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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ug 14. 2017

나는 엄마다. 70

내가 육아로 한참 힘들때 일으켜세워준 육아서적들 중


군대육아와 불량육아로 유명한 하은맘이 한 말중에,


그지같은 집에서 키워도 애는 잘만크니 집안일 한다고 애기 방치하지말고


한번이라도 더 만져주라는 말이 뇌리에 깊이 박혔었다.


한동안 잊고 살다가 얼마전에 친동생, 그러니까 다온이 외삼촌이


내가 너무 다온이한테 전전긍긍하니까 (아이고 그런다고 안죽어)라며 핀잔을 주는데


저 문구가 생각나면서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내가 너무 유난떠는걸까?


솔직히 난 주위에서 이유식 만들어 먹이고 집에서 촉감놀이 해주고


뭐 200일 셀프촬영하고 만날만날 책읽어준다고 정성이 그런정성이 없다고들


하지만 소변줄이 바뀐걸 봐도 한 두번정도 한것 같으면 한번 더 하라고 그냥 채워놓고


이유식 먹일때 숟가락 집어 던지면 얼릉 주워서 그냥 그 숟가락으로 먹이고


매일 쓸고 닦으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면서도


다온이가 여기저기 베란다와 화장실만 아니라면 기어다니는걸 기특하게 생각하고..

(손에 먼지가 덕지덕지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두고 졸리면 손을 빨기 때문에 졸린거 같으면 닦아준다

아무리 방치여도 먼지를 먹으면 안되니까ㅜㅜ)


뭐 여튼 둘째처럼 키우는 경향도 아주 많다.


장난감도 다 드림받은거고 빌려온거고. 옷은 그렇게 계속 사대면서 장난감 사기는 너무 아깝다.


음, 결국 육아는 소신껏해야한다지만 요즘들어 느낀건 그 소신의 정도를 지킨다는게


정말 어렵다는거다.


솔직히 다온이 개월수정도 되면 왠만한거에는 진짜 (그런다고 안죽어)가 통한다.


땅에 떨어진 숟가락으로 먹인다고 안죽어, 먼지 좀 먹는다고 안죽어, 땀띠좀 난다고 안죽어,


과자좀 먹는다고 안죽어, 좀 울어도 안죽어.


하지만 안죽어라는 말을 기준으로 삼으면 거의 모든게 허용된다.


그래서 참 위험한 기준이지만 사람들은(내 동생포함) 남의 자식인지 참 말을 편하게한다.


그치만 함정은 가끔 나도 혼자 다온이를 보다보면 좀 울어도 괜찮아, 어떻게 계속 손을 닦아주나,


땀띠 나면 많이 아플까? 하면서 느슨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거다.


내 새끼 내가 젤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꾀가 생기기도 하고


요즘은 체력전이라 진짜 몸이 힘들어서 그렇기도 하다. 하.


그치만 그럴때마다 정신줄 똑바로 잡고 정도는 지키려고 노력한다. 말 그대로 정신줄 놓지마 다온엄마!


그리고 또하나 쓰고 싶었던 말은..


바로 엊그제 다온이 재우고 끓인 김치찌개랑 밥만 퍼서 9시 넘어서 티비켜놓고


밥을 먹는데 급 너무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지..하면서..


근데 그런 기분에 빠져들면 또 혼자 청승떨꺼 같아서 생각을 뒤집어보니


굳이 다온이가 없었던 결혼 초기나 미혼일때도 난 딱히 혼자있으면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고 툭하면 라면이나 먹고 그랬었다.


그럼에도 엊그제 괜히 마음이 울적했던 이유는 하루종일 다온이 보느라


내가 하고 싶은건 하나도 못하고 하루가 흘러갔고 9키로에 키가 80cm나 되는 다온이를


진짜 하루에 다 합쳐서 세시간도 넘게 안고 있고 나름 집안일한다고 쓸고 닦고 하느라


몸음 힘든데 먹는것도 허술하니, 괜히 그랬던거 같다.


카시트에만 타면 온무룩해지는 다온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평소에는 막 방방거리며 좋아하던 모습과는 달리


창밖을 보며 멍때리고 있길레 지울까 하다가 문득 그동안 얼굴 사진만 찍느라


놓친 우리 다온이의 귀여운 구석을 보게되어 간직하게 되었다.


과연 어디일까? 바로 손과 발!


이상하게 평소에는 손과 발에 뽀뽀하기 바쁜데 사진만 찍으려면 포커스가 거의


얼굴에 가 있어서 ㅜㅜ 저렇게 앙증맞고 귀여운 손과 발도 이제 얼마안남았는데..


오늘은 큰맘먹고 남편이랑 바나나 촉감놀이를 해주었다.


사실 그동안은 나 혼자서 다온이 식판에 소심하게 펼쳐놓고


감자 고구마 자두 바나나 촉감놀이를 해주거나 메론 참외 사과 배 복숭아를 이용해서


자기주도이유식을 정말 감질맛나게(너무 크게 베어물어서 우웩 하다 다온이 잡을까봐ㅜㅜ)


해주었는데 오늘은 남편도 있겠다 아주 욕조에다가 기저귀만 채워놓고 바나나 하나를


양끝은 자르고 중간만 작게 잘라서 통에 담아주었다.


손으로 안잡히자 몸을 폴더처럼 접어서 바나나를 입에 집어넣은 홍다온양. ㅋㅋ



 자기가 싫어하는 바나나라는 것을 몰랐..ㅋㅋㅋ오만상 ㅋㅋㅋㅋㅋㅋ


그치만 꾸준히 먹은 홍다온양. 내 생각에 잘라준것의 1/7은 먹지 않았나 싶다,


숟가락으로 줬으면 한숟가락 먹고 숟가락 내 던졌을텐데..ㅋㅋ


바나나랑 신나게 놀고 이제 통까지 탐내는 미스 홍.

귀여운 사진이 너무 많은데 다온이도 여자니 사진은 여기까지.


너무 안타깝다. (고슴도치 주의보 발령 삐용삐용) 손주자랑은 돈주고 하고


자식자랑은 뭘주고 해야하나. ㅋㅋ


촉감놀이하고 온가족이 두시간 꿀잠을 자고 진짜 난리부르스를 치며 이유식먹은 홍다온양.


옆모습도 너무너무 예쁜 우리딸.


오늘도 안다치고 안울고 무탈하게 밥도 잘먹고 잘 놀아줘서 너무 고맙다.


사랑해 다온아. 엄마는 늘 너의 곁에 있으니 불안해하지 마렴.


껌딱지 홍다온. 오늘 이유식 만든다고 엄마 발치에서 계속 서성거린 너를


한번더 못안아주고 너를향해 한번더 못안아줘서 너무 미안해.


앞으로는 다온이 자면 만들께. 미안하고 사랑해.

ㅋㅋㅋ외할머니 바지입고 당황한 다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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