그래도 대꾸도 안하고 옷만 갈아입히고


화장실 들어가서 볼일도 볼겸 문 닫았더니 또 목소리 엄청 크게 엄마 암마 인마 움마 하며


주방으로 전력질주.


참나. 내가 졌다. 위에 쓴것처럼 분유탈래다가 또 대성통곡해서 좀 안아주고


맘마가져온다고 하니 가만히 기다리..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다다닥 쫓아와서


싱크대 앞에서 160을 원샷. 참나. 진짜 참나.


그래도 맘마라는 말은 알아들어서 맘마가져온다면 울지 않는다.


조금 있으면 만 9개월되는 홍다온양. 엄마 아빠 맘마를 말 할줄안다.


그래서 요즘은 할머니를 반복적으로 말해주는중. 엄마 아빠 잊어버릴까봐 엄마 아빠 할머니 라고 반복반복.


이 녀석아. 이제 성깔이 나오는거냐. 걱정이다 걱정.


그나마 다른 사람이 있으면 덜한데 둘이 있을때는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난리가 난다. 가뜩이나 진짜 기어다니고 앉다가 뒹굴거리고 누워서는 끊임없이


발을 내리찍고 온몸을 흔들어대서 진짜 활동량 최고인데 대성통곡까지 하니


당연히 계속 졸리지. 근데 잠은 자기 싫어서 버티고 버티며 그전에도 없던


악쓰는 잠투정. 오마이갓.


졸음이 쏟아질때면 더 집중하며 노는 홍다온양.


정신 말짱할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데 졸리면 안자려고


괜히 장난감 이것저것 다 눌러보고 만져보고. ㅎㅎ 자기싫어 버티는 것도 나 닮았다고 그랬다. 남편이.


쏟아지는 잠이 가끔 정신을 쏙 빼놓는다. 멍 다온.

그리고 오늘 좋은 소식.


이번주로 다온이 문화센터가 딱 끝났는데 집앞 도서관에서 7-11개월 아이들 데리고


책사랑프로젝트(?)를 하는데 12명, 그러니까 딱 6팀(엄마랑 아가)만 받는다고 해서


긴장긴장 했는데 우리 능력자 남편이 무려 54초만에 신청해서 선정.ㅋㅋㅋ대단..ㅋㅋ


남편이 다온이와 나에게 정말 큰 선물을 해준셈이다.


고마워요 남편.

내일은 주말. 이번 주말의 목표는 다온이 첫 문화센터 개근한 기념으로


앨범하나 만들고 오늘 맘카페에서 재능기부받기로 했으니 다온이 원피스 잘 만들고


이유식도 아보카도 이용해서 잘 만들고(바나나가 상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돼지고기 김치찌개 끓이기.


요거 네개만 성공해도 뿌듯하겠다.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다온이랑 온몸으로 놀아주다가 문득 난 언제부터


이유식도 능숙하게 만들고 기저귀도 능숙히 갈고 다온이 목욕도 능숙히 시키고


안는것도 번쩍번쩍 들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모른다..

그냥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속에 아주 잠시 정신을 차릴때면


이미 시간은 흐르고 난 하나하나 엄마로서 능숙해져가고 있다.


다온아..편하니? ㅎㅎ

그래도 다온이가 자다가 흐허허허 하고 소리내서 웃을만큼 행복한것 같으니


그걸로 됐다. 엄마니까.


오늘하루 많이 울었지만 큰 사고 없이 잘 지나가줘서 고마워.


사랑해 홍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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