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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Sep 02. 2017

나는 엄마다. 74

82년생 김지영

아주 열심히 활동하고 그곳에서 만난 엄마들이랑


소통하면서 더 애정을 쏟는 맘카페가 있다. 일명 아가해. 아가야 축하해.


그 곳에서 어떤 엄마가 어제 시립도서관에서 책읽는청주 선포식이 있다고


이번에 선정된 책이 요즘 핫한 82년생 김지영이라고 해서 책도 받고


콧바람도 쐴겸 나갔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받아온 책. 82년생 김지영.


82년생이면 몇살이지.. 나보다 5살 많으니까 36살.


겨우 5살차이인데, 책 속 김지영과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 느껴졌다.


어쩌면 아예 다른 세상.


태어나면서부터 엄마가 시어머니께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해야했던 존재.


항상 남은 반찬을 먹고 옷은 물려받고 방은 같이 써야했던 존재.


취직한다니까 시집이나 잘가라는 소리를 들어야했던 존재.


사회에 나서려고 하자 유리장벽에 끝도없이 머리를 쳐 박아야만 했던 존재.


아기가 생기자 집안에 갇혀버린 존재.


그리고 1500원짜리 커피에 맘충소리를 들어야했던 존재.


결국 나 자신을 놓아버려 허공에 흩뿌린 김지영.


글쎄. 너무 극단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여자이기때문에 겪을 수 있는 모든 불합리한


상황을 책 속 김지영이 겪어서 그런지 쉽게 읽혔지만 별 감정은 안들었는데


액자에서 벗어나 마지막장을 넘기니 갑자기 마음이 뭉클하고 코 끝이 찡해왔다.


왜 그랬을까?


난..난.. 난.. 난 김지영이 아니고 앞으로도 아닐껀데.


아니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소속된 단체는 한없이 보수적이니


유리장벽도 있고 다온이가 태어나서 집에 갇힌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내가 아이스크림 할인마켓에서 만원이 넘게 아이스크림을 사는걸보며


그 누군가는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사먹는다며 팔자좋다고 생각했을까?


이제 겨우 한살인데 어린이집 보냈다가 다온이도 책 속 액자밖 의사의 아이처럼


난폭해지면 어쩌지?


그러면 결국 나도 김지영이 되는건가.


울어야할것같은 기분.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조남주 작가가 대신 작가의 말을 전해왔다며


진행자가 읽어준 문장들 중에..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라는 말이 마음을 적셔왔다.


많은 여자들이 그렇게 생각할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당연히 키워야 한다는 말은 당연하지가 않다고.


하지만 나 조차도 그 말에 짓눌려 사랑으로 포장해 이렇게 집에 있고


내가 아는 많은 엄마들이 앞으로 쭉 집에 있을 예정이다. 나는 기약이 있고 그 들은 기약이 없다.


추천사라고 해야하나.


책 뒤에.. 어떤 분이 써놓은 글에 (달라지는건 없을 것이다. 단지 살아남은 여자들이


이렇게나마 이야기 할뿐)이라는 부분에서 정말 가슴이 아파왔다. 아파왔다.


마음이 저리다. 아프다..


그리고 문득 ..


여성으로 드물게 고위공무원으로 퇴직하신분이 여성공무원모임에서


자신이 어떻게 버텨서 이 자리까지 왔는지에 대해 말했던 그 날이 떠올랐다.


수많은 눈물과 아이에 대한 죄책감, 출발선이 같았던 이들의 몰락이 가져다준


크나큰 불안감과 혼란을 .. 온몸으로 맞섰을 그 분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책.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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