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 Oct 15. 2017

나는 엄마다. 80

제주도 #3

제주도에서의 마지막날!


힘들고 짜증나고 여유가 없어 속상하기도 했지만


남편의 인내와 다온이의 웃음으로 모든걸 상쇄한 우리 세 가족의 첫 제주도..


제주도 온지 3일만에 온전히 바다를 마주하였다.


곽지과물해변의 아침. 사람이 없어 들리는건 물소리와 우리딸의 목소리 뿐.


다온이가 구강기가 지났다면 숙소도 코앞이고 내려놓고 물놀이든 모래놀이든 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내려놓으면 모래를 다 집어먹을 기세였기에 안고다녀야해서


공복에 힘들었지만..들러오는 물소리에 정말 마음이 다 정화되는듯 했다.


상황과 시간이 허락했다면 족히 한시간은 편의점 커피 하나와 아이패드에 기대어


시도 쓰고 좀 울고 다짐도 하며 보낼 수 있었을텐데..


앞으로도 혼자가지 않는한 그럴수가 없겠지. 최소 10년은..


딸아. 너에게 이 바다는 기억조차 안나겠지만 엄마가 얘기해줄게.


사람없는 고요한 이 바다에 우리 가족이 발자국을 남겼다는걸. 네가 있었다는 걸.


평소 화장도 잘 못하고 패션감각도 꽝이라 단정하게 입는게 최고라고 생각한 나이지만


다온이가 언제 얼굴을 만지고 그 손이 입으로 갈지 몰라 썬크림도 못바르고 마주한 바다.


나 조차도 조금은 서글프고 조금은 우울한 이 얼굴을 바다에게만큼은 거리낌 없이 보여주기.


생각해보면 우리 다온이는 늘 민낯에 머리도 안빗는데도 그 자체로 반짝반짝이는걸 보니.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건 화장과 패션이 아니라 순수한 영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다온아, 네가 이 사진을 제대로 볼때쯤이면 엄마는 엄마5년차..? 4년차..?


진짜 베테랑(?)엄마 및 아줌마가 되 있을것만 같구나. ㅎㅎ


다온이가 뱃속에 있을때 태교여행으로 와서도 이 하트를 만들었는데


이제 다온이가 세상에 나와서 같이 사진도 찍으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나보다.


하긴 다온이 뱃속에서 41주. 태어나서 43주이니..


그 동안 나도 20대에서 30대로 넘어왔고.., 다온이가 커갈수록 나이 앞자리는 미련없이 바뀌겠지.


그래도 다온이 초등학교갈때 40대 엄마는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ㅎㅎ


바다사진 보며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외국인이 지나가길레 다온이가 신기하게 봐서 하이! 하라고 했는데


그 젊은이가 (안녕하세요)해서 급 당황..ㅋㅋㅋ 다온이에게 실생활영어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여튼 많은 생각을 접어두고.


제주에서의 마지막 아침은 반딧불 한담. 다온이는 이유식.


남편은 게우밥 나는 흑돼지수제돈까스. 역시나 둘이 합쳐 25000원.


엄청나게 맛있지는 않지만 맛도 있고 양도 많고 특히나 노키즈존이 많은 제주에서


직원들이 다온이를 너무예뻐해줘서 인상이 너무 좋았던 식당이었다.


옆테이블 남자손님은 다온이를 뚫어지게 보다가 만져보고 싶었는지


볼에 손을 데려다가 내 눈치를 보더니 휙 지나갔다. ㅋㅋ 물어봤다면 그럼요! 라고 했을텐데..ㅋㅋ


난 소위말하는 예민맘이 아니다.


브런치에서도 말했지만 구강기인 다온이가 입으로 가져가고 싶다면


위험한거 말고는 왠만하면 허용하는 편이고(물론 누군가는 너무방치한다 하겠지..)


이제 돌 가까이 되니 간이 쎄지 않은 음식은 조금씩 맛보여주기도 하고(이건 나의 친정엄마 영향이 크다)


누군가 예쁘다고 만져보거나 안아준다고 하면 담배를 피거나 술마신상태가 아니고


다온이가 싫어하지 않으면 오케이다.


물론 다온이가 내가 아는 어떤 애처럼 문센만 갔다와도 구내염 걸리고 감기걸리고 했다면


나도 엄청 예민해졌겠지만 지금까지 감기1번 장염1번 걸리고 예방접종맞고


한번도 열이 안오른 튼튼 다온이 덕분에 아주 쿨한 엄마가 되었다.


식사 잘하고 봄날로 고고.


봄날은 내가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물론 다른카페를 안가봐서 더 그럴수도 있지만 정말 너무너무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데다가 바다가 바로 앞에 있어..나중에라도 기회가 생기면


커피한잔 시켜놓고 2시간 음료하나 또 시키고 2시간 이렇게 네시간정도 죽치면서


책도 읽고 아이패드도 하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하고 싶다.


그리고 웰시코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온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애들이 짖는바람에 다온이가 겁을 잔뜩 먹었다 ㅜㅜ


다음에 크면 다시 꼭 와야겠다.


아메리카노~커피를 시켜야만 ㅜㅜ 들어갈수 있는 봄날.


다온이랑 같이 사진찍을랬더니 쓱 보고...영 시원찮아했다 .. ㅋㅋ


언능커 다온아. 엄마가 봄날주스 사줄게.


가족사진. 이 사진을 찍기위해 봄날에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처음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을때는 다온이가 배에 있었는데..


어느새 커서 앉아서 같이 사진을 찍다니. 이럴때 새삼 세월이 흐름을 느낀다.


시간없다는 남편의 재촉에도 우겨 찍은 사진.


찍길 참 잘했다.

이렇게 우리의 여행은 끝이 났다. 너무 피곤했던 다온이는..


제주공항 수유실에서 꿀잠주무시고..


비행기에서 깨서 ..

또다시 떡뻥을 드셨다..ㅋㅋㅋ진짜 과자 원없이 먹은 제주여행.


그나저나 내 콧날과 다온이 콧날..다온아 ㅜㅜ코를 엄마를 닮았어야지..

아니야 엄마가 원한다면 세워줄게..푸하하 ㅋㅋㅋㅋ

청주에 무사히 도착^^


사실 다온이도 고생을 참 많이 했던터라


이번여행이 후회가 안되는건 아니지만...그래도 나중에 아름답게 추억될것을 기대하며^^


마지막으로 내 짜증 다 받아준 남편 정말 고마워^^


나의 봄날은 우리남편과 다온이로부터^^

(봄날 홍보대사 아닙니다..ㅋㅋ전 단지 봄날을 좋아하는 사람..ㅋㅋ)

작가의 이전글 나는 엄마다. 7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