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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y 21. 2018

나는 서기다. 3

에어콘 전쟁

여름이다.


아니 여름이 오려한다.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버린걸까. 많이 춥지도 덥지도 않다.


그렇지만 한참 혈기왕성한 학생들은 다르다. 벌써부터 에어콘 틀어달라고,


더워 실신하겠다고 행정실을 제 집 드나들듯이 드나든다. 내가 실장이라면 내가 판단하에


틀고 말고를 결정하겠지만, 난 아직도 내 위로 부장님 실장님이 층층이 있는 삼석일 뿐이다.


나는 에어콘 담당이지만 말그대로 바지사장과 같은 바지담당이다. 나에게 무슨 권한이 있겠는가?


냉정하게 판단하라는 실장님, 틀어주고 싶지만 틀어주지 못하는 내 모습에 직접 각 교실로


탐사가시는 실장님. 나에게 그런말씀하시지 말고 차라리 어차피 본인이 판단할꺼니까


틀라마라 시켰으면 좋겠는 마음. 아니면 아예 일체 신경을 쓰지말고 나에게 에어콘 전권을 맡기시던가.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야금야금 스트레스가 또 나를 갉아먹는다.


그리고 주말. 나는 예식장에 와있다. 예식장은 정말 끝내주게 시원하다.


괜히 반팔 입었나 싶게 으슬으슬 추울정도이다. 버스도 마찬가지고 택시도 마찬가지다.


어제 간 노래방도 너무너무 지나치게 시원해서 에어콘 온도를 확인해보니


18도. 참나. 헛웃음만 난다. 공공기관만 학생들만 공무원들만 에어콘 25도로 맞춰놓고


땀뻘뻘 흘리면 뭐하냔 말이야. 쉬는시간마다 수업시간마다 교실돌아다니면서


혹시 헛돌아가고 있는 에어콘 있나없나 발품팔면 뭐하냔 말이야.


일부 자영업자들은 에어콘 18도 맞춰놓고 문 활짝 열어놓고 있는데.


병원이고 노래방이고 가게고 버스고 에어콘 온도 25도를 맞추는데는 한군데도 없는데 말이야. ㅎㅎㅎ


참나. 세상은 참 아이러니 하다. 오늘은 날이라도 시원하지.


이제 더워지면 얼마나 더 에어콘 틀어달라고 아우성이 커질까.


아 이래저래 진짜 어여 승진해야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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