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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Nov 24. 2017

나는 엄마다. 84

나도 엄마다.


아직 나도 그리고 내 주위에 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은


다 그저 소꿉놀이를 하는 소녀처럼 느껴지는 나도 엄마는 엄마인가보다.


나의 복직과 다온이의 얼집 등원날짜가 정해졌다.


다행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다온이는 같은 단지내 공공형 어린이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반 사립보다는 어쨌든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해주는 어린이집이라


경쟁률도 높아서 기본 6개월전에는 입소대기 해야한다는 곳인데


입소대기 조차 몰랐던 무지한 엄마가 복직 두달전 쪼금 지나서 입소대기를


했는데 진짜 하늘이 도왔는지..입소하게 되었다.


어떤 엄마가 둘째를 출산해서 첫째와 함께 친정에서 조리를 하게 되었고


그 첫째가 딱 다온이랑 같은 반인 2세라서. 딱 한자리. 그 자리가 다온이자리가 된것이다.


주위 엄마들이 부러워하고, 특히 다온이 뒤에 입소대기 한 9명은 더 부러워하겠지만


글쎄. 나도 공공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러기에 더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누군가는 이해해줄까?


어린이집 년간 계획표 주간일지 하루일지 식단표 활동계획표.


문서행정과 형식행정이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저런 종이장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걸까.


다온아 너는 아니? 어디까지 믿어야하는지.

이 계획은, 식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차선책으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공적인 문서 끝자락에 저 한문장은 대체 어디까지 저들의 변명을 덮어 줄 수 있을까.


무슨일이 벌어졌을경우에. 아기가 다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했을경우 말이다.


불가피하단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겠지. 하..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내가 아니라 내 아기에 대한 일이라 생각은 생각을 낳고 불신은 더 견고해지고


불안함에 손끝 발끝은 귀신을 본듯 식어간다. 차다.


엄마는 한껏 심란한데 그저 해맑은 너무 귀여운 우리 다온이. 나날이 이뻐지는구나.


육아는 매 순간이 선택인데 또 한번 나는 중대한 선택에 봉착했다.


분유를 얼집 등원전에 끊을것인가 말것인가.


사실 지금 분유가 세통 반정도 남았고 시어머니도 잊을만하면 분유 오래 먹이라고 해서


어차피 잘됐다 싶어서 계속 먹이려고 했는데 .. 어린이집에서 분유를 안준단다! ㅜㅜ


우유 맥인단다! 분유는 집에서 주란다! 이런젠장..


애들이 만 10개월이 되면 우유로 넘어가도 된다는건 나도 들은적이 있다.


더군다나 저체중이 아닌애들은 우유로 넘어가도 되고 그냥 분유를 끊어도 된다는 것도.


그치만 애들마다 케이스가 다 다르고 그런데..분유를 안준다니.


집단에 들어왔으니 집단의 룰에 따르라는건가..그래서 시작된 고민. 어떡하지..


물론 나야 다온이가 우유를 잘 먹으면 너무 좋다. 같이 흰우유 먹으며 소파에 앉아


티비보는게 내 로망이니까.


그치만 .. 아효.. 7개월이나 먹어온 분유를 한달만에 끊기가 쉽냔말이다.


물론 다온이는 아예 분유를 안주면 안먹기는 할것이다. 다른 간식 잔뜩 맥이면.


밥은 내 기준으로 많이 먹진 않으니까. 사실 눈금도 없고 그래서 다온이가


많이 먹는건지 안먹는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이유식먹을때는 평균보다는 조금 더


먹긴 했는데 밥 넘어오니까 진짜 온갖방법을 다 써야 어른숟가락 꽉채워서 두숟갈


좀 안되게 먹는다. 이정도면 많이 먹는건가? 누가 알려주면 좋겠다.


외할머니랑 꽁냥꽁냥 홍다온.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면 다온이는 진짜 양가 할머니들을 참 잘 따른다.


뽀뽀도 잘하고 안기기도 잘하고. ㅎㅎ


커서도 지금 모습이 안변했으면 좋겠다.


여튼 분유를 끊어야할지 우유를 줘야할지.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다온이는 당분간 분유 더 먹을꺼니까


따로 챙겨달라고 해야할지. 고민이다고민. 하...ㅜㅜ


어쩌지..


그리고 한가지 더 이 부족한 엄마가 간과한것.


나는 사실 어린이집에가면 다온이가 친구들도 만나고 활동도 다양해서


나랑 집에서 둘이 계속 있는것보다 나을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가장 중요한걸 인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다온이가 나와 떨어져야 한다는것. 가장 기본적인건데 왜 생각치 못했을까.


정말 미숙한 엄마다. 미숙한..


미숙한 엄마 귀여운 아빠 천사다온.


다온이가 많이 울까. 얼마나 울까. 나에게 배신감을 느낄까.


나는 어떨까. 나는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감정에 무딘 사람이다.


주위에서 그리고 어린이집 원장님이 엄마가 강해져야 한다는데 강하지는 못해도


남의 감정에 무디기는 하니 다온이가 울어도 어느정도 잘 견딜까.


아니면 내 새끼니 한없이 심란하고 우울하고 회의감에 몸부림칠까.


닥쳐봐야 알겠지만 이미 심란해지기 시작했으니 후자일것 같기도 하다 ..


일단 내일 다온이 첫 생일파티니 마음 그만 다잡고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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