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 Jul 17. 2018

나는 서기다. 6

어떤 관리자가 될 것인가.

사실 얼마전에 브런치에서 언급한 기고문을 쓸때


어떤 관리자가 될것인가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브런치같은 특정사람들만 이용하는 커뮤니티가 아닌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신문이라는 매체에


올라가는 글이라 쓰지 못했었다.


뭐, 이 브런치도 의외의 사람들이 구독하고 본다는 소식을 간간히 들어서 불안하긴 하지만


나만의 공간이고 사적인 공간이니 막상 읽었다해도 이걸가지고 뭐라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이니,


대한민국은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니까.


요새는 문득 나는 어떤 관리자가 될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5년이라는, 아니 육아휴직 빼면 4년이라는 공직생활 중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엄마라는 이름표를 얻게 된 후로 조금은 생각이 깊어졌다고하면


그게 이유라면 이유겠다. 그래서 멋모르던 신규때처럼 상사랑 싸우지도 않고, 한 직장에서 6개월이면 찾아오는


혼자만의 권태기도 나름 잘 흘려보냈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갔구나.


어쨌든 나는 어떤관리자가 될것인가. 관리자의 자리, 최소 부장의 자리에 가려고 해도 최소 5년은 더 있어야겠지만, 아니 어쩌면 재수 없이 나홀로 실장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럴가능성은 희박하니, 먼나라 생각을 왜 하고 있냐..하는 자문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라는게 정말 빠른것 같다. 내가 벌써 이 학교에 온지도 7개월, 우리 다온이가 벌써 20개월.


정말 맡은 업무중에 어떤건 생판 처음 해보는것이고, 어떤건 해봤는데도 기억이 하나도 안나서 정말 버버버벅 거리던게 몇달전인데 그래도 지금은 실수가 좀 있긴하지만 대충 돌아가는 사이클도 익혔고..우리 다온이도 누워서 바둥바둥만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뛰어다니고 말도 너무너무 잘하니..정말 어느순간 내가 부장자리에 올라가 있을것만 같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나는 어떤 관리자가 될것인가.


나는 일관성 있는 관리자가 될것이다. 여기서 일관성이란 업무도 그렇고 아랫직원을 대하는것도 포함된다.


어느순간은 막 격의없이 잘해줬다가, 내 심사가 뒤틀린다고 갑자기 사무적으로 대하고, 또 막 격의없이 지냈다가 어느순간 엄청 딱딱하게 대하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랫직원들도 그 부모가 기저귀 하나하나 갈아주며, 식재료 하나하나 따져가며, 맘고생 하며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인데 왜 자기 심사가 뒤틀린다고 맘고생을 시키냐고. 아예 사무적으로 대할꺼면 쭉 사무적으로 대하고, 격의없이 지낼꺼면 격의없이 대하라고.


업무도 마찬가지다. 일 잘하는 직원은 이렇게 해도 되고 일 못하는 직원은 무조건 내 방식대로 해라. 이렇게 해도 결재하고 저렇게 해도 결재했다가, 갑자기 이건 왜 이렇게 했냐고 근거를 가지고오라고, 근거를 못가지고 오면 처음부터 다 다시 하라고. 일 잘하는 직원의 기준이 답을 잘하는건 아니지 않나. 근거를 잘 찾는건 아니지않나. 그러지 않을꺼다. 나는. 일을 잘하는 직원이든 실수가 잦은 직원이든 일처리하는 방법은 일관성있게. 물론 사람의 머리는 한계가 있으니까 지금 내가 보니까 이건 아닌것 같은데, 내가 그전에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날 수도 있다. 그러면 뒤져봐야지. 그리고 말을 해야지. 그때는 내가 몰랐다고, 그 직원을 믿고 일괄결재했는데 실망했다고 하면서 얼버무리면 안되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나는 관대한 관리자가 될것이다.


실수가 잦을 수 있다. 누구나. 수습이 불가한 실수가 잦으면 그건 혼을 내야지. 혼을 호되게 내고 바로잡아야지. 하지만 수습이 충분히 가능한 실수라면. 그걸 하나하나 지적해서 굳이 기를 죽여야 하나 싶다. 어떤 분야에서 실수가 반복된다고, 업무에 기초가 되는 것까지 하나하나 꼬치꼬치 물으면서 사람을 시험하면서까지 의욕을 꺾어야 하나 싶은것이다.


나는 그러지 않을것이다. 수습할수 있는 실수는 수습하도록 그냥 내버려 둘것이고, 실수가 반복되더라도 분위기 좋을때 한번씩 지나가듯이 이야기를 해야지. 수습이 가능하고 융통성있는 업무라면. 저번에도 말했지만 실수하고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그리고 실수해서 가장 아차!싶은사람이 누구겠냐고. 정말 관대한 관리자가 될것이다.


나는 소신있는 관리자가 될것이다.


아무래도 주로 학교에서 근무하게 될테니까 너무 선생님들 편의만 봐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직원들 편에 서지도 않는 소신있는 관리자. 물론 팔은 안으로 굽게 되어있으니까 직원들 편을 나도 모르게 더 들수도 있겠지만..무조건적인 편들기는 안할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분은 교장선생님 말이라면 꿈벅하는 분이 있는데, 그것은 아닌것 같다. 아닌건 아니지. 또 어떤분은 교사랑 싸우지 말라고 당부하는데 싸워야 할때는 싸워야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게 일반직과 교사가 다른데.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 학교에서는 교사가 다수고 일반직은 소수며 최종관리자가 교장이니까. 그렇지만 노력할것이다. 소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장애인업체에서 물건사달라고 협박하거나, 사정하거나 해도 귀찮다고 그냥 하나 사주라는 식으로 사지는 않을것이다. 사두면 다 쓸거라고 왜그러냐고 그런다 하더라도 필요할때 사야지. 지금이 전시상태도 아니고 그들물건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도 않은데 왠 사재기. 학교돈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니지 않나.


쓰다보니, 나중에 관리자가 되어서 이 글을 보면 부끄러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위해 노력해야지.


이번달은 내 공무원 생활 통틀어서 급여가 엄청나게 많았다. 왜냐면 11개월의 육아휴직 복직합산금이 나왔기 때문에. 그래서 사실은 사무실 분위기 좋으면 내일부터 급식도 없으니 밥한끼를 사거나 커피라도 한번 쏘려고했는데 지금 분위기는 말 그대로 fuck이니 패스.


오늘은 하루종일 혼났더니 의욕도 없고, 나름의 씩씩함도 다 사라지고, 마냥 빨리가서 우리 다온둥이랑 놀고만싶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엄마다. 9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