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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Dec 30. 2017

나는 엄마다. 89

나는 엄마다. 그것도 모진엄마. 약한엄마.


다온이는 어제 오늘 어린이집에서 종일반을 하였다.


다행히 울지도 않고 간식 점심 간식을 다 잘 먹고 다녀온 다온이.


진짜 효녀도 이런 효녀가 없다.


그런데 대체 사진을 왜 이렇게 찍으신겁니까 선생님 .. ㅜㅜ


우리다온이 얼굴 ㅜㅜ 정말 예쁜얼굴이..어째 저렇게.. ㅜㅜ


그래도 표정좋으니 패스.


오늘은 처음으로 다온이가 패딩까지 다 입혔더니 가기 싫다고 엄마엄마 하면서


나한테 붙어서 급 당황했지만 다행히 할머니 편에 잘 등원시켰다.


그리고 나서 온 사진 몇장.


사진만 봐도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백프로 (이거!)라고 말했겠지.


이쁜둥이..ㅋㅋ 그런데 앞머리는 왜 다 까놓은거지 ㅜㅜ 머리 이쁘게 다듬어서


앞머리 내려도 너무 예쁜데 ㅜㅜ


그리고 처음으로 온 다온이가 어린이집에서 활짝 웃는 사진.


진짜 몸은 죽어나도 마음이 너무 한결 놓아졌다.


내 몸이 죽어났던 이유. 바로 내가 신종플루에 걸린것이다.


이렇게 쓰면 또 읽는분들중에 깜짝 놀라실분들도 있기에 정정하자면 a형 독감.


며칠전에 드디어 내 근무지 발령이 났고 첫인상을 좋게 한다는 명목아래 원피스에


레깅스에 자켓걸치고 인사갔다가 바람 제대로 맞고 그날 저녁부터 열이 오르길레


해열제 먹고 잤는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 그러나 다온이를 등원시켜야 했기에


앞에는 다온이 안고 한손에는 낮잠이불세트 들고 어린이집을 향해 출발.


먼거리는 아닌데 그날따라 다온이가 버둥대서 진짜 죽는줄.


집에와서 정말 기절하듯이 이불에 누웠는데 정신이 아득해지고


그 와중에 원장이 전화해 엄마가 전화해 무슨정신으로 떠들었는지도 모르지만


불안함을 느끼신 엄마가 결국 출동. 온몸이 불덩이인 나를 데리고 급하게 병원행.


내 상태를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의사가 바로 체온을 재보니 40도.


온도계가 삐삐삐삐..독감인것 같다고 독감검사를 했으나 음성.


이상하다..를 느낀 의사가 다른 샘플로 재검을 권유해서 하니 나온 a형 독감.


신종플루로 더 유명한 독감. 그 와중에도 열이 너무 높아서 주사한방 맞고 다시 재니


39.1도. 보다못한 의사가 참 다온엄마 용하다고. 걸어서 병원을 오고. 이 열에..


(다온이 단골병원으로 갔..)


타미플루 외 목 기침 위장보호약을 타가지고 집에 왔는데 입맛이 너무 없어


밥 세숟갈에 타미플루 먹고 또다시 기절하듯 잠이 들었지만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구토. 구토덕분에 깨서 또 먹고 타미플루 먹고 새벽에 구토. 목소리가 변하고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 그래도 꾸준히 네번째 먹었더니 이제 열도 다 떨어지고


살만하다. 내일 병원가는 날인데 완치판정 받았으면 좋겠다.


다른건 다 참겠는데 마스크 낀 상태로 다온이를 대해야하고 뽀뽀도 못하고


볼 부비부비도 못하고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하는게 너무 속상하다.


오늘의 간식. 다온이는 간식을 진짜 잘먹는다.


어린이집에서 간식 안먹고 왔으면 이걸 다 먹었을텐데 먹고와서 한 반정도 먹은듯.


내가 아픈 어제는 친정엄마가 오셔서 등하원 다 시켜주시고 다온이 하원후에 간식도


챙겨주시고 놀아주시고 오늘은 등원은 시어머니가 하원은 엄마가 시켜주셨다.


참 다행이다. 참 고마웠다. 몸은 죽어났지만 아프다고 걱정해주고 두발벗고 나서서


다온이를 챙겨주는 가족들이 있다는 든든함.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오늘부터 월요일까지 휴가인데 몰려온다는 미세먼지 만큼이나 마음을 무겁게 하는건


새 근무지에서의 내 사무분장이다.


혹시나 했던 것이 현실이 되어버린..한번도 안해본 업무. 하하하..


게다가 첫만남에 부담 팍팍 주는 관리자들..복직엎어버릴까 잠깐 생각도 했었다..


뒷조사 했으면 그냥 자기들이나 알고있지 나랑 사이안좋았던 전 관리자 언급하는심보는


대체..아..ㅜㅜ


정말 순탄치 않을것 같다..순탄치...


허나 어쩔것인가. 그런사람들을 관리자로 만난것도 내 팔자요.


나를 만난것도 그들의 팔자인것을.


지옥이 될까 천국이 될까. 지금까지 겪은 근무지들은 글쎄. 그냥 그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정말 생지옥이었던 첫근무지.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두번째근무지. 어영부영 세번째근무지.


과연 이번 근무지는 어떨까...?


부담감에 목이 조여오는 느낌이다. 그렇게 복직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정말 로또를 맞아 집에서 다온이랑 놀고만 싶다. 이제 다온이가 말귀도 알아듣고


애교도 많아지고 곧 걸어다닐텐데. 누구 말마따나 힘든시간만 잔뜩 보내고 이제


좀 보상받을 시기인데 복직한다고.


언제나 나에게 그리고 주위에 다온이도 엄마가 커리어우먼인게, 공무원인게


전업보다 더 자랑스러울거라고 말해왔지만 사실 난 너무너무 겁쟁이라


집안에 다온이랑만 있는것도 나가서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부딪히는것도 다 버겁다. 그냥 나만의 공간에서 가끔 사람들을 대면하며


내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진짜 소원이 없을것 같단 생각이 지금 절실하다.


이는 즉 로또를 맞아 건물을 사서 임대료 받으며 이렇게 글이나 쓰며 가끔 책을 내며


살고싶다는 .. 허황된 꿈이랄까 .. 하하..


글이 자꾸 삼천포로 빠지니 이쯤 다온이 사진 투척!


외할매 차에서 아주 드러누우신 13개월. ㅋㅋㅋㅋ


다온이도 어린이집 막내로 잘 적응하고 있으니 엄마인 내가 무너질 수 없지.


막상 닥치면 다 하게 되니, 지금까지 해온것처럼 잘 해봐야겠다.


모든건 다 지나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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