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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엄마"
"응?"
"내가 왜 이 술집에 굳이 술을 팔아주러 엄마까지 모시고 왔는지 알아?"
"안 그래도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어, 여기 너무 음침하고.. 그런데.."
"그건 말이야.."
"...?"
말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차피 말을 꺼냈으니 해야겠지라고 마음을 굳힌 순간 하필 그 여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왠지 모를 서글픈 표정. 무언가를 예감한 걸까. 마치 내 속을 다 내보인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아들?"
"어?"
"오늘 아들 이상하네.. 자꾸 이상 한말을 하질 않나.."
"아니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 긴 뭐가 아니야.. 술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넋을 놓질 않나.."
"..."
"하려던 말이나 계속해봐, 왜 굳이 여기를 온 거야?"
"그러니까.."
"...?"
"그냥~엄마 아들이 원래 정이 많잖아, 하하하.. 딱 봐도 장사 안될 것 같지 않아?"
"그거야 그렇지..."
"그래서 온 거야, 엄마랑 술도 한잔 할 겸.. 술도 팔아줄 겸.."
"진짜 그것뿐이야? 영 찜찜한데.."
"그럼..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어.."
굳이 여기까지, 소녀 같은 엄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런 곳까지 엄마를 모시고 와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결국에는 내가 혼자 알아봐야 하는 걸까. 착잡한 마음이 온몸을 지배해도 얼굴에서만큼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술 한잔을 입에 털어놓고 보니 엄마가 여주인을 바라보고 계셨다. 한참.. 말없이 엄마는 여주인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말하는 모습을, 손님에게 웃음을 흘리는 모습을 유심히 보고 계셨다. 드디어 무언가를 느끼신 걸까.
"아들.."
"어?"
"저 주인이.. 아들이 맡은 사건이랑 관련 있다고 했지?"
"어.."
"그럼 지연이랑도 상관있는 사람인 거야..?"
"어? 그게.."
"지연이 엄마.. 니?"
"..."
"..."
"그래..?"
"아니야 엄마.. 그냥 참고인이야 참고인.."
"참고인.."
"왜 엄마..? 낯이 익어..?"
"..."
"엄마..?"
평소 소주 몇 잔이 주량인 엄마가 딱 주량만큼 술을 마시고 나니 차오르는 지연이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하신 듯 던진 질문에 나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당황했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저 사람은 지연이 엄마가 아니라, 본인의 동생일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차라리 지연이의 엄마였다면.. 그리고 우리와는 생판 남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건은 좀 복잡해져도 그건 나 혼자 껴안으면 되는 것을. 하지만 한편 비록 약간 취기가 오른 상태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유심히 보고도 알아보지 못한다면 이것은 필시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희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들.. 낯이 익어 낯이.."
"어?"
"저 여자..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지.."
"..."
"어디서 봤을까.. 어디서..."
"..."
이럴 수는 없었다. 낯이 익다니. 힘겹게 끌어올린 희망은 이미 추락할 때로 추락했고 나는 온몸이 경직된 듯 긴장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낯이 익어..?"
"어.. 이상하게 낯이 익네.."
"다시 유심히 봐봐.. 아는 사람 같아?"
"아는 사람..?"
"낯이 익다며.."
"아니.. 뭐 아는 사람까지는 아니고.. 그냥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야.."
"..."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아무래도 우리 모자의 시선을 의식한듯한 여주인이 다가왔고 나는 마치 판사의 판결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