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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pr 22. 2018

나는 엄마다. 94

이 밤에.


다온이가 자꾸 뒤척이면서 우는 소리로 엄마를 찾아서


몇번 재우다가 내 잠이 홀랑 달아나버려 거실로 나와 과자 하나 뜯어 먹으며,


요새 너무 피곤해서 다온이 재우며 늘 같이 잠들어 가지지 못했던 내 시간을


이렇게라도 보충한다.


요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나는 여전히 업무에 적응못하고 실수중이고


다온이는 정말 많이 아팠다.


이게 발단이었던것 같다. 감기에 걸려있는 다온이를 데리고 대청댐으로 벚꽃구경을 갔던 것.


바람도 엄청 불고 사람도 엄청 많았던.., 물론 감기때문에 주구장창 집에만 있던 다온이는


아주 신났고 저녁도 생선구이집 가서 배터지게 먹어서 최고의 하루를 보냈지만


그러고나서 얼마 후 중이염이 왼쪽귀도 모자라 오른쪽귀로 번졌고 인후염이 같이 와서


39도가 넘는 열이 3일째 들락날락하는 지경에 이른다.


병원에 가서 약처방받아서 항생제를 2주넘게 먹고 해열제도 시간 따박따박 맞춰


먹었지만 결국 입원.


입원부터 정말 울화통터져 죽는줄 알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신생아때부터 다온이는 혈관이 좁아서 신생아 검진할때도


발에서 피를 아주 꾹꾹 짜내야만 했던것을.


돌 지나서 빈혈검사할때도 한번에 못뽑고 두번에 뽑았던것을.


그래서 단골병원 의사가 다온이 같은 애가 입원하게 되면 진짜 힘들거라고 지나가는 말로


했던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청주에서 가장 크다는 어린이병원의 현주소는 아주 쌍욕이 나올 정도였다.


팔 두번 발 두번을 찔러서 애가 눈이 뒤집힐것 같은데도 피도 못뽑고 수액 바늘도 못집어넣어서


두번이나 다른 간호사가 와서 시도한 결과 다섯번만에 발에 성공했다.


마음 같아서는 진짜 머리채를 잡아 후려치고 싶었지만 정색하고 노려보는것으로 그치고


기진맥진 울다 지친 우리딸은 피뽑아야한대서 생으로 저녁부터 굶어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바나나 두개를 진짜 빛의 속도로 먹고는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사람좋은 우리 남편은 그 와중에도 원래 담당 간호사( 팔 두번 실패한) 에게


인사를 했지만 난 열통이 터져서 도저히 그럴수 없었다.


3일의 입원 끝에 열이 잡혀 퇴원한지 일주일.


또다시 열이올라서 (38.8) 병원에 가니 중이염이 또 도졌단다. 하...


다온이 단골병원 의사는 실력은 있는것 같은데 솔직하게 싸가지는 없어서 늘


지할말 다하는데, 이번에도 이런애는 어린이집 보내면 안된다고. 보낼 개월수 아니지 않냐고.


봐줄사람이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러면 항생제 달고 사는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확 짜증이 났지만 일리가 없지 않기 때문에 나는 또 참았다. 하..울화통 ㅜㅜ


현재 다온이 어린이집에서 다온이가 젤 개월수 낮은것도 사실이고,


어린이집 가기전까지는 일주일에 한두번정도 청소한 이 집구석을 여기저기


기어다니고 배로 밀고다니고 이것저것 다 입에 넣었어도 구내염이나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었는데.


물론 장염은 한번 왔었지. 두번인가.


근데 어린이집 3개월만에 항생제가 벌써 4주째...감기약은 얼마나 먹었나 세지도 못하겠다.


엄마 걱정하지 말라는듯이 딱 이틀 울고 적응도 잘 해줬는데..


고민이 많다. 다시 휴직을 할것인가. 아니면 어쩔수 없으니 다온이에게 희생을 감수시키며


다닐것인가. 보람도 없는 이 직업을. 제대로 하면 당연하고 잘 못하면 능력없다 비난받는 이 직업을.


월급도 진짜 쥐꼬리만한 이 직업을. 만날 이사람 저사람에게 아쉬운소리를 해야하는 이 직업을.


모르겠다. 내가 휴직 얘기하면 이러쿵저러쿵 말들도 많고 다 그렇게 다녔다는 얘기도 많고.


그래. 이 사회 생리가 그렇다. 나도 수십번 휴직을 퇴사를 생각해며 아이를 희생시키며


다녔으니 너도 그래라. 어차피 다 지나간다. 그러지않으면 나중에 후회가 더 클것이다.


후회가 없으려면 진짜 승진이라도 팍팍하던가 월급이라도 빵빵해서 우리아가에게 남부럽지않게


해주면서 키워야하는데  월급은 이나라 정책상 이미 가망없고 승진도 불투명하니.


이러니 일하는 여자들이 애를 안낳지!


육아휴직 경력으로 인정해줘서 월급 몇푼 더 받으면 뭐하냐고. 같은 경력이면


휴직 안한 사람 먼저 승진시켜주면서. 휴직수당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육아복지가 빵빵한 다른 사기업들보다도 이 나라가 지원도 안해주면서.


애낳으란 말을 하지 말란 말이야! (이야기가 산으로 갔네..)


분위기 전환용 우리 모녀셀카. ㅋㅋ


뭐 당장 휴직을 하고싶어도 못하니 .. 사실 이런고민이 쓸모도 없지만 마음이 착잡하다.


어제는 다온이를 데리고 나갈수가 없어서 엄마랑 둘이 나가서


다온이 옷을 샀는데..


넘나 예쁜것! 다온이 여자였구나. ㅋㅋㅋㅋㅋ


그런데 저 옷이 너무 딱맞아서 오늘 다른걸로 바꿔오는 바람에 어쩌다 사진용 의상.ㅋㅋㅋ


다온이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정말 내가 바라는건 그 하나뿐이다.


이번에는 그냥 얌전히 지나가서 또 다시 입원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진찍는다고 웃어보라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이런겸둥이를 봤나.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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