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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Dec 16. 2017

나는 엄마다. 87

오늘 다온이를 재우면서 막판에 자는척을 하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데 왠지 기록하고 싶어서 이 밤, 또 엄지를 열심히 움직인다.


육아는 왜 힘들까?


나의 경우를 예로 들겠지만 많은 엄마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다온이는 예측불가다.


조용하다 싶으면 무언가를 어지르거나 먹어서는 안되는 종이나 비닐을 먹고 있거나


소파나 미끄럼틀 침대에 올라가서는 아슬아슬하게 바닥을 보고 있거나


내가 화장실에서 좀 오래 있는다 싶으면 문에 등을 기대고 남다른 두상으로


마치 시위하듯 헤딩을 한다. 유일하게 기특한 다온이의 예측불가 행동은


바로 책을 보고 있는거다.


이렇게. 저건 유일한 다온이의 종이책인데(코팅종이) 앤서니브라운의 Things I like. 이다.


생각보다 좋아한다. 생각보다 잘 넘기고. 뭐 여튼 삼천포 빠지지말고.


두번째로는 다온이는 식사시간에도 예측불가다.


잘먹다가도 어느순간 뱉고 그 결과물을 손으로 만지작만지작거리다가


오만데 다 붙여놓고 그것도 모자라 던진다. 많이나 먹고 그러면 화라도 덜나지


한 대여섯숟갈 먹으면 슬슬 시동을 건다. 이유식먹을때는 안그랬는데 ㅜㅜ


그리고 물도 분명 이제 자기가 조절해서 먹을만큼만 빨수 있는데도


좀 심심하다 싶으면 확 빨아들여서 다 뱉어버린다...애미 분노게이지가 올라가는것도 모르고.


세번째는 다온이는 도망간다.


똥싸고 도망가고 씻고나와서 도망가고..


똥싸고 도망가면 그나마 참을 수 있다. 씻고나와서 도망가면 감기걸릴까 하는


염려의 마음까지 분노로 바뀌어 결국 나는 헐크가 되어버린다.


물론 씻기기전에 보일러 켜놓지만 그래도! ㅜㅜ


네번째, 요즘 이게 나에게 화두인데 다온이는 불량배다.


하나밖에 없는 어여쁜 내 딸에게 무슨 얘기냐고?


잘 들어보세요.


일단 다온이는 사람불문 머리끄댕이잡는데 선수다. 물론 가장 큰 피해자는


가장 오래 함께하는 나. 이미 머리숱 절반된지 오래다.


그리고 다온이는 꼬집는다. 목 얼굴을 불문하고 어찌나 쎄게 꼬집는지


짜증이 울컥 올라온다.


또한 다온이는 깨문다. 코 볼 겨드랑이 배 같이 가장 취약한대만 ㅜㅜ


진짜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건만 이지지배가 반성은 커녕 같이 화를낸다.


아! 하고 고함도 지르면서.. 너무 강하게 키웠나싶어 부드럽게 얘기해봐도


결과는 머리끄댕이. 하..이런 무서운 녀석.


다섯번째 다온이는 때린다.


뽀뽀해달라고 얼굴을 가까이 하면 싸대기를 날려버린다.


물론 싫다는 의사표현을 하려고 손을 내저은게 하필 내 뺨을 쳤다고 난 믿지만(믿고싶다...)


가끔은 이녀석이 알고 때리는것 같기도 하고..서럽다 ㅜㅜ 난 엄마인데..ㅜㅜ


여섯번째 다온이는 애정표현에 인색하다.


뽀뽀도 잘 안해주고 ㅜㅜ


이 엄마는 외할매가 애기 침독오르겠다고 그만좀 하라고 할정도로 뽀뽀해주는데 ㅜㅜ


너무해 ㅜㅡㅜ

애미의 복수다! ㅋㅋㅋㅋㅋ달력찢어보겠다고 용쓰는 홍다온.ㅋㅋㅋㅋㅋㅋㅋㅋ


요새 뭐든 해보겠다고 얼굴 시뻘개지도록 용쓰는거 보면 어찌나 귀여운지 웃음이 빵터진다.ㅋㅋㅋ


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육아가 힘든 또 하나의 큰 이유는(내 경우) 위안이 되는것이 별로 없다.


첫번째, 칼퇴하는 남편은 반갑다.


남편이 칼퇴를 하는날이면 퇴근시간이 가까워질 수록 마음이 가벼워지는건 사실이다.


육아의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 뿐만아니라 남편이 살림도 도와주고 애기 목욕도 시켜주고


밖에서 있었던 얘기도 해주니 사회와 단절된 듯한 기분도 조금은 나아지고


나도 애가 얘기하면서 하루종일 답답했던 마음도 풀리고. 그치만 이게 본질적인 내 삶에 위안이 되진 않는다.


둘째, 아이는 큰다.


다온이는 이제 스스로 열걸음정도는 걷고 말도 많이 알아듣고


애교도 늘고 책도 잘봐서 소소한 기쁨을 나에게 많이 주지만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기에


나에게 내가 무엇을 이루었을때만큼 큰 성취감이나 뿌듯함을 주지는 않는다.


물론 예쁜짓이나 다리 손 발 등등 내가 가르친게 주로 다온이의 장기가 되지만


모두가 나의 노력(?)을 알아주는건 아니고, 딱히 바라지도 않고. 그냥 그렇다는거다.


셋째, 자주오지 않으시는 시부모님과 자주오지만 금방가는 친정엄마는 반짝이다.


주중에는 잘 안오시는 시부모님. 내 육아에 자유를 부여했다는 점에서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다온이를 끔찍하게 이뻐하시는 어머님이 꾸역꾸역 애기보고싶은거


참으실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좋으니 기분이 좋은것도 반짝이다.


그렇다고 주말에 항상뵙는데 주중에도 뵙는건 서로에게 안좋다. 제 3차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친정엄마는 오시면 대화도 하고 밥도먹고 다온이랑도 잘 놀아주시니 좋지만


너무 금방가셔서 야속하기도 하고 아쉬워서 반짝이다. 반짝반짝 양가 어머님들.

우리끼리 미리 크리스마스.


넷째. 점점 나는 무기력해지고 의지박약화 되간다.


그래, 누군가 말했듯이 나는 지금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


바로 내 딸을 키우는것이니. 그런데 왜 수많은 엄마들이 나를 포함해 우울증을 겪고


잊을만하면 회의감에 빠지고 특히 전업주부인 엄마들은 누군가의 (넌 이제껏 뭐했냐)라는


무지막지한 폭언에 (내 새끼 키웠다!)라고 당당하고 뿌듯하게 말하지 못하고


무너져 버리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 잘하든 못하든 애는 크고.


사회나 가정에서 육아를 그만큼 인정해주지도 않고. 끝이 없이 반복되고.


누구는 애 키우면서 자격증도 땄다더라. 누구는 다이어트 성공했다더라.


다 남의 얘기. 난 다온이가 돌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쫓아다니기 바쁘고


책읽어주기 바쁘고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기 바쁘다. 다온이자면 빨래돌리고


나 밥먹고 좀 쉴까하면 애가 깬다. 하하하하..공부따위. 나도 시도는 했었지.


영어단어라도 외워보려고. 개뿔. 난 빽빽이 스타일인데 팔목이 아파서 쓰지는 못하겠고


애 깰까봬 중얼거리지도 못하겠고 보고만 있자니 잠오더라.

그래서 그냥 처박아두고 가끔 좋아하는 책이나 읽고 시 쓰고


이렇게 육아일기 쓰는데 만족하고 있다.


뭐 절박함이 없어서 결국에는 이러쿵 저러쿵 핑계를 두며 그냥 시간만 보낸거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출산후에도 아직 나에게는 지방 4키로가 남았다는거 ㅜㅜ


이런 일상이 그리워질까. 우리 예쁜 다온이.


무엇을 말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그냥 결국엔 내가 힘든 이유를 찾고 싶었던것 같다. 명문화시켜 죽 늘어놓긴 했지만


속이 안시원한건 왜그럴까.


다온이는 어제부터 어린이집 적응기간이라 어제오늘 이틀 나와 함께 30분씩 갔다왔다.


첫날은 멋모르고 좋아하더니 둘째날인 오늘은 내 옆에만 붙어있고 안기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근데 그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가 우리 다온이 해코지 하면 어쩌냐


엄마보고싶은데 말도 못하고 어쩌냐 하는말로 내 속을 뒤집어놓고. 천불이 난다.


나의 복직이 잘못된걸까. 이젠 발령만 기다리고 있어서 되돌릴수도 없지만


사실 지금은 그냥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두려고 한다. 어차피 닥칠일이니.


어쩌나 피할수도 없고 로또를 맞아 육아도우미 써가며 전업이 될 가능성도 희박하니


늘 그래왔듯이 온몸으로 부딪히고 한번씩 울면서 견디는수밖에. 누구말마따나 존@게 버텨야지.ㅎ


하 벌써 세시네.


자야겠다.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육퇴를 못하거나 육출을 다시했겠지.


이 밤 10시부터 쭉 잘자주는 우리 다온이에게 고마워진다. 사랑해 홍다온!

남편의 몰카. ㅋㅋㅋ


내딸맞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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