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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pr 07. 2018

나는 서기다. 2

위로

일을 정말 못해서 항상 사고치는 당신들을 위로한다.


같은 실수 계속해서 상사에게 신뢰를 잃은 당신들을 위로한다.


그래서 항상 확인질문 받고 의심의 눈초리 받고 무시당하는 당신들을 위로한다.


일 잘했다던 전임자랑 비교당하고 일 잘한다는 동기랑 비교당해도


반박할 수 없는 당신들을 위로한다.


눈치가 한없이 보여도 누구하나 우리 아가를 봐줄사람없고


어린이집에도 맡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일이 쌓여있어도 다음을 기약하고 칼퇴를 하니


실수가 반복될수록 더 혼나고 그래서 더 무시당하는 당신들을 위로한다.


아가가 아프면 마음이 아프고 한없이 죄책감이 들어 휴직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도


꾸역꾸역 출근해서 아픈아이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괜찮냐고 전화한통 할 시간없이


일해도 결국엔 또 실수가 발생하고 아이핑계대지말고 조직에 민폐끼치지말라는 말에


퇴근길에 혼자 눈물흘리는 당신들을 위로한다.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조직을 벗어나야하는지,


아니면 조직에 남아있기 위해 더이상 아이를 낳지 말아야하는지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로한다.


사무실에서 그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고 나홀로 외딴섬에서 사투를 벌이는듯한


외로움에 갇힌 당신들을 위로한다.


일은 계속 하지만 또 실수를 할것같은 불안함에 남몰래 눈물흘리고


누구하나 붙잡고 차근차근 알려주면 좋겠는데 그럴 사람이 없어 또 혼날것이 확실한


그래서 또 방황하는 당신들을 위로한다.


아니, 그런 나를 위로한다.


산후우울증을 겪으며 복직을 너무너도 희망했던 나를 자책한다.


복직하면 행복할 줄 알았던 철없었고 멋몰랐던 나를 자책한다.


아무것도 되돌릴수도, 어디로도 도망갈 수도 없는


지금의 내 상황을 절망한다.


행복하지도 않고 자신감과 의욕만 상실하고 아이는 계속 아프고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기에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듯한 이 악순환을 절망한다.


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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